[코로나전쟁①] ‘델타 변이’와 ‘돌파감염’으로 장기화 우려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로 계속 증가해 나타나고 있다. 백신 접종자 중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걸리는 ‘돌파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이전보다 인체에서 더 빨리 증식하기 때문이다. <이미지=연합뉴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회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실시되면서 헬스장에서 샤워가 금지되고, 러닝머신은 시속 6km까지 제한되었다.

필자는 매주 3회 월수금 오후 1시간 정도 헬스장에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하는데 운동 후 사워를 할 수 없어 보도로 10분 거리인 집에 와서 사워를 해야 하므로 굉장히 불편하다. 공중목욕탕은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영업을 하는데 헬스장과 골프장에서는 ‘샤워금지’다.

한편 방역 4단계 한달이 지난 8월 11일, 확진자 숫자가 2200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올해 5월쯤 집단면역이 형성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났다. 그러나 현실은 강한 전파력을 가진 델타 변이바이러스 앞에 “코로나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은 이미 접종률이 50%를 넘었지만 변이바이러스 앞에 속수무책이다.

이미 서구 선진국들은 방역 전략을 수정하여 백신 접종률 목표를 기존 70%대에서 80-90%대로 상향하고, 접종 의무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9월 초까지 코로나 백신 부스터샷(booster shot, 3차접종) 대상과 시기에 관한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65세 이상 고령자, 면역력이 약한 사람, 백신을 맞은지 오래되어 효력이 저하된 사람들을 우선순위로 분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바이러스는 돌연변이(mutation)를 일으킨다. 돌연변이란 유전자를 이루는 염기서열의 변화로 유전전보가 변하면서 유전형질이 달라지는 변이현상을 말한다. 바이러스는 다른 생명체의 세포를 공략해야 하기 때문에 변이가 다양해질수록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바이러스는 크게 DNA형과 RNA형으로 나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형으로 DNA형과 견주어 변이가 더 많이 발생한다.

모든 바이러스는 시간이 지나면 진화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고 퍼지면서 바뀐다. 이를 통해 숙주세포에 더 숨어들고 들키지 않는 방법을 찾는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표면의 스파이크뿐 아니라 변화가 거의 없던 내부 단백질에도 돌연변이가 생겨 이곳을 공략하는 백신이 효과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보건기구는 5월 31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발생 순서에 맞춰 그리스어 알파벳으로 표기하는 방식을 발표했다. 가령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는 ‘알파(α)’,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은 ‘베타(β)’, 브라질발은 ‘감마(γ)’, 인도발은 ‘델타(δ)’로 명명하는 식이다. 페루발 변이는 11번째 알파벳 ‘람다(λ)’라고 이름 붙여졌는데 이는 11번째 주요 변이라서 그렇다.

알파 변이는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교해 감염력이 70%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베타 변이는 항체 면역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 감마 변이는 알파와 베타 변이 특성을 동시에 보인다. 최근에는 델타 변이가 위협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델타 변이보다 한 단계 진일보한 델타 플러스 변이도 경계 대상이다.

델타 변이는 이전의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전염력과 독성이 강하다. 인체 세포를 뚫고 들어가는 바이러스의 돌기(스파이크)에 9가지 돌연변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스파이크 끝부분의 모양이 바뀌면서 항체 공격을 무력화하며,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인체에 집어넣는 능력도 발전했다. 인체의 면역반응을 회피하는 능력과 전염력이 강해졌다. 델타 변이에 감염되면 돌연변이가 8개인 알파 감염보다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두배 높다.

백신 예방주사를 맞으면 실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백혈구 일종인 B세포가 스파이크에 달라붙는 중화항체(中和抗體, neutralizing antibody)를 분비해 바이러스를 꼼짝 못 하게 한다. 이후 다른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를 먹어치운다. 또한 백신이 만들어내는 백혈구인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해 화근을 없앤다.

중화항체는 개인적 가변성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많이 생성되고 어떤 사람에겐 적게 만들어진다. 중화항체란 면역체계에 의해 만들어져 바이러스를 비활성화하는 특별한 유형의 보호 단백질을 말한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실린 영국 보건 당국의 논문에 따르면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백신 효과는 조금씩 떨어졌다. 화이자 백신은 2회 접종 시 영국발 알파 변이는 93.7%로 막아냈지만, 델타 변이는 88.0%로 효과가 떨어졌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알파 변이에는 74.5% 효과를 보였고, 델타 변이는 67.0%로 떨어졌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백신 접종자 중에서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걸리는 ‘돌파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이전보다 인체에서 더 빨리 증식하기 때문이다. 중국 연구진은 델타 변이 감염자는 몸 안에 바이러스가 이전 감염자보다 1000배 이상 많았다고 밝혔다. 이전 변이 바이러스는 백신 접종자 몸에서는 그 수가 잘 늘어나지 못했다.

2021년 전세계 코로나19 주요 변이 바이러스 점유율(전세계에서 확보한 코로나19 확진자의 유전체 샘플 가운데 각 변이 바이러스 샘플 수 비율)은 지난 2월에는 알파 47%, 베타 5%, 감마 5%, 델타 2%였으나, 7월에는 알파 8%, 베타 2%, 감마 1%, 델타 89%로 나타났다. 델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어 공포가 가중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델타 변이는 전염력이 이전보다 2배 이상이지만 백신 접종자가 걸리는 돌파감염은 대부분 증상이 약하며, 이를 통해 장차 발생한 새로운 변이에 대한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면역력이 크게 약화된 경우가 아니라면 돌파감염이 오히려 인체에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마이클 미나 교수는 “부스터샷이나 델타 변이에 약하게 감염되는 것 모두 앞서 맞은 백신으로 획득한 면역력을 강화시킬 것이며, 어떤 식으로든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은 면역으로 이겨낼 대상을 늘린다”고 말했다.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 확산을 막고 역이용까지 하려면 미접종자의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야 한다.

영국 공중보건국(PHE)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을 기준으로 델타 변이가 일으키는 경미한 증상 방어 확률이 88%, 사망을 포한한 중증 방어 확률이 96% 정도다. 아스트라제네카(AZ)나 얀센 백신의 경증 방어 확률은 60%대로 화이자보다 다소 떨어졌다. 화이자, 1차 접종만 했을 때 경증 방어율은 아스트라제네카 모두 30%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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