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델타 변이와 ‘돌파감염’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로 계속 증가해 나타나고 있다. <이미지 연합뉴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8월 4일 현재 425만6천여명에 달한다.

옥스퍼드대학교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8월 1일까지 한번이라도 코로나19 예방백신을 맞은 사람은 22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28.2%에 그치며, 선진국 중심으로 집중되어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최근 유럽연합과의 계약을 통해 백신 가격을 각각 4분의 1 이상, 10분의 1 이상 올렸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5-6월 코로나19 확진자 3만4954명 중 3만3797명(96.7%) 그리고 중증 및 사망자 779명 중엔 728명(93.5%)이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코로나19 치명률(致命率)은 백신 접종 전(2020년 2월 25일까지) 1.78%(확진자 8만8922명, 사망자 1585명) 그리고 백신 접종 후(2021년 2월 26일-8월 2일) 0.46%(확진자 11만3281명, 사망자 519명)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예방접종을 받으면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중증과 사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6일 1호 접종자가 나온 지 159일 만인 8월 3일 코로나19 백신을 1회 이상 접종받은 사람이 2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6일부터 50대 연령층 접종이 시작됐으나, 백신 물량이 부족하여 속도는 60대 이상 접종이 전개됐던 6월만큼 나지 않고 있다.

방역 당국은 국내 접종 인력 등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하루에 최대 100만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월 2일 1ㆍ2차 접종을 합쳐 약 51만명이 접종을 받은 것을 감안하면 접종 인프라의 절반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최근 확진자 현황을 보면, 7월 7일 1212명을 시작으로 8월 4일 1725명을 기록하여 29일째 1000명 이상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코로나19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이 지난 6월 78.2%에서 지난달 89.6%로 크게 올라 3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완전 종식이 불가능하므로 확진자 수에 얽매이기보다는 중증환자와 치명률을 줄이는 것에 방역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즉 독감처럼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는 영국, 싱가포르, 미국 등에서 방역 패러다임을 바꾸어 시행되고 있는 정책이다.

미국은 최근 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일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사망자 수는 1-2월 3천명 수준에서 최근엔 1백명 안팎으로 줄어 봉쇄 조치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은 7월 19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실내 마스크 착용, 모임 제한 등 모든 방역 규칙을 해제했다. 싱가포르는 확진자 집계를 하지 않고 대규모 집회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접종률이 낮으므로 접종속도부터 높여야 한다. 코로나19의 4차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이 60%를 넘어섰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8월 3일 “지난주(7월 25-31일) 코로나 확진자 3014명을 분석한 결과 64%인 1929명이 델타 변이 감염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델타 변이는 7월 초만 해도 검출률이 24% 수준이었는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델타 변이에서 파생된 ‘델타 플러스 변이(Delta plus variant)’ 감염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델타플러스 변이 감염으로 확인된 확진자 2명은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백신을 2차까지 접종하고 2주가 지난 상태에서 감염됐다. ‘델타플러스’ 변이는 델타 변이에서 파생한 것으로 델타 변이에서 ‘K417N’이라 불리는 돌기 단백질 변이가 추가로 생긴 것이다. 이 돌기 때문에 델타플러스 변이는 전파력이 더 강하고 백신 효과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7월 29일 기준 국내 ‘돌파감염’ 추정 사례는 총 1132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353명 늘었다. 돌파감염 사례 가운데 변이 분석이 시행된 243명 중 150명에서 변이(알파형 21명, 베타형 1명, 델타형 128명)가 확인됐다. 화이자(Pfizer) 백신 접종을 완료한 80대 여성이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하면서 국내 첫 돌파감염 후 사망 사례로 기록됐다.

돌파감염(突破感染, Breakthrough Infection)이란 정해진 백신 접종 횟수를 마치고 2주간의 항체 생성기간이 지난 후에도 감염되는 경우를 말한다. 돌파감염은 변이 확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지표 사례로 여겨지는데, 기존 백신을 우회하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백신 접종자가 새로운 감염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2021년 4월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7천5백만명 중에서 5,814명이 코로나19에 돌파감염되어 74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