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 ‘길고 지루하게’—>’굵고 짧게’ 대전환을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코로나19 ‘방역의 기본원칙’은 3T 즉 trace(추적). test(검사), treat(관리)이다. 이 중 시작단계인 ‘추적’이 제일 중요하다. 시작점을 놓치면 확진자를 줄일 수 없으므로 방역 인력을 대폭 늘려 접촉자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
현재 역학조사 인력은 일일 확진자가 400명 나오던 지난 6월과 비슷하다. 확진자가 그때보다 5배 늘었는데 방역 인원은 그대로다. 이에 방역인력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 방역 일선에서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더 이상 힘들어서 못 하겠다”며 이탈하고 있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사람의 손에는 뼈가 27개로 신체 부위에서 가장 많다. 코로나 환자들을 간호하는 간호사의 ‘손’은 감염을 막기 위해 쉴 새 없이 소독하고 겹겹이 낀 보호장비 안에서 물에 불은 듯 쪼글쪼글해 지고 피부가 헐고 벗겨지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IT기술 수준이 높기에 앱(App. application)을 통한 밀접 접촉자 관리가 가능하다. 현재 사람들의 동선(動線, traffic line)을 실시간으로 파악해서 확진자 동선과 본인 동선이 겹칠 경우 이를 즉각 알려주는 앱이 나와 있다. 동선 정보는 본인만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다수 국민들이 지난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에 동참한 것과 같이 동선 관리 앱을 설치해 ‘동선기부’(動線寄附)에 나선다면 거리두기 단계를 낮추면서도 감염 확산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
유럽의 덴마크가 코로나19를 ‘사회적으로 중대한 질병’으로 분류하던 것을 종료하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모든 제한 조치를 9월 10일 전면 해제하기로 했다. 이는 코로나19를 더 이상 심각한 전염병이 아닌 독감(毒感, influenza)처럼 일상에 존재하는 질병으로 취급하겠다는 의미이다. 덴마크 정부의 조치는 지난 7월 19일 봉쇄 해제를 발표한 영국(UK)보다 더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덴마크 해우니케 보건장관은 “우리는 코로나를 관리할 수 있다”며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도입했던 특별 규정들을 해제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백신 접종률이 높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현재 덴마크에서는 12세 이상 인구 중 80% 가량이 접종을 완료했다. 월드오미터 자료에 따르면 덴마크 인구 100만명 대비 확진자 및 사망자(8월23-29일)는 확진 1136명, 사망 2명이다.
덴마크의 이번 조치는 최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가에서 도입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해당국가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늘더라도 백신접종이 증가했기 때문에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를 완화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8월 기준 백신접종 완료자 중 ‘돌파감염’을 통해 입원할 정도로 코로나 중증을 앓을 확률은 0.005%, 사망 확률은 0.001%에 불과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가 되고 일상 회복의 시간을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삼아 방역과 백신접종 총력 체제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의 자문과 방역당국의 결정에 따라 부스터샷 접종을 늦지 않게 시작할 것이라며, 고령층과 방역 및 의료인력 등 고위험군들부터 시작해 순차적으로 접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4차유행으로 인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4단계 조치가 두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숨 막히는 방역조치가 ‘굵고 짧게’가 아니라 ‘길고 지루하게’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와 비용을 다각도로 계산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