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박명윤 건강칼럼] 걷기의 새로운 공식…“많이보다 빠르게”

영국 런던에서 2026년 4월 26일 열린 ‘2026 런던마라톤(London Marathon)’ 남자부 경기에서는 사바스티안 사웨(30·케냐)가 42.195km 풀코스를 1시간 59분 30초 만에 완주했다. 공식 대회 사상 최초로 ‘2시간 벽’을 돌파한 기록이다. 마라톤에서 ‘서브 2(Sub-2)’는 인간 생리학의 한계를 상징하는 기록으로 여겨져 왔다. 사웨는 경기 초반부터 km당 2분 50초 안팎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사진 연합>

사람은 두 발로 걷고(walking), 달리기(running)를 한다. 봄기운이 완연한 요즘은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한때 최고의 건강상식처럼 통하던 ‘하루 만보 걷기’가 이제는 ‘짧게라도 빠르게 걷기’로 바뀌고 있다. 최근 선진국의 운동생리학 연구에서는 걷기의 건강 효과를 좌우하는 것은 양(量)보다 강도(强度)라는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요즘 일본에서는 틈틈이 빠르게 걷기가 새로운 건강 트렌드(trend)로 자리 잡고 있다. NHK 건강 프로그램과 일본 주요 신문들도 “천천히 오래 걷기보다 짧게라도 숨이 조금 찰 정도로 빠르게 걸으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전하고 있다.

빠르게 걸을수록 몸이 달라진다|

일본 나가노현 마쓰모토시에 있는 신슈(信州)국립대학교 의과대학원 스포츠과학 연구팀은 중년과 고령자를 대상으로 ‘많이 걷기’와 ‘짧지만 빠르게 걷기’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많이 걷기 그룹’은 5개월간 주 4회 이상 하루 8000보 이상 걸었다. 반면 ‘짧지만 빠르게 걷기 그룹’은 같은 기간 하루 3분 빠르게 걷기를 5회 실시했다.

연구 결과는 흥미로웠다. 짧지만 빠르게 걷기 그룹에서 허벅지 앞뒤 근력 증가 폭이 더 컸다. 최대 유산소 능력도 좋아졌고, 안정 시 수축기 혈압 감소 효과 역시 더 크게 나타났다. 결국 걷기 대결에서는 ‘짧지만 빠르게 걷기’가 압도적인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이는 일주일 누적 기준으로 총 60분 정도 빠르게 걷는 것이 하루 1만보 걷기보다 건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빠르게 걸을 때 효과가 커지는 이유는 보폭(步幅)과 근육 사용 패턴의 변화에 있다. 일반 보행(시속 4km)과 빠른 보행(시속 7km)을 비교하면, 빠르게 걸을수록 보폭이 자연스럽게 넓어지고 허벅지 근육 활성도가 증가한다. 같은 걷기라도 속도를 높이면 근력 운동에 가까운 효과를 얻는 셈이다.

빠르게 걷기의 효과는 전신으로 확장된다. 혈당(血糖)이 개선되고, 혈압(血壓)이 낮아지며, 비만(肥滿)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수면(睡眠)의 질이 좋아지고 우울감(憂鬱感)이 줄어들며 인지 기능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빠르게 걸으려면 자세가 중요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며, 발뒤꿈치부터 착지하고 허벅지 힘으로 밀어내듯 걸어야 한다.

두 걸음이 말해주는 노년의 건강

고령사회에서 신체 기능 평가는 단순한 건강 체크를 넘어 삶의 질과 자립성 유지 여부를 예측하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특히 보행(步行)은 노화(老化) 진행 정도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흐름 속에서 두 걸음 보폭을 측정하는 ‘투 스텝(two-step) 테스트’가 운동 기능과 노쇠(老衰)를 예측하는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형외과 학계를 중심으로 개발된 <투 스텝 테스트>는 최대 보폭으로 두 걸음을 내디뎠을 때 이동한 거리를 자신의 키(cm)로 나눈 값이다. 이 검사법이 주목받는 이유는 복잡한 장비 없이도 신체 기능을 정량화(定量化)할 수 있고, 초기 단계의 운동 기능 저하까지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테스트는 특히 하체 근력을 잘 반영한다. 보폭을 크게 내디디려면 대퇴사두근(大腿四頭筋)과 둔근(臀筋, gluteus muscle)의 충분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행은 단순 반복 동작이 아니라 중추신경계(中樞神經系)와 말초신경계(末梢神經系)의 정교한 협력 결과다. 큰 보폭을 유지하려면 체중 이동 과정에서 균형 유지 능력이 필수적이다. 또 고관절과 무릎 관절의 유연성이 제한되면 보폭이 줄어들기 때문에 관절 가동성 평가에도 도움이 된다.

‘투 스텝 테스트’는 말 그대로 ‘보행 기능의 종합 점수’다. 두 걸음만 봐도 남은 인생의 활동 폭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스쿼트와 마라톤…하체가 건강을 만든다

투 스텝 거리를 늘리려면 ▲스쿼트(쪼그려 앉기) ▲한 발 서기 ▲종아리 들어올리기 ▲보폭 늘려 걷기 등을 꾸준히 해야 한다. 스쿼트(squat)는 양발을 어깨너비로 벌리고 발바닥을 바닥에 밀착한 상태에서 등을 곧게 편 채 무릎을 굽혔다 펴는 대표적인 하체 운동이다. 스쿼트는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와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weight training)의 3대 운동으로 꼽힌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2026 서울하프마라톤(Seoul Half Marathon)>이 지난 4월 26일 2만1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참가자 가운데는 육아 부담에서 잠시 벗어나 마라톤으로 삶의 활력을 찾는 ‘엄마 러너’들도 많았다.

하프마라톤(Half Marathon)은 마라톤 풀코스의 절반 거리인 21.0975km를 달리는 경기다. 풀코스에 비해 신체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으면서도 도전 의식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참가자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해 여의도공원(10km 부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하프 부문)까지 달리며 축제를 즐겼다.

인간 한계 넘은 ‘서브2’와 운동의 힘

영국 런던에서 4월 26일 열린 ‘2026 런던마라톤(London Marathon)’ 남자부 경기에서는 사바스티안 사웨(30·케냐)가 42.195km 풀코스를 1시간 59분 30초 만에 완주했다. 공식 대회 사상 최초로 ‘2시간 벽’을 돌파한 기록이다. 마라톤에서 ‘서브 2(Sub-2)’는 인간 생리학의 한계를 상징하는 기록으로 여겨져 왔다.

사웨는 경기 초반부터 km당 2분 50초 안팎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특히 대부분의 선수가 체력적 고비를 겪는 30km 이후에도 오히려 속도를 끌어올리는 압도적인 운영 능력을 보여주었다. 극한의 피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과 반복 훈련으로 다져진 지구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혼자서든 친구들과 함께든 걷고, 가능하다면 조깅(슬로조깅)과 달리기(마라톤)를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 ‘팔팔’하게 인생을 즐기며 살 것인지, 아니면 ‘골골’거리며 살아갈 것인지는 결국 자신의 노력에 달려 있다.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한 걸음 더 걷고, 조금 더 움직이는 습관이 삶의 질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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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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