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 경복궁 근정전 앞에 한번 서보세요”

경복궁 근정전 현판. 글씨를 쓴 정도전은 이렇게 말했다. “천하의 모든 일이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망가지는 것은 필연의 이치다. 사소한 일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정사(政事)와 같은 큰일이겠는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내년 3월엔 대통령 선거, 6월엔 지방자치 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가 있다. 그 여파로 벌써부터 온 나라가 북적거린다. 그런데 후보들에게 ‘사양지심’은 애초부터 없는 듯하다.

후보들은 주권자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부각하고, 또 주권자의 잘못된 판단을 방지하기 위해 상대방의 문제점도 지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금도를 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선거 때마다 더 훌륭한 대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차악의 대표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슬픈 일이다.

최근 국민의 힘으로부터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준석 당 대표 선출과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 등이 그런 사례다.

국민의 힘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국민의 힘 예비출마자들에게 ‘공천 자격시험’을 공약으로 꺼내들었다. 자료 해석, 독해·표현, 컴퓨터 활용 등 당에서 제시하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공천을 주겠다고 한다. 이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 자격시험을 치르지 않은 후보들에게는 공천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 변함없는 입장인 것 같다.

조선왕조의 건국을 주도하고, 새로운 나라의 철학과 제도 등 조선조 운영의 초석을 놓은 삼봉(三峯) 정도전의 공직자의 마음가짐은 지금도 새겨볼 만하다. 삼봉은 경복궁의 이름은 물론 그 부속 전각들 이름도 지었다.

그는 ‘근정전’(勤政殿)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글에서 이렇게 적었다.“천하의 모든 일이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부지런하지 않으면 망가지는 것은 필연의 이치다. 사소한 일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정사(政事)와 같은 큰일이겠는가?”공직을 수행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공(公)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공자는 <논어>에서 “일을 할 때는 공경(恭敬)할 것을 생각하라”거나 “일을 집행할 때는 공경하라”고 했다. ‘공경’은 두려움이 수반된 긴장감과 실수하지 않으려는 신중함이 어우러진 태도다. 그러니까 공직을 수행하는 나의 행위가 초래할 무거운 결과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이러한 공경의 태도로 일에 임해야 한다.

선거에도 금도가 있다. 고위공직자는 국록을 먹는 공무원이다. 그러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공직자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 조건을 보자.

첫째, 무아봉공(無我奉公). 사라사욕을 경계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며, 국가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다.

둘째, 진실한 사람. 거짓 없고 꾸밈없으며, 허장성세가 없이 실다운 힘을 갖춘 사람을 말한다. 오직 진실한 사람이어야만 세상에 우뚝 설 수 있다.

셋째, 잘 화(和)하는 사람. 너그럽고 덕기가 있어서 남과 잘 화동해서 매사에 성공을 이룬다.

넷째, 공익심(公益心)이 강한 사람. 알뜰하고 부지런하여 어느 모로나 대중에게 이익을 준다. 스스로 서려 하지 아니하여도 자연히 모든 지위와 권리가 돌아오는 사람이 그들이다.

어찌 공직자의 기준이 이 네 가지에 그치겠는가? 하지만 최소한 이 네 가지 조건만이라도 충족시킨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어변성룡(魚變成龍)의 초일류국가가 될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 시도지사, 군수, 지자체 의원 등 공직에 나서려는 사람은 참으로 당당하고 떳떳한 공직자의 심법과 역량을 갖추지 않고서는 감히 국민 앞에 똑바로 설 수가 없을 것이다.

<사기>에 계포일락(季布一諾)이라는 말이 있다. “계포가 한 번 약속한 것은 끝까지 지킨다”는 뜻이다. 계포는 약한 자를 돕고 의로운 행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우리 공직자라고 못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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