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브루 커피와 카페인

[아시아엔=박세영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커피학과 외래교수, CIA 플레이버마스터] 콜드브루 커피에는 카페인이 덜 들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디카페인 커피를 사용하지 않는 한, 모든 커피에는 서로 비슷한 양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전하다. 술의 세계에서 통하는 ‘잔의 법칙’과 같은 이치이다.

콜드브루 커피는 찬물로 커피가루를 천천히 적시는 방식이기 때문에 추출액도 한방울씩 천천히 나온다. 찬물이어서 카페인이 적게 추출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독한 술일수록 잔의 크기가 작은 이유가 ‘잔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한 잔에 담기는 알코올 도수가 같도록 잔의 크기가 문화적인 진화를 이루어 냈다는 관점이다. 커피에서는 카페인의 양이 알코올 도수에 비유된다. 에스프레소는 카페인의 농도가 진하기 때문에 잔이 작고, 아메리카노는 물을 희석해 양이 불어나기 때문에 컵이 크다.

하지만 카페인의 함량은 두 잔이 같다. 드립 커피를 담는 컵의 용량은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사이에 있는데, 역시 이 컵에 담기는 카페인의 함량은 비슷하다.

카페인은 물의 온도가 섭씨 80도를 넘어설 때 급격하게 추출된다. 실온에서도 카페인은 양이 적어서 그렇지 분명 추출된다. 얼음을 넣은 물로 실온에서 콜드브루 커피를 추출한다고 해도 접촉 시간이 12시간까지 늘어나면 녹아 내리는 카페인의 양은 증가한다.

통상 커피가루 50g을 물 600ml를 사용해 2~3초에 한 방울 떨어지도록 하면 3시간여만에 500ml가량 콜드브루 커피가 만들어진다. 콜드브루는 3시간 정도 추출하는 것이 향미를 더 잘 간직할 수 있고 위생적으로도 유익하다. 그러나 밤시간을 이용해 물을 천천히 떨어지도록 해서 아침에 용기에 담는 방식으로 커피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추출량에 따라 24시간을 찬물과 커피가루를 접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물을 떨어뜨리는 속도를 동일하게 맞춰도 커피 가루의 굵기가 가늘어지면 추출시간은 더 늘어나게 된다. 오랜 시간 공기에 노출된 채 추출되는 과정에서 세균오염의 위험이 높아진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해 만드는 아메리카노의 경우, 추출수 온도가 섭씨 90도~95도로 높다. 하지만 물이 커피가루와 만나는 시간이 25초 정도에 불과하고 드립커피는 길어야 3분 안팎이다. 더치커피 추출시간을 3시간으로 줄인다고 해도 커피가루와 물 접촉 시간이 아메리카노의 430배, 드립커피의 60배가량에 달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유통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커피 한 잔(250~300ml)에 약 100mg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그러나 ‘한 잔의 의미’가 달라졌다.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 16온스(약 473ml)에 달하기도 한다. 이 경우 한 잔에 담기는 카페인의 양이 220mg 안팎이 된다.

커피 품종도 카페인의 함량에 영향을 준다. 원두커피에 많이 사용되는 아라비카 커피는 카페인 함량이 1.1~1.7%인 반면 인스턴트커피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로부스타 커피는 이보다 2배 이상 많다. 콜라, 홍자, 코코아, 초콜릿, 감기약 처방에도 카페인이 들어가 있다. 카페인이 걱정이라면. 정보를 정확히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일단 커피를 마시는 간격을 길게 벌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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