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침착”(?)···스포츠 경기와 한국-일본의 국민성

2018년 6월 28일(한국시각) 러시아 볼보그라드에서 진행된 2018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6강 진출을 확정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일본이 16강에 오르기 위해 후반 10여분을 공 돌리기로 시간을 끌자 한국 축구팬들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일본은 대체로 조용했다. “전략이었다”는 니시노 감독의 말에 수긍을 보였다. <연합뉴스/AP>

[아시아엔=안상윤 전 SBS 국장, 베이징특파원 역임] 체조선수들은 다른 스포츠 선수에 비해 표정이 고요하다. 어려운 철봉과 안마 동작을 하며 두 팔만으로 몸의 평형을 유지해야 할 때도 얼굴은 무표정에 가깝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더라도 요란한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 곧잘 감정에 휘둘려 분노하고 격하게 승리 세리머니를 일삼는 구기종목이나 격투기 종목 그리고 육상 등 다른 스포츠 종목과 차이를 보인다.

스포츠를 하나의 이벤트나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쇼로 본다면, 승리에 집착하고 관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의식적인 몸짓이 필요할 것이겠지만, 스포츠를 자아실현을 위한 과정이나 극기 수단, 또는 하나의 도로 여긴다면, 승패를 초월하는 선수들의 덤덤한 표정이 절제를 아는 것 같아 신뢰감을 받게 된다. 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취향의 차이일 것이다.

한국인과 일본인에게서 받는 인상은 상기한 두 부류 스포츠 선수들의 모습이다. 일본인이 조용한 데 비해 우리는 요란하다. 일본인의 감정표현은 드문 데 비해 우리의 감정 표현은 왕성한 편이다. 일본인의 시선이 차분한 데 비해 우리는 뜨겁다.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축구가 온두라스와의 8강전에서 졌다. 여러 번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패색이 짙어지자 TV 중계진은 온두라스의 시간 끌기 행태를 마구 비난해댔다.

드러누워 시간을 끈다고 ‘침대축구’라고 비아냥거리다 억울함을 참지 못한 나머지 울먹이고 오열했다. 여자 배구가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에 지자 즉각 배구협회의 무성의한 선수 지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축구는 우리 선수가 상대방 골문 앞에서 슈팅 타이밍을 놓치며 볼 처리를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공을 빼앗기면서 상대에게 역습의 기회를 줘 실점했다. 여자 배구도 상대의 장신 벽을 뚫지 못해 패했다. 우리에게 패착과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자책을 먼저 해야 했지만 모두 타책만 하고 있었다.

2018년 모스크바월드컵 폴란드전에서 일본은 16강에 오르기 위해 후반 10여분을 공 돌리기로 시간을 끌어 목표를 달성했다. 이해 당사국인 같은 조의 세네갈이 FIFA에 항의하고 축구팬들이 “스포츠맨십이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한국 축구팬들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일본은 대체로 조용했다. “전략이었다”는 니시노 감독의 말에 수긍을 보인 것이다.

일본은 8강전에서 벨기에를 만나 2대0으로 앞서다가 내리 3골을 내주고 2대3으로 역전패했다. 다시 시간끌기를 했으면 대어를 낚을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이번에도 일본 국민은 별말이 없었다. 아까운 승부였지만 ‘그 정도로 됐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일본대표팀이 당초 목표로 삼았던 16강 진출을 이미 달성한 까닭이었다. 자기 분수를 아는 것이다. 자기 수준을 초과하는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는다. 자기 몫이 아니라고 여기는 까닭이다.

한국대표팀은 마지막 독일 전에서 한풀이하긴 했지만, 대체로 답답한 경기력을 보였다. “온 국민이 축구감독”인 한국민은 대표팀 비판에 열을 올렸다. 기본기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실력인데도 기대치는 컸다. 자기 분수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눈만 높은 까닭이다. 상기 사례들은 한일 두 나라 국민의 기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비단 스포츠 분야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양 국민의 기질 차이는 전반적으로 발견된다. 일본인은 직접적인 표현을 피하지만, 우리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한다. 우리가 남 얘기를 쉽게 하는 편인데 일본인은 뒷담화를 하지 않는다. 시사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다들 한마디씩 하는 데 반해 일본인은 호오(好惡)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일본은 국가가 원칙을 정하면 따르고 존중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고 예사로 뒤집으려 든다. 우리의 민족성은 강한 주관에 크게 작용을 받는다. 이 주관은 사회의 법도와 질서도 편의적으로 해석하고 세상을 나 위주로 바라보게 만든다. 남이 무어라고 하건 내 생각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고 남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내가 어떻게 대접 받는지에는 민감한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자기를 몰라주면 언짢아하며 항상 자기를 내세우려 든다. 돈이건 권력이건 힘을 좀 갖추었을수록 이런 경향성은 더 강해진다. 안하무인과 적반하장은 그런 경향성이 빚어낸다.

도쿄올림픽 배구 한일전. 열광하는 한국선수와 차분한 일본선수의 모습이 대비된다

2 comments

  1. 이런 것도 기사이고 칼럼입니까? ㅋ 저 환호가 주도권을 잡기위한 노력인건 생각도 안해보고 말같지도않은 일본인의 감성으로 쓰셨네요. 안하무인하게 글쓴건 본인이란걸 아셨으면 좋겠고, 그런생각으로 다큐를 만들어오셨다면 그건 더 심각한것같네요. 편견과 선입견이 가장 무서운 것이란걸 또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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