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수 목사의 코로나 묵상①]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마음”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관계에서부터 생활문화와 집단의식 등 여러 분야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사회가 앞당겨지길 바라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부활절을 맞아 ‘코로나 방콕하면서 묵상하다’란 제목의 메시지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임현수 목사의 길고도 깊은 메시지를 <아시아엔> 독자들과 5차례에 걸쳐 공유합니다. 임 목사는 2015년 1월 북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평양에 들어갔다가 체포돼 ‘국가전복’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31개월간 복역한 바 있습니다. <편집자>
요즘 세상을 보면서 속수무책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막강한 미국도 힘을 못 쓰고, 거대한 중국도 맥을 못추고, 이태리를 비롯한 유럽도 대책이 없습니다. 떵떵 거리던 대기업도 주저앉고, 부자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최고로 건강하다는 세계적인 운동선수도 쓰러지고, 20대 젊은이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린 아기도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속수무책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이 마음입니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도 마음의 근심은 뼈로 마르게 하느니라. 사람의 심령은 그의 병을 능히 이기려니와 심령이 상하면 그것을 누가 일으키겠느냐”(잠18:14)
“두려워 말라 강하고 담대하라.” 마음을 강하게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마음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요 능력과 사랑과 근신의 마음이라(딤후1:7)
오늘도 지구상에서는 매일 15만명 이상이 세상을 떠나 장례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보면 사실 몇 백명 죽는 것은 큰 이슈가 될 수 없지요. 그러나 지금은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입니다.
불과 지난 한두 달 너무도 놀라운 변화가 우리에게 찾아 왔습니다.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예술 체육 등 모든 분야에 쓰나미 같이 엄청난 파도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갑자기 불황이 찾아왔고, 모든 사람들의 왕래가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식당도, 극장도, 비행기도, 기차도, 버스도 텅텅 비었습니다. 공항은 폐쇄되다시피 되었고 200개 이상의 나라가 한국사람 오지 말라고 쇠빗장으로 문을 잠가 버렸습니다.
교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100년 200년 만에 아니 500년 1000년 만에 예배당을 닫았습니다. 강제로 닫은 것이 아니고 교회 스스로 문을 닫았습니다.
갑자기 일상생활이 바뀐 것 입니다. 저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의 감옥에 갇히는 바람에 거의 3년 가까이 어둠의 길고 긴 터널을 걷게 되었습니다. 긴긴 어둠의 시간이 계속 되었습니다.
정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한두 달이 아닙니다. 독방에서 949일을 혼자 보냈습니다. 그래서 한달 두달 집안에 있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오히려 즐겁고 기쁩니다.
잘 먹고 잘 쉬고 운동하고 책 읽고 영화도 보고 찬송과 예배시간도 제한받지 않고, 너무 좋지요. 매일 8시간씩 중노동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노동이 없는 안식이란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지요. 혼자서 3000번 밥을 먹었습니다. 같이 식구들과 밥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지상천국이지요. 가정의 회복도 축복이고요. 주일을 134번을 혼자 예배드렸습니다. 인터넷으로 유튜브로 예배할 수 있다는 것도 말로 다 할 수 없는 복이지요.
많은 죄수를 수용할 수 있는 감옥이었지만 저 하나 집어넣고 50명의 간수가 지켰습니다. 24시간 2시간씩 교대로 2년 7개월을 아무도 감독하지 않고···. 자가격리라는 것도 2주간만 지나면 자유니까 어려울 것이 없지요. 총 차고 옆에서 24시간 감시하는 것에 비하면 오히려 노래할 일이지요.
처음에 두달 노동하면서 몸은 다 망가졌습니다. 십이지장이 상해서 한달 동안 배를 움켜잡고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몸이 망가지지는 않지요. 십이지장이 상할 일도 없지요. 정신상태만 건강하면 잠 못 주무실 일은 없지요.
엄청난 욕설과 스트레스로 3개월간 논스톱으로 설사를 하며 고생했습니다. 차가운 곳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병이 생겨 전신마취 하고 수술도 하였습니다. 끔찍한 병원에서 공포스런 분위기를 느끼면서 수술대 앞으로 갈 일도 없지요.
겨울에 석탄창고에 들어가 하루 8시간씩 중노동하며 얼어붙은 석탄을 까다가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피가 터지더니 열 손가락이 전부 관절염이 걸려 접히지가 않았습니다. (손은 아직도 많이 아픕니다)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석탄재로 더러워진 몸을 겨울에 찬물로 씻고 잘 이유도 없지요. 우리는 따뜻한 잠옷 입고, 침대에서 전기장판 깔아 놓고 자고, 따뜻한 온돌에서 자지요.
몸무게는 23kg이 빠졌고 발가락은 전부 동상에 걸려 새까맣게 변했습니다. 2년7개월 9일 동안의 이야기를 다 할 수가 없습니다. 두달 동안의 일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이런 고통이 15번 이상 계속 되었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예기치 않은 일이 갑자기 나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