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형의 커피심포니⑦] 카페음료, 파헬벨 변주곡에서 영감을 얻다

물에 에스프레소를 넣어 아메리카노를 제조하는 모습.

[아시아엔=이동형 CCA 커피로스터] 한 주제를 여러 형태로 변화를 주면서 써내려 간 곡을 변주곡(Variation)이라 부른다. 쉽게 리듬을 조절해 변화를 주기도 하고 선율에 변화를 주며 주제를 반복하기도 한다.

꾸밈음을 사용하는 기법이 전통적인데, 대표적으로 ‘캐논변주곡’(Canon Variation)이 있다. 바로크시대의 작곡가 요한 파헬벨(Johann Pachelbel, 1653~1706)의 ‘캐논: 3대의 바이올린과 통주저음을 위한 캐논과 지그, 라장조’에서 영감을 얻은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이 변주곡 형식으로 편곡했다.

요한 크리스토프 파헬벨

파헬벨의 캐논은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돼 왔고, 우리에게는 전지현이 열연한 <엽기적인 그녀>나 손예진의 <클래식> 등 영화나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제법 익숙한 곡이다.

파헬벨은 ‘음악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를 키워낸 인물이기도 하다. 바흐는 평생을 하나의 주제를 각 파트가 반복적으로 모방하는 음악 형식인 ‘푸가’에 몰두해 14곡의 푸가와 4곡의 캐논으로 된 작곡집 ‘푸가의 기법’을 발표했다. 캐논이 하나의 주제를 여러 파트가 번갈아 가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형식이라고 볼 때 스승과 제자인 파헬벨과 바흐의 삶은 그 자체가 변주곡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마에스트로(Maestro), ‘거장’이라고 부른다.

물에 에스프레소를 넣어 아메리카노를 제조하는 모습.

카페에서 제공되는 커피음료를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Espresso variation)이라 부르는 것도 변주곡과 깊은 인연 때문이다. 커피 음료의 기본인 에스프레소가 곡의 주제이고, 캐러멜과 초콜릿 같은 다양한 재료들이 이를 변주를 유발하는 요인들이다.

에스프레소 자체도 변주를 한다. 본래 25~30ml를 추출해 제공하는데, 추출 시간과 양을 달리해 베리에이션을 만들 수 있다. 15~20ml를 추출해 제공하는 리스트레토(Ristretto) 혹은 코르토(Corto)라는 커피 음료가 있다. 35~45ml를 추출해 제공하는 룽고(Lungo)도 있다.

맛의 차이는 제조법만큼이나 분명하게 다르다. 리스트레토는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나고 룽고는 쓴맛이 부각된다. 도피오(Doppio)는 영어의 더블(Double)이라는 의미로 두 배의 추출을 의미한다. 따라서 도피오로도 각각 에스프레소와 리스트레토, 룽고가 각각 가능하다. 룽고 도피오를 제외한 에스프레소 도피오, 리스트레토 도피오는 모두 에스프레소 잔에 담아 제공한다.

에스프레소에 다양한 재료를 가미하는 베리에이션의 세계는 그 다양함이 끝이 없다. 커피 소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아메리카노(Americano)는 에스프레소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일정 비율로 물을 섞은 음료다. 에스프레소에 곱게 거품을 내고 데운 우유를 섞은 음료인 카푸치노(cappuccino) 또한 대표적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이다.

에스프레소에 곱게 거품을 낸 우유를 넣어 만드는 음료인 카페라테는 카푸치노와 구분하기 애매한데, 문화적인 탄생스토리가 다를 뿐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 보통 카푸치노는 카페라테보다 거품이 거칠고 풍성하며, 종종 시나몬 가루를 뿌리는 것으로 구별한다.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서는 대체로 거품을 내 우유를 섞으면 카푸치노, 생우유를 넣으면 카페라테라고 부른다.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중에서 구분하기 어려운 메뉴는 아마도 카페 마끼아또(caffe Macchiato)와 라테 마끼아또(latte Macchiato)가 아닐까 싶다. 이탈리아 말로 마끼아또(Macchiato)는 ‘점’ 또는 ‘얼룩진’, ‘오염된’이란 의미다.

카페 마끼아또는 에스프레소에 우유 거품을 올리는 음료이고, 라테 마끼아또는 우유거품에 에스프레소를 올려 만든다. 쉽게 말해 카페 마끼아또는 우유로 얼룩진 커피이고, 라테 마끼아또는 커피로 얼룩진 우유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양한 커피 메뉴를 변주곡에 빗대 표현하는 것만큼 멋진 비유와 은유, 상징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변화를 준다고 하지만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과 향이 그대로 흐른다. 그 토대 위에 창조적인 맛을 첨가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것은 음악만큼 예술적이다. 같은 변주곡이라고 해도 연주자마다 다른 느낌의 곡이 되듯 음료를 만드는 바리스타의 손길에 따라 마법처럼 색다른 맛들이 탄생한다.

카페 마끼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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