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도반, 무섭게 받드는 게 최선의 길

데한민국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일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동반자(同伴者)는 누구일까? 물론 부부, 친구 등이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중요한 동반자는 도반(道伴)과 동지(同志)인 것 같다. 도반이란 함께 진리를 닦는 벗으로서, 도(道)로 사귄 친구다. 동지는 의(義)로 맺어 한 길을 가는 사람일 것이다.

정산(鼎山) 종사법어 ‘공도편’(公道編) 42장에 이런 말이 있다.

「옛 성인이 “돕는 벗 세 가지가 있나니, 곧고 너그럽고 앎이 많은 벗이라” 하셨는 바, 삼세(三世)의 숙연(宿緣)과 윤기(潤氣)로 얽힌 우리 동지들은 세세생생 서로 도울 동지요 도반이라, 서로 서로 곧고 바르게 깨우치며 너그럽고 알뜰히 인도하여, 진실한 동심(同心) 동체(同體)의 동지(同志)가 되어야 할 것이니라.」

부처님은 바름을 행하는 자들과 가까이 하게 되므로 선업(善業)이 더 증장(增長)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도반이 무엇이냐 하면 바름을 행하는 자들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도반이라는 뜻은 아주 많다.

첫째, 진리를 깨치고 행하는 사람이다.
경전을 한번이라도, 단 한 구절이라도, 한 찰나라도 읽고 듣고 깨쳐서 한행이라도 바르게 행한 것이 있다면, 그 순간 삼계의 모든 인연이 도반이다

둘째, 누구나 진리를 깨쳐 발심한 사람이다.
오랜 시간을 수행하신 선승(禪僧)이나 이제 ‘일원상 서원문’이나 반야심경 한 글자를 듣고 마음에 발심한 저자거리의 걸인이 한 찰나 진여(眞如)를 깨쳐 발심한다면, 그 순간 그 두 사람은 도반이다.

셋째, 진리를 거슬리는 사람은 도반이 아니다.
비록 오랜 시간 수행하여 진리를 깨쳤다 하여도 그 마음이 간사하여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진리를 거슬리는 사람은 도반이 아니다.

넷째. 코 흘리게 아이와 도반이 되는 사람이다.
끝내 진여의 자성(自性)이 있다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순간, 결국에는 구멍가게에서 부모에게 사탕 사달라고 떼쓰는 코 흘리게 꼬마랑 도반이 된다.

다섯째, 중생과 도인을 차별하는 사람은 도반이 아니다.
아직도 중생과 수행인을 차별하는 사람은 자신이 죽는 줄 모르고 탁한 흙탕물에서 지렁이 한 마리에 덥석 덤벼드는 물고기와 도반이 된다.

여섯째, 중생이 귀한 줄 모르는 사람은 도반이 아니다.
중생이 보시하는 쌀 한 톨 귀한 줄 모르고, 중생이 우선됨을 모르는 수행자는 끝내 밝은 빛만 좇아 무작정 덤벼드는 불나방과 도반이 된다.

일곱째, 보살행(菩薩行)을 모르는 사람은 도반이 아니다.
지혜와 방편으로 때를 알아 머무는 바 없이 행하는 보살행을 모르는 사람은 끝내 무명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는 마군(魔軍)과 도반이 되므로 끝내 성불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 도인이라고 다 도반이 아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복(福) 중에서 가장 으뜸은 ‘만남의 축복’이라 했다. 그중에서도 배우자, 친구, 도반, 그리고 동지와의 만남이 단연 으뜸이다. 그러므로 인연을 잘 만나면 인생 최선의 행복이요, 잘못 만나면 재앙인 것이다.

왜냐하면 부부는 평생의 동반자이고, 친구는 인생의 동반자이며, 도반은 영생(永生)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에 인생을 함께 걸어갈 도반과 동지는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도반이야말로 나를 중생에서 불보살로 이끌어 줄 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도를 논하고 깨달음에 대한 문제를 상담할 수 있는 도반, 다른 사람에게 밝히고 싶지 않는 일도 털어 놓을 수 있는 동지, 마음이 아플 때 의지할 도반이 있으면, 영생을 살아가는데 그보다 더 소중한 자산은 없다.

향기가 진한 꽃 주위에 있으면 나에게도 향기가 난다. 악취가 나는 곳에 있으면 내 몸에서도 악취가 난다. 그래서 내 주위에 누가 있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관계 속에서 인간의 운명이 결정된다. 운명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한 선택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