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전문] 김현대 한겨레 사장 “가장 용기있고 겸손한 언론브랜드로 우뚝 설 것”

지난 20일 한겨레신문사 주주총회에서 새 대표이사에 선임된 김현대 사장의 취임사 전문을 싣습니다. <편집자>

사랑하는 한겨레 동료 여러분.

오늘 제18대 한겨레 대표이사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33년 전 스물여덟살의 1호 사원으로 한겨레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이 순간 제 가슴이 한없이 벅차올라야 할 텐데, 송구한 마음이 앞섭니다. 주주와 독자, 시민사회에서 한겨레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어깨가 날로 처지고 있습니다.

저는 한겨레가 대한민국의 자랑이고 우리들의 당당한 자부심이던 시절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한겨레는, 제가 알고 있던 한겨레의 본모습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 낯선 한겨 레를 우리가 마주하게 됐을까요. 이제 그 해답을 찾는 길로 나서야 합니다.

저는 3년 동안 다음 세 가지를 꼭 하겠다고 말씀드립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 기에, 여러분께 앞으로도 거듭 말씀드리고, 스스로 다짐도 거듭하게 될 것입니다.

첫번째, 후원모델을 개척하겠습니다. 지속가능한 언론으로 가는 이정표입니다. 저는 선거공약에서 후원자 또는 디지털 유료구독자를 10만명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꿈같은 소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저는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습니다.

한겨레 저널리즘에 대한 믿음을 디지털 환경에서 복원하는 일입니다, 한겨레 신뢰를 되살리고, 디지털 개발역량과 쌍방향 마케팅 역량을 강력하게 구축하는 일입니다. 이 길은 한겨레를 새로운 비전으로 이끌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용기있고 가장 겸손한 언론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는 길, 디지털 최강 언론사로 거듭 나는 길로 우리를 이끌게 될 것입니다. 백기철 편집인이 이 어려운 일을 진두지휘 하게 됩니다.

둘째, 지속가능한 언론사로 가는 길을 열겠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한겨레라는 기업은 800억원대 매출의 벽에 막혀 있었습니다. 한겨레 식구들은 가슴이 쪼그라들어 도전과 위험을 피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이제 질곡을 벗어던지고 1천억원대 그 이상 가는 매출 기업으로 뻗어나가야 합니다.

우선은, 수렁에 빠져있는 여러 자회사들의 사업구조를 재편해 키울 것은 키우겠습니다. 한겨레 브랜드 가치를 발판으로, 규모있는 신뢰 사업을 발굴하겠습니다. 한겨레출판 대표를 겸임하는 이상훈 전무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셋째, 한겨레 지배구조를 재정비하겠습니다. 분열과 갈등을 털어내고 지속가능한 언론사로 가는 또 하나의 숙제입니다. 지난 토요일 열린 첫 이사회에서 저는 “우리가 그동안 가장 잘못했던 것 한가지 꼽으라면 한겨레가 우리 사회의 자산, 사회적 공공재라는 사실을 잊어가고 있었다는 것, 한겨레가 우리 직원들의 것인 양 인식하게 됐다는 것, 그 결과로 뉴스에서도 사업에서도 우리 안에 갇히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 사우들은 17%의 지분만으로 한겨레 대표이사 선출의 전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모두 패배자가 되는 지독한 분열의 폐해를 겪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나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제가 앞장서 안팎의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갈 길은 멀고 험한데, 앞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위기가 덮쳐오고 있습니다. 휴사업, 여행사업, 씨네21의 영화광고 사업, 한겨레교육의 강의사업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본사의 올해 광고매출이 크게 떨어질 것에 대비해, 몇가지 시나리오를 짜서 준비하겠습니다.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수지를 잘 관리하겠습니다.

임원회의도 곧바로 비상체제로 가동하겠습니다. 김택희 상무와 정남구 상무가 최악의 위기를 방어하는 최전선에 설 것입니다.
지난 주에는 한겨레 창간의 주역인 권근술 전 대표이사를 먼 곳으로 떠나보내 드렸습니다. 참 인자하신 분이었습니다. 영결식에 많은 선배들이 모였고, 한겨레의 재건을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슬픈 자리였지만, 희망의 기운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1주일 전에는, 고 손준현 후배의 경북 상주 산소를 다녀왔습니다. 양지바른 곳에 따뜻하게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너무 늦게 찾아와서 미안하다는 말, 그 이상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안의 상처난 곳이 있을 때, 대표이사로서 먼저 찾아가서 어루만지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사장이 되겠습니다.

여러분 힘내십시오. 대한민국 사회는 가장 용기있고 가장 겸손한 한겨레를 꼭 필요로 합니다. 주주와 독자, 시민사회와 함께 한겨레의 건강한 내일을 다시 열어가도록 합시다.

감사합니다.

2020년 3월23일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김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