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떠나는 강지원 변호사 “정책선거, 방송인 앞장서야”

<인터뷰> 20일 ‘YTN 라디오’ 마지막 진행하는 강지원 변호사

공감형 진행’으로 시사프로에 온기 불어 넣어

차이나칼라 셔츠를 즐겨 입는 강지원 변호사

YTN 라디오 ‘강지원의 출발 새 아침’을 진행하는 강지원(63) 변호사가 20일(금) 방송을 끝으로 문화평론가 김갑수 씨에게 바통을 넘긴다. 평일 아침 시사프로그램 전쟁에서 강 변호사는 ‘공감형’ 진행자로 많은 청취자를 끌어들였다. 18일 방송 후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그는 “희망을 전하기보다 우리 사회의 절망적인 모습만 보여 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모레 방송이 마지막인데.
“20년 만에 대선과 총선이 한꺼번에 치러지는 시점에서 아침 시사프로그램을 맡아 기대가 컸다. 하지만 자괴감, 절망감만 깊어졌다. 여전히 우리 정치는 조폭정치, 두목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공천도 하향식으로 이뤄지며 밥그릇 싸움하는 조폭들의 모습이 재현됐다. 사찰풍(風), 막말풍의 한탕정치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면서 정책선거는 씨가 말랐다. 선거결과 지역독식 현상 역시 오히려 공고화됐다. 지난 11월부터 4월까지 매주 월요일 매니페스토 코너를 만들어 방송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중심을 못 잡고 북치고 장구친 언론의 책임도 크다.”

-그만두는 이유는.
“전형적인 저녁형 인간인데 오랫동안 아침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체력의 한계가 왔다. 작년에는 한 동안 감기가 낫질 않아 쉰 목소리로 방송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청취자들에게 미안했다. YTN 외 KBS 등에서도 아침 방송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습관이 쉽게 변하지 않더라. 제작진의 배려로 개편에 맞춰 그만두게 됐다.”

-방송을 진행할 때 원칙은.
“공정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 했다. 공정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YTN의 색깔이 중립보도이기도 했고.”

-방송에 지각한 적은 없나.
“지금까지 6개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는데, 한 번도 지각한 적이 없다. 지난해 홍수가 나 교통이 마비됐을 때에도 늦지 않았다. 늘 1시간 전에 가 준비하는 편이다.”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고, 새카만 후배와 인터뷰를 진행할 때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는 게 어색했다. 인터뷰이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잘 아는 분들이었는데, 사석에서 편하게 말 하다가 갑자기 존칭을 써야해 불편한 면이 있었다.”

-앞으로 계획은.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일에 열중할 생각이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가 정치다. 실천본부에서 올해를 ‘유권자 반란의 해’로 정했다. 총선에서는 이루지 못했지만 돌아오는 대선은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다방면에 걸쳐 노력하겠다.”

-정치할 생각은 없나.
“30년간 제의는 늘 있었다. 전혀 생각이 없다. 모범적인 정치인을 찾는데 힘을 쏟겠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도 개편을 위해 노력한 이정현, 김부겸 후보들의 경우 석패율제도가 도입됐으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을 텐데 좀 안타깝다.”

강 변호사는 검사 재직 중 청소년보호위원장에 임명돼 청소년 지킴이로 이름을 알렸다. 2006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를 맡아 7년째 선거문화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안녕하십니까 강지원입니다’(KBS1라디오), ‘좋은 세상 만들기, 강지원입니다’(원음방송), ‘강지원의 정책데이트’(KTV) 등 여러 방송프로그램을 맡은 베테랑 진행자이기도 하다. 대법관을 역임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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