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反테러 시나리오’에 언론 역할 ‘막중'”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외국공관 밀집지역 음식점에서 2016년 7월 1일(현지시간) 발생한 무장괴한들의 테러로 일본인과 이탈리아인 등 외국 민간인 20명이 사망했다. 당시 테러는 인질극을 동반했다. 1일 오후 9시20분 시작된 인질극은 방글라데시 군 특공대가 투입된 2일 오전 7시40분까지 10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방글라데시군의 나임 아슈파크 초우드리 준장은 2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인질로 잡혔던 민간인 희생자 20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는 그 어떤 명분과 그 어떤 형태의 테러리즘이라고 해도 용납하지 않는다. 방글라데시 언론 또한 테러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취하고 있다. 특히 탐사 보도를 통해 정책입안자들 사이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정부의 반테러 운동을 지지하는 여론을 형성했다.

그러나 정작 언론은 테러조직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2009년에는 방글라데시의 국립언론재단(National Press Club of Bangladesh)이 테러 단체로부터 건물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다른 지역에서도 테러에 반대하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향해 비슷한 종류의 협박이 있었다. 테러리스트들과 방글라데시 언론이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방글라데시의 테러 시나리오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방글라데시는 ‘안보’가 중요하고도 복잡한 이슈인 남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다. 남아시아 지역의 현재 상황은 다양한 분쟁과 테러의 증가, 정치적 충돌 등으로 불안정한 편이다. 비록 엄격한 법 적용으로 최근 몇 년간 테러 발생건수 자체는 줄어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남아시아의 테러리즘은 몇 가지 지역적 특색을 지닌다. 중동과 달리 테러가 빈곤과 불평등, 저개발의 산물인데 역사적, 정치적 요인이 극단적 이념을 키운 요람이 됐다고 하더라도 경제적, 사회적 요인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남아시아의 테러리즘은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남아시아 역사에서 ‘지하드(성전)’란 인도지역이 영국 식민지배를 받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오래된 ‘윤리적 투쟁’을 말한다. 하지만 국경을 초월하는 네트워크 형성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 있었던 1980년대에 생겼다.

1988년 아프가니스탄 지하드가 끝나고 나서 아프간인이 아닌 무슬림들은 본국으로 돌아갔는데 아프간 전장에서 쌓은 노하우와 인맥 등을 활용해 새로운 지하드 점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긴 점조직들은 정치적 비호 아래 가난과 저개발을 적극 이용하거나 정부의 부정부패 또는 직무유기 등을 악용하며 지난 20년간 계속 성장해 왔다.

국적을 초월해서 세력을 계속 확장해가는 테러리즘의 특성을 생각해 볼 때 그리고 지역적 측면에서 유기적인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보면 남아시아 지역은 굉장히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남아시아에서는 극단적 폭력을 하나의 국가의 안보 이슈로만 생각했지 지역적 혹은 국제적 공조를 통해?해결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국제적 테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종교, 애국심, 혹은 이념의 이름으로 종종 자행되는 테러는 세계안보와 경제에 큰 위협이 된다. 몇몇 특정 그룹은 서구와 이슬람국가 사이의 대립을 야기시킬 목적으로 테러 및 극단적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이들 국가 말고도 테러는 그 자체로 인류의 안전을 위협한다.

남아시아 테러리즘의 지역적 특색을 몇 가지 더 들어보자. 중동에 비해 자살폭탄의 수는 낮은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테러리스트들이 자살 폭탄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대신 강도가 약한 공격이나 수제 폭탄을 활용하는 편이다. 그들 중 일부는 정치행사 때 수류탄을 쓰기도 하는데 다수의 테러리스트들이 수류탄과 총기소지죄로 연행된 바 있다.

풍부한 문화적 유산과 함께 무슬림 대부분이 합리적인 방글라데시는 남아시아에서 반테러운동을 펼치기에 가장 알맞은 지역이다. 지속적인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방글라데시는 남아시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할 수 있으며 이는 세계안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른 시일 안에 반테러 연구그룹을 만들 필요가 있으며 이는 문제의 본질을 빨리 파악하고 획기적으로 테러에 대처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방글라데시 언론은 앞으로 극단적인 이념의 부상, 혹은 프로퍼갠더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테러의 결과물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있는데 그 뿌리는 전혀 건드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위험한 속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극단적 이념은 남아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테러리스트들이 인생의 어느 순간 극단적 이념에 빠지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2016년 7월 7일(현지시각) 방글라데시 다카 북동쪽 117㎞ 지점 키쇼레간지에서 괴한들이 ‘아짐 우딘’ 고등학교 앞 검문소에 폭탄을 던지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여 경찰을 포함해 4명이 숨지고 최소 12명이 부상했다. 당시 테러는 20여명의 사망자를 낸 다카 외교가 음식점 인질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1주일도 안돼 일어났다. 사진은 경찰이 테러 발생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언론은 정치적 목적을 지닌 폭력과 극단주의에 맞서 사회적 상식과 가치를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비록 종교 근본주의자들이 언론에 대해 위협과 공격을 가할지라도 방글라데시의 기자들은 반테러운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국민과 정부로부터 호응도 얻고 있다. 그러므로 언론계에 있는 사람들이 바른 교육을 받고 정확한 통찰력을 키워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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