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재생의료법 ‘생색내기 통과’···바이오산업·세계시장 개척에 도움 될까?

첨단재생의료법은 앞으로 국내 바이오산업의 연구개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특정 질병군 특례적용 제외 등 미흡한 점 보완해야
전문가들 “미·일 등 의료선진국과 경쟁 불가피”

[아시아엔=이상기 기자/알파고 시나씨 기자] 숱한 논란과 진통을 겪어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첨단바이오의약법)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6년 첫발을 디딘 지 3년여만의 결실이다.

첨단바이오의약법은 △치료 방법이 없는 희귀난치질환 치료를 위한 혁신바이오의약품 우선 심사 △업체 개발 일정에 맞춰 허가 자료를 미리 제출받아 진행하는 맞춤형 사전 심사 △유효성·안전성이 입증된 경우 임상 2상만으로도 의약품 시판을 허가하는 조건부 허가 등을 담고 있다.

첨단바이오의약법은 발의 제안을 통해 “첨단 재생의료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실용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법 취지를 밝혔다. 즉 △첨단바이오의약품의 품질과 안전성 및 유효성 확보하고 △제품화 지원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는 것은 물론 △여타 의료 선진국들처럼 현재 대체치료제가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 △법령이 정한 희귀 난치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임상연구 대상으로 정해 개발이 최종적으로 완료되지 않은 약제라도 치료 적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야심차게 ‘바이오입국’을 천명한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법안의 상당 부분이 바뀌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의미가 없지 않지만 불완전한 출발’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EU,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도 첨단바이오의약법을 갖추게 된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하지만 일부 질병군이 임상 치료 대상에서 빠져 국내의 수많은 환자들이 진일보한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없게 차단된 점과 약제 및 치료법의 인허가 과정에서 해당 부처의 임의적 판단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고 했다.

법안 주요 쟁점

이 법이 시행되면 각종 암은 물론 치매와 같은 노인성 퇴행성 질환, 기타 희귀난치병의 경우 환자가 원하면 줄기세포 제제 등 첨단재생 및 바이오 의약품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은 지난 3월 위원장 대안으로 통합돼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됐으나, 다음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부 조항에 명시된 임상연구자 대상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후 쟁점을 정리한 끝에 7월 17일 제2 소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제정법에 대한 동의가 이뤄져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2 소위원회는 법안 조정 과정에서 연구대상자의 정의 및 장기 추적조사 등에 관한 내용 일부를 수정 보완했다. ‘연구대상자’의 범주를 세분화해 ‘현재 대체치료제가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른 희귀질환과 난치질환 등을 가진 사람’으로 명시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민간의 지적을 수용해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장기추적조사 등 환자안전관리방안’을 추가했다. 또 국가 책임 아래 전문심의위원회 설치 운영, 이상반응 추적조사, 연구결과 기록·보고 등 안전장치도 강화했다.

그런데 문제는, 퇴행성관절염 등 현재의 치료법이나 약제로는 병증의 상태를 개선할 수 없는 이른바 ‘비가역적 질환’ 등을 임상 적용의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당초 법안에 포함된 비가역적 질환, 만성 또는 재발성 질병 등을 포괄했던 적용 범위를 크게 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위에서 제기된 신의료기술(의료기기 포함)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 및 특례 적용 규정도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라는 이유를 들어 통째로 누락시켰다. 이 법률안의 중량감이 당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바이오업계에서는 “그간 업계에서도 바이오의약품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만큼 법안 통과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이 법률안의 입법 취지에 비춰볼 때 국민병이라고 불리는 퇴행성관절염 등 ‘비가역 질환’이 법안에 명시되지 않고 누락된 점, 전문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있어서의 공정성 담보 부실, 특례 적용 유예 등은 앞으로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한일관계 갈등에서도 드러나듯 우리의 미래 먹거리이자 성장동력이 될 첨단 바이오산업의 기술력 역시 언제든 일본 등 강대국이 전략적으로 무기화할 수 있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관련 산업을 부양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수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법률안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 사례와 전망

전문가들은 우리가 그동안 축적해 온 바이오 분야 기술력이 세계무대에서 의료선진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반기고 있다.

2005년 불거진 줄기세포 연구논문 조작사건 이후 우리의 관련 연구개발이 최악의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미국·일본 등은 이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괄목할 성장세를 보였다.

실제로 미국 등 의료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첨단재생의료 및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을 간파, 바이오의약품의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법령을 갖추는 등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의 경우 의약품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식품·의약품·화장품법(FD&C, Act)’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오염에 취약한 바이오의약품은 ’공중보건법(PHS Act 351)‘을, 첨단재생치료제는 ’21세기 치유법(21st Century Cures Act)‘을 추가 적용하고 있다.

특히 ‘21세기 치유법’은 중증 질환의 의료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첨단재생치료제(Regenerative Advanced Therapies)’에 대해 2016년 12월부터 인허가 신속화 규정을 채택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미국처럼 의약품에 대한 공통 규정과 별개로 첨단의료제품에 대해서는 별도규정(ATMP법)을 적용해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특히 EU는 자체 규정한 ‘첨단의료제품(Advanced Therapy Medicinal Product)’에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치료제, 복합첨단의료제품 등을 포함시켜 질병 치료의 효율을 극대화하면서도 관련 산업 부양의 필요성을 폭넓게 수용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2014년부터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를 첨단재생의료 등 제품으로 규정하고, 첨단재생의료법이라는 단일 법령에 ‘의약품’과 ‘재생의료 기기’를 각각 별도로 구분,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포치료제 관련 제품의 인허가 및 안전관리 방안 등이 망라돼 있다.

바이오 전문가들은 “줄기세포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산업 R&D 산업화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법령을 갖춰 흡족하지는 않지만 비로소 예측 가능한 연구개발 및 산업화의 첫 발을 디딜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안전성이 담보된 가운데 산업발전을 위한 추가적인 법령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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