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15인의 명배우 ‘장미희’는 어떻게 생명력을 이어왔을까?
[아시아엔=알파고 시나씨 기자] 필자는 몇해 전부터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 본격적으로 방송활동을 하면서 아쉬움과 함께 깨달은 게 있다. 방송시장의 소비자인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와 순환이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방송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이미 방송시장에서는 출연할 탈렌트, 배우나 가수 등의 대안이 늘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트렌드를 놓치거나, 말 실수를 하면 이 시장으로부터 멀어지고, 결국 카메라 앞을 떠나야 한다.
필자는 그래서 두가지 추론을 했다. 하나는 지금까지 빠짐없이 계속 방송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 등의 스폰서측에서 과거 우리에게 기쁨을 준 방송인들에게 ‘의리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한겨레>가 올해 한국영화 100년을 맞아 특별기획을 했는데, 며칠 전 전찬일 영화평론가의 아주 좋은 글을 읽었다. 전찬일 평론가는 한국영화 100년의 자화상으로 ‘시대의 얼굴을 담은 배우들’ 15인을 꼽았다. 그의 글에 담긴 15명의 배우들을 일일이 읽어 봤는데, 안타깝게도 필자에게 대다수 배우들은 낯선 사람들이었다. 그 명단에 들어간 15명 중 5명이 이미 별세했고, 나머지는 필자가 한국에 온 2004년 이후에는 활발한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찬일 평론가의 리스트에서 필자가 이름을 아는 사람은 고작 전도연, 송강호, 이병헌, 그리고 한석규씨 정도였다. 그러나 이름 하나가 왠지 낯설지 않았다. 바로 장미희씨였다. 어디서 이 이름을 본 것 같았지만, 기억을 못 했다. 영화는 확실히 아니었다.
구글 이미지에 ‘장미희’를 치고, 사진을 보니까 어디서 이 분을 알게 됐는지 기억이 났다. 바로 ‘네이처셀 닥터쥬크르’ 광고영상에서 본 것이었다. 지난 1월 중순 함께 이집트 출장을 다녀오면서 친해지게 된 네이처셀 관계자분들과 문자를 주고받곤 하는데, 얼마 전에 네이처셀 직원 친구한테서 온 카톡 문자에 새로 나온 홍보 영상이 있었다. 그 영상 속에 바로 배우 장미희씨가 네이처셀 닥터쥬크르 모델로 출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장미희씨가 출연한 영화를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전찬일 평론가의 한국영화 100년의 자화상으로 ‘시대의 얼굴을 담은 배우들’ 리스트에 들어갈 정도의 배우인 장미희씨를 모델로 모신 네이처셀에게 한국영화 애호가로서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그동안 모범적인 삶으로 반듯하게 견디어내며 한국 방송시장의 아이콘이 된 분들을 사회가 잘 모셔야 다음 세대 방송인들이 현재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까지 고려하면서 정신 바짝 차리면서 활동하지 않을까 싶다. 네이처셀 광고모델 장미희씨가 대학에서 장차의 연기자들을 훌륭하게 지도하는 교수인 것도 이번 계기로 알게 돼 반가웠다. 필자 기억으로 한국사회에서 영화배우가 정식으로 대학교수가 된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짧은 만남이 이렇게 여러 각도의 인연으로 연결되는 걸 보면 한국사회 참 대단하다고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