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 한미 FTA는 유지될 듯”
4·11 총선 뒤 무엇이 어떻게 왜 달라질까??
4월11일 한국의 제19대 국회의원 300명이 선출됐다. 이번 총선은 한국 정치에서 여러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남북관계가 어떤 식으로든 개선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현 이명박 정부가 강행해온 각종 정책들이 야당의 호언장담처럼 번복될까 하는 점이다. 한미FTA가 대표적이다.
다문화사회로 성큼 다가선 한국은 탈북자와 이주여성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줬다. 20~30대 청년비례대표가 어깨 축 처진 젊은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낮은 대학등록금을 선사할 지도 관심사다.
총선에서 이긴 정당이 12월 대선에서도 이길 지는 미지수다. 최근 한국정치사에서?2번의 선거가 가까운 시간 간격으로 치러질 경우, 2번 연속 승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권후보로 거론되다가 이번 총선에서 소극적인 존재감만 드러낸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투표율이 70%를 넘을 경우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과 노래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불가능한 일임을 알기에 한 약속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기성 정당 불신감 최고수준에서 치러진 선거?
4·11 총선은 여야를 떠나 기성 정치권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불신감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치러졌다. 흔한 일이지만, 옛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옛 민주당이 통합민주당으로 각각 당 이름을 바꾼 점만 봐도 여당과 제1야당이 과거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4·11 총선 투표율도 앞서 치러진 선거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이번에 처음 도입된 재외한국인에 대한 투표의 경우 전체 223만3000여명의 유권자 가운데 2.48%만 투표에 참여했다. 이를 위해 투입한 국가예산은 293억원이었다.
총선 이후 남북관계는 상당히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 내내 암운이 드리워졌던 남북대화와 금강산관광 등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빛을 보게 될 수도 있다.?MB식 대북 강경노선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당이 할 수 있는 일, 못하는 일, 안 하는 일
민주통합당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공약했다. 또 주식양도차익 과세 등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MB정부에서 일어난 각종 권력형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한미FTA는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에서 추진한 일인 데다, 국가 간 협약을 국내정치 역학관계에 끌어들인다는 것은 넌센스라는 지적이 많다. 야당의 한미FTA 폐기 공약을 믿는 한국인들이 그다지 많지 않은 이유다. 복지정책에 쓸 재정 수요가 커졌다고 무턱대고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을 수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비리 및 각종 의혹 제기와 특검 요구 등 정치적 공격 수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야당에게 포기하기 어려운 대선전략이 될 것이다.
탈북자·이주여성 출신 국회의원 다문화사회 반영
4·11총선 결과 탈북자 조명철 후보와 필리핀에서 한국에 귀화한 여성 이자스민씨가 각각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됐다. 탈북자가 2만 명이 넘고 한국으로 이주해온 외국인이 70만명이 넘는다.
전체 인구대비 2%에 못 미치지만, 증가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다문화사회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지원이 두 사람의 국회 진출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청년비례대표 신선한 변화 기대
높은 등록금과 낮은 취업률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20~30대 청년들의 정치적 욕구에 착안해 여야 모두 ‘청년비례대표’를 공천했다. ‘88만원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들 청년비례대표 의원들은 민주화의 기치를 내걸고 극한투쟁을 통해 정치적 자산을 형성해온 1980년대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들과 달리 여야 각 정당의 선거전략 차원에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총선서 이기면 대선에선 불리?
“4·11총선은 12월 대선의 전초전이다?” 과연 그럴까. 10년 전인 2002년의 경우를 보자.
6월13일 지방선거, 12월19일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지자체 선거는 당시 한나라당의 대승이었지만 6개월 뒤 대선에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당선됐다.
4·11 총선과 12·19 대선 사이에는 8개월간의 시차가 있다. 10년 전보다 간극이 약간 길다. “앞의 총선을 이기면 뒤의 대선도 이긴다”는 말이 과연 맞을까? 한국인들은 성격이 급하면서도 균형감각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번 선거 승자가 대선을 치르는 8개월 동안 국민들이 기대하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경제와 일자리 등 난제들은 즐비하다.
안철수의 존재감 엿보기
2011년 10월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전광석화와 같이 등장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대권후보로 자리를 잡았던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4·11총선에서 거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기성 정치분석 틀로 볼 때, 이는 12월 대선에 출마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물론 다른 시각도 있다. 안 교수의 대항마는 구체적으로 현존하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기성정치 그 자체이므로, 기성정치 틀로 그의 행보를 평가해선 안 된다는 시각이다. 한국인들의 역동성을 감안하면, 8개월이면 선거 틀을 확 바꿀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새로운 정치의 틀을 상상하는 한국인에게 안철수 교수는 여전히 잠재적 대권주자다. 과거 노무현이 그랬듯 안철수가?드라마틱한 과정을 거쳐 한국의 새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편에서는 안 교수가 직접 대통령에 나서지 않고 문재인 등 다른 후보를 지지하며 정치적인 영향력을 지속시킬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