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굴레’···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아픔 담긴 민원보다 욕심만 가득 청탁 토할 것 같아”
국회의원 출신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페이스북
“서운함과 배신만 남는 사람 사이가 정말 무섭습니다”
몸도 영혼도 많이 힘듭니다.
국회의원 시절에도,
청와대 대변인 시절에도,
국회의장 비서실장인 지금도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잠도 하루에 4~5시간 정도 밖에는 자지 않았습니다.
제 입 즐겁자고 제 손으로 기름진 음식을 먹은 적도 드뭅니다.
제 몸 건강하자고 보약한번 챙겨먹지 못했습니다.
철마다 옷을 바꿔입지도 못했고,
어쩌다보면 양말은 구멍나기가 일쑤였습니다.
시골동네에서도 다 가는 중국이나 동남아 여행도 한번 못가봤습니다.
그런데도 통장은 여전히 빈 통장 그대로 입니다.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밝은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눈만 뜨면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몰려드는 청탁들을 대하면서도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하고 정성껏 듣고 설명하려 애썼습니다.
그것이 ‘국민을 대하는 남다른 태도를 지닌 정치인이 되겠다’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는 출발이고 기본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도 나날이 느는 것은 주변의 서운함들 뿐입니다.
뉴스에 보면 뻔히 사법처리가 되는 사안들을 가지고와서 자기만 특별히 처리해 달라는 것입니다.
남의 민원은 청탁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자신의 청탁은 정당한 민원이라고 우기며 꼭 들어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결과가 요구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 반드시 인간적 배신으로 돌아옵니다.
인간이 원래 그런 존재려니 하며 속으로 참으려해도
벌써 이런 세월이 10년이 넘고 보니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태를 누구에게 하소연할 곳도 없습니다.
오직 모든 것을 주관하는 주님께서 알아주시리라는 믿음 밖에는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며칠 전부터 몸살이 심하게 났습니다.
주일인데 성당미사도 못 갔습니다.
아들이 모처럼 쉬려나보라고 생각하셨는지 어머니는 백숙을 끓여 내놓으십니다.
입맛도 없지만 아픈 것을 어머니께 들킬까봐 억지로 입에 꾸역꾸역 밀어넣습니다.
서러운 눈물이 함께 넘어갑니다. 결국 체하고 말았습니다.
그 상태로 13시간 비행 끝에 이디오피아에 도착하였습니다.
목적지인 케냐 나이로비에 도착하려면 이곳에서 4시간을 기다렸다가 2시간을 더 비행기를 타야 합니다.
이제 전화가 오고 전화를 받는 자체가 지긋지긋합니다.
사람의 아픔이 담긴 민원보다 욕심만 가득 담긴 청탁에 토할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도 서운함과 배신만 남는 사람사이가 정말 무섭습니다.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빛나는 웃음’을 저는 가지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