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내모는 에베레스트 긴 행렬···입산료 8천만원 네팔정부 ‘허가 남발’도

AFP “정상 부근 정체로 7명 사망…긴 시간 기다리다 탈진”

[아시아엔=주영훈 기자, 연합뉴스] 8848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매년 5월과 10월이면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기 위해 베이스캠프에서 대기하던 등반객들이 일제히 정상 등반에 나선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등반객들

구르카 용병 출신의 네팔 산악인 니르말 푸르자가 지난 22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은 사람들로 붐비는 에베레스트 정상의 5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눈 덮인 바위산 능선을 따라 난 좁은 외길에는 정상에 오르려는 등반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긴 행렬을 이뤘다.

7개월간 에베레스트 14좌 완등에 도전하는 전문 등반가인 푸르자는 “당시 약 320명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면서 “산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발 8천m가 넘는 고지대에서 추위, 고산병과 싸우며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는 행위가 등반객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는 그의 경고는 현실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네팔 현지 언론을 인용해 “최근 에베레스트에 도전했던 등반객 3명의 사망이 정상 부근의 ‘등반객 정체’와 관련이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AFP통신도 24일 원정대와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정상 부근 정체로 인해 3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 최근 총 7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덧붙였다.

가이드 업체 파이오니어 어드벤처의 텐제 셰르파 회장은 “산등성이에서 기다리던 미국 등반객이 고산병을 호소하다가 죽었다”면서 “그가 죽은 건 정상 부근의 정체 때문”이라고 했다.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의 등반로 정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문제다. 네팔 관광청 관리는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등반로 정체는 매년 제기되는 심각한 문제다. 총체적인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팔 당국이 너무 많은 등반객에게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을 허용해준 것이 화근이라는 지적도 있다. 네팔 당국은 올봄 시즌 총 381건의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을 허용했다. 등반객은 통상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는 셰르파를 동반한다. 따라서 날씨 등 조건이 정상 도전에 최적화하는 며칠 사이에 최소 750명 가량이 좁은 외길에 몰릴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특수부대원 출신의 저명한 등반 가이드 해리 타일러(60)는 “세계 최고봉에 가기 위해 5만4천 파운드(약 8100만원)나 지불하고도 준비가 안 된 아마추어 등반가들은 자신의 목숨을 안전하지 않은 등반 업체와 부패한 관리에게 내놓는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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