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핵은 없어···핵발전소 폐기돼야”
체르노빌·마셜제도 원폭 피해자의 증언
‘합천비핵평화대회’ 참석차 방한
“안전한 핵은 없습니다. 한번 파괴된 땅은 회복되지 않습니다.”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피폭자인 파벨 브도비첸코(60, Pavel Vdovihenko)씨와 미국 마셜제도 비키니섬 핵무기 실험 피해자 조니 존슨(66, Johnny Johnson)씨는 한 목소리로 핵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21일 합천비핵평화대회 공동조직위원회(공동위원장 윤여준·지원·서승)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파벨과?존슨 씨는?“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폭발을 누가 예상이나 했겠냐”며 “한번 터지면 해결 방법이 없는 핵발전소는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벨 씨는 “체르노빌 주변에서 방사능이 나오는 조건들은 25년간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며 “지금도 최소 3~154km 반경의 토지가 상당한 양의 방사능에 오염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체르노빌 지역은 개별 주택의 가스 시설화가 미흡해 그 지역에서 마련된 목재를 연료로 쓰는데 그로 인해 연립주택과 농장들에 제2의 방사능 오염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벨 씨의 고향인 노보지브코브(인구 4만2,000명) 지역에서 해마다 암환자 발병률이 올라 최근에는 평균 194명의 암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체르노빌 주변?방사능 오염, 해마다 수백명 암환자 발생
존슨 씨도 “1946년 비키니섬의 핵무기 실험때문에 킬리섬으로 강제 이주된 후 1968년 정부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발표 후 우리들 중 일부는 다시 비키니섬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의사들로부터 우리가 위험한 수준의 방사능에 노출됐고 다시 섬을 떠나야한다는 말을 들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갑상선암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암을 앓게 됐다”고 증언했다.
또 “브라보 실험을 한지 58년이 지났지만 잃어버린 우리의 낙원은 여전히 원자탄과 수소폭탄 실험으로 오염된 채 남아 있다”고 전했다.
파벨 씨는 체르노빌에서 180km 떨어진 노보지브코브에 살면서 원전의 피해를 입었다. 사고 직후 체르노빌 NGO ‘라디미치’를 설립, 독일 의사들과 제휴해 주민 갑상선 검진, 장애인 재활과 복지, 젊은이 모임, 여름 캠프 등 다양한 시민운동을 펼쳐왔다.
존슨 씨는 마셜제도 비키니섬에서 행해진 미군의 핵실험 피해 생존자 중 한 명이다. 1946년 7월~1958년까지 마셜제도의 비키니섬과 에니웨톡 등에서 미군의 의해 67회에 이르는 핵무기 실험이 실시됐다. 비키니섬 주민들은 강제로 킬리섬으로 이주됐다.??
23~24일 경남 합천서 ‘비핵평화대회’ 열려?
한편 합천비핵평화대회는 3월 23∼24일 합천군 일원에서 개최된다. 파벨과 존슨 씨를?비롯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피폭자 등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23일 오후 1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다음날 17시까지 1박2일간 합천군문화예술회관, 군민체육관 등에서 총 4부에 걸쳐 진행된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전체 70만 명의 원폭피해자가 발생했다. 그 중 10%인 7만 명이 당시 조선인이었으나 이 중 4만 명은 목숨을 잃고 생존자 3만 명 가운데 2만 3000여 명이 한반도 남쪽으로 옮겨 왔다. 이들 중 절반이 경상남도에 연고를 두고 있고, 특히 합천에 새 터를 잡았다. 현재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등록된 이는 2675명, 이중 400여 명이 합천에 살고 있다.
김남주 기자 david9303@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