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년 특집①] 세계 최상위급 인간개발지수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예외성’

3.1운동은 한국의 근대의식과 민주주의 발전의 뿌리가 됐다.

[아시아엔=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민주주의는 자기통치(self-governance)의 완성과정이다. 의존하거나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개인(individual)의 형성은 물론이고 그런 개인들로 구성된 공동체도 의존과 구속 없이 구성원의 의지(will of the people)에 입각한 통치가 작동될 때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그럼 의미에서 근대 민주주의 발전은 무엇보다 봉건적 속박을 벗어난 근대시민적 위상을 갖는 자유로운 개인이 형성되어야 했다.

근대 시민 없는 민주주의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구현단위가 바로 주권국가이기에 외적 주권 침해를 극복하는 독립국가의 유지는 필수적인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근대적 시민 형성을 지향하며 민주주의적 독립국가 만들기에 나섰던 3.1운동 100주년 및 민주공화제 70주년은 민주주의를 기준으로 3.1운동이 갖는 성격과 의의를 고찰하고 남겨진 과제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보여진다.

먼저 평가해야 할 것은 한국민주주의 발전과정이나 현재의 수준은 근대화가 늦어졌던 비서구 국가로서는 매우 예외적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70년간 한국에는 예외적일 만큼 남다르게 민주주의가 비약되어 왔다. 봉건왕조적 폐쇄국가가 지속되고 중국에 대한 책봉과 조공이라는 속방(屬邦) 구조가 지속되던 조선(朝鮮)의 현실과 역사를 고려해볼 때 조선을 이은 대한민국은 아시아국가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산업화는 물론 예외적 수준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나라가 되어 있다.

폐쇄적 전체주의의 북한은 아예 제외하더라도 중국이나 베트남, 혹은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다른 아시아국가와는 차원이 다른 민주주의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이다. 근대화가 훨씬 앞섰던 오직 15개국 전후의 서유럽국가와 미국, 캐나다 및 일본을 예외로 한다면 한국은 다른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봉건(fuedal) 체제를 근본적으로 해체시켜냈고, 눈부실 정도로 근대(modern) 제도를 안착시키며 민주주의를 급속도로 발전시켜낸 나라다.

그것은 참정권과 보통선거제 도입, 종교자유, 혹은 재산권 보장과 여성인권 향상 등 각종 지표 비교를 통해 쉽게 입증된다. 의회민주주의와 보통선거권제의 도입 시기와 정착이 그런 예이고, 여성의 사회진출과 평등구조의 정착이 그렇다. 또 개방적 해외진출과 무역, 혹은 종교 자유와 타종교에 대한 관용이 그런 예이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일본 천황제나, 태국처럼 왕조제가 남아 있지 않은 공화제란 점도 특징이고, 인도와 필리핀처럼 신분제적 잔재도 거의 남아있지 않다. 특히 군국주의나 공산주의와 같은 극단적 전체주의로 가지 않았다. 지난 70년간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체제가 크게 흔들리거나 훼손됨이 없이 일관되게 성숙되어 왔다. 일본 군국주의는 물론이고, 소련과 중국 혹은 북한이나 캄보디아처럼 개인의 기본권과 재산권을 부정하는 극단적 전체주의 동원체제로 가지도 않았다.

늦어진 봉건제와 민주주의로 가지 못한 주변국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급속도로 개방적이고 글로벌화되면서 결코 배타적이지 않았고, 다른 사회의 문물과 합리적 제도의 습득과 활용은 그 어느 사회보다 빨랐다.

한 예로, 여성 차별이나 직업에 대한 신분제적 차별의 해체를 보면 더욱 뚜렷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부분의 중동국가에서는 지금도 여성이 직업을 갖는다는 것, 운전을 한다는 것, 스포츠와 영화를 즐긴다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거나 최근에야 다소 완화되는 현실에 있다. 여성은 동등한 인격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했고 지난 100년간 한국에서의 여성지위의 향상과정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또 다른 예로, 기업활동과 상업 및 무역활동에 종사한다는 것에 대한 가치부여는 지난 100년 전과 비교할 때 상상할 수 없는 변화다. 지배계급이 따로 있고, 제조업과 같은 노동과 장사는 상놈이나 천민들이나 하던 사회에서 직업관의 변화와 직업선택의 자유는 거의 제한 없는 나라다. 종교선택, 정당선택, 지도자선택과 정책선택은 물론이고 거주이전의 자유와 재산 축적 및 재산의 자유처분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민주적 선택’은 보장되어졌다.

그런 극적 변화는 매년 발표되는 각종 국제사회의 통계로도 나타난다. 2018년 영국 <Economists>지의 EIU는 한국민주주의는 세계 20위에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그런 평가는 지난 10여년간 거의 변화 없는 일관된 평가였다. 영국 EIU의 평가에 따를 때 한국 국민은 세계 5% 인구만이 누리는 민주주의 수준에 사는 극히 예외적 아시아인이다.

한국은 20위내의 유일한 비서유럽국가에 해당한다. 반면에 한국 주변의 북한, 중국 및 여타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은 가장 민주주의가 유린된 나라로 평가되고 종교자유조차도 상상하기 어렵다. 또 다른 민주주의 분석기구 인 ‘Freedom House’의 평가도 동일하다. 한국은 벌써 몇십년째 세계 230개국 중 상위 34개국 이내 국가들만 누리는 민주주의 수준을 지속시켜온 나라다.

일본을 제외한다면 다른 주변 아시아국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나라로 평가된다. 직접적 민주주의 지표는 아니지만 매년 유엔(UN)에서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에서도 한국은 일본과 함께 서유럽국가가 아니면서도 서유럽국가 수준에 있는 세계 12위 전후의 최상위급 인간개발지수를 유지하는 희귀한 존재로 평가되어 왔다.

비교의 방식으로 더 들여다보면 한국의 선거와 복수정당제의 유지나 언론자유의 유지 등은 70년 전에 시작된 것이지만 중국을 비롯된 많은 주변국들이 한국이 70년 전에 유지했던 수준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공산전체주의로 가거나, 전근대봉건체제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특히 식민체제가 종료되며 신생독립국 대부분이 왕조적 봉건체제로 되돌아 간 것부터 한국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한국 민주주의를 폄하하며 아시아에서 유일무이하게 민주주의 수준이 높다고 과대평가되어온 인도(印度)를 보면 더 뚜렷하다. 카스트제도가 온전하고, 직업은 계급구조에 따라 대물림되는 것을 한국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실증 통계로도 세계에서 자살하는 여성의 5분의 2인, 36.6%가 인도여성이다.

여성을 주체적 인격을 갖춘 개인으로 보지 않고 남성 및 가문과 신분구조의 부속물로 보는 인식이 만연되어 있고, 인도 여성의 62%는 남편으로부터의 폭력조차 적법행위로 인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현실이다.

민주화라는 의미로 반복되어온 중동지역의 각종 ‘중동의 봄’(Middle East’s Spring)에도, 혹은 코라손 아키노 등으로 대변된 필리핀의 민주화(1986)나 아웅산 수치가 이끈 미얀마 민주화와 같은 수 없는 민주화과정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독립국 혹은 개발도상국은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로 가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커다란 차이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쿠데타와 군부체제가 민주주의를 유린한 것이고 실질적 민주주의는 1987년부터라고 평가하려는 시도도 있어왔지만 그것은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일관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세계 전역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거의 예외없이 반복된 475회의 군사쿠데타와도 달리, 한국에서는 쿠데타 이후에도 다른 나라와 달리 사회경제적 삶의 질이 고도로 성장했고 근본적 후퇴 없이 민주주의를 향해 진전되어 나갔다.

물론 한국민주주의는 조선말 및 대한제국에 펼쳐진 문명개화의 지향, 일본 식민체제의 근대적 경험, 그리고 광복이후 미국 군정(軍政) 경험을 기반으로 한 것임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민주공화제 혁명(1948)을 거쳐 출범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냉‧열전체제 시절 공산제국주의 및 북한 전체주의와 전쟁하고 대결하는 상황 속에서 세계적 수준의 민주주의를 성숙시켜냈다는 점에서도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민주주의 혁명 및 지속적 발전과 관련하여 찾을 수 있는 우리민족 고유의 전민족적 민주주의 운동이라면 그것은 3.1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한국 민주주의 혁명과 성공에 3.1운동의 영향은 유일무이한 것이다. 3.1운동은 봉건 조선을 극복하고 민주공화제에 대한 민족적 합의를 형성시켜내며 임시정부와 광복을 거쳐 건국된 한국의 민주주의의 공통 기반이기 때문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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