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결핵환자일 수 있습니다!”

“당신도 결핵환자일 수 있습니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당신도 결핵환자일 수 있습니다!”

결핵관련 광고 문안이다. 서울시가 직영하는 결핵병원 위치와 결핵진료 상담전화를 표시해 두었다. 결핵환자는 진료비가 무료라는 문구와 결핵 자가검진표와 결핵 발병 후 초기증상도 알려주고 있다.

결핵 후진국인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이 1위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공익광고가 필요하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한 감염병으로 제3군 법정감염병이다. 결핵균은 공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고, 여러 증상을 유발한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막대 모양으로 보인다. 결핵균은 굵기 0.2㎛, 길이 1-4㎛ 크기이며, 1882년 독일의 로버트 코흐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우리 몸에 결핵균이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균을 둘러싸 공격하는데, 결핵균은 이 공격을 견뎌내는 힘을 갖고 있으면서 증식도 하지 않아 대부분 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해 병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하면 몸에 이상이 생긴다. 결핵은 대부분(85-90%) 폐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을 비롯하여 두통·허리 통증 등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핵환자와 가까이 접촉하면 30% 정도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며, 감염된 사람 중 10% 정도가 결핵 증상이 나타난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라고 말하는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77.0명이며, 사망률은 10만명당 5.2명으로 OECD 36개국 회원국 중 부끄러운 1위다. 2위는 유럽 북동부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라트비아공화국. 이 나라 발생률은 37.0명, 사망률 2.8명이며, 발생률 3위는 멕시코(22.0명), 사망률 3위는 포르투갈(2.5명)이다. OECD 회원국의 결핵발생률 평균은 인구 10만명당 11.7명, 사망률 10만명당 1.0명이다.

결핵은 우리나라도 문제지만 북한은 더욱 심각하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결핵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513명이며, 사망률은 43명으로 세계 최고수준이다. 북한에서 결핵으로 2016년 1만1000여명이 사망했다.

유진벨재단은 인세반 박사가 대북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1995년 미국에, 그리고 2000년에는 한국에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유진벨재단의 핵심사업은 북한의 결핵환자 치료를 위한 지원이며, 최근에는 일반결핵약에 대해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결핵환자 지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원중단과 대북제재로 인하여 북한의 결핵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한다.

국내 결핵환자가 2000년대 들어서 다시 증가한 데는 북한 요인이 있다는 추정도 있다. 즉 북한을 방문한 사람이 10만명이 넘는데 다녀온 뒤 결핵검사를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

필자도 노무현 정부 통일부의 ‘대북지원사업 전문가’ 자격으로 2007년 10월 27-30일(3박4일) 북한 평양과 황해남도 신천군을 방문했다.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 북한 관리, 병원 의료진과 환자, 신천군 지역주민, 평양장충성당 신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귀국 후 결핵 검사는 받지 않았다. 이에 앞으로 남북 왕래와 접촉이 활발해지면 결핵 감염 우려가 커질 수 있으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1950-60년대 결핵은 ‘국민병’으로 간주되었다. 특히 6·25전쟁 직후인 1954년에는 매일 300여명이 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제발전으로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BCG 접종이 보편화된 지금도 한 해 결핵사망자가 2000명이 넘고, 새로운 결핵환자가 매년 3만명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A회사에서 2013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5년반 동안 결핵환자가 무려 190명이 발생했다. 한 회사에서 결핵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는 것은 선진국에선 극히 드문 일이다. 이에 한국이 ‘결핵후진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결핵환자가 쏟아져 나온 지역은 대부분 도심 지역으로 서울의 경우 강남구에서 2622명, 서초구에서 1736명, 중구에서 1531명의 회사원이 결핵에 걸렸다.

지난해 파악된 신규 결핵환자 2만8161명 중 회사원이 7677명으로 27%를 차지하고, 신규 결핵환자 중 회사원이 많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결핵환자 20명 이상 발생한 회사 68곳을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 가운데 70%는 매년 새로운 결핵환자가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한곳에 모여 일하는 사무실 특성상 전염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회사원 중 결핵환자가 생기면 신속하게 회사 업무에서 빼고, 해당 회사원은 의료기관에서 결핵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결핵환자가 발생하면 업무환경을 개선해야 하지만 이를 준수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이는 결핵환자를 그대로 근무시키다 적발되어도 과태료 500만원만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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