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민주화운동 ‘상징’서 ‘수치’로 전락···앰네스티 ‘양심의 사절상’ 박탈?
[아시아엔=김소현 기자] 아시아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큰 영예를 누렸던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이 최근 몇 년 새 미얀마의 ‘자랑’에서 미얀마의 ‘수치’로 오명을 쓰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11월 11일 미얀마의 실질적 최고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에게 2009년 가택연금 당시 수여했던 최고상인 ‘양심의 사절상(Ambassador of Conscience Award)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쿠미 나이두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수치에게 보낸 서신에서 “당신이 더 이상은 희망과 용기, 영원한 인권수호의 상징이 아니라는 사실에 크나큰 실망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나이두 사무총장은 “국제앰네스티는 침통한 심정으로 귀하의 ‘양심의 사절상’ 수상을 박탈한다”고 통보했다.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인종청소에 가까운 학살과 성폭행, 마을 파괴와 추방 등 반인권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관해왔다는 이유에서다.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이슬람교도이자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시민권은커녕 기본적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학살과 추방의 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수치 자문역이 자신의 정치적·도덕적 권위를 미얀마의 인권과 정의 및 평등수호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 점에 크게 실망했다”며 “그는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잔혹행위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앰네스티는 특히 “미얀마군의 학살장면을 기록하던 <로이터통신> 기자 2명에 대한 기소 및 판결을 옹호했다”고 비판했다.
아웅산 수치는 1988년 미얀마의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이끄는 정치적 결사체인 민족민주동맹(NLD) 지도자로 선출된 이래 30년 가까이 자택연금과 해제가 되풀이되는 처지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구심으로 헌신했다. 1988년 8월 8일 미얀마의 전국적인 반독재 민주화시위(8888항쟁) 직후 신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다시 장악한 직후부터 고난과 영광의 길을 동시에 걸었다.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아웅산 수치에 붙여진 ‘명예’ 칭호의 철회·박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0월 2일에는 캐나다 의회가 ‘로힝야족 사태’의 수수방관을 이유로 아웅산 수치의 캐나다 명예시민 자격을 박탈했다. 수치는 캐나다에서 명예시민 자격을 박탈당하는 불명예 1호로 기록됐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영국 에든버러시가 수치의 명예시민권을 박탈했고, 3월에는 미국 홀로코스트추모박물관이 수치에게 2012년 수여한 엘리 비젤상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옥스퍼드 시의회가 1997년 수치에게 수여한 명예시민훈장을 20년만에 박탈했다. 수치가 유학한 옥스퍼드대학도 정문에 걸려있던 수치의 초상화를 떼어내고 ‘자랑스러운 동문’ 명단에서 삭제했다. 한국에서도 아웅산 수치의 명예를 철회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광주 5·18기념재단은 2004년 그를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선정, 수치는 2013년 광주시 초청으로 광주를 방문해 광주인권상과 함께 광주명예시민증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