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설의 인문학 산책···숲과 들판 거닐며 사색을
[아시아엔=박상설 <아시아엔> ‘사람과 자연’ 전문기자,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 저자, 캠프나비 대표] 행동 없는 지식의 거품은 인문학의 빈곤이 원인이다. 삶에 시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내게 던진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인문학을 배워야 하고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하나? 더 나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세상은 늘 무엇인가에 의해 쉴 새 없이 변한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무엇으로 삶을 풍요롭게 바꿀 수 있을까? 그 해답이 인문학에 있다.
삶의 현장에서 부딪치는 여러 문제들은 하나의 물음 즉 ‘어떻게 살 것인가?’에 귀결된다. 너무나 막연하여 똑 떨어진 답을 구하기가 어려워 많은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고 만다. 하지만 우리는 사색을 통하여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해 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물음은 인생의 모든 물음의 뿌리이며 인생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이기 때문다.
인문학(humanities)은 인간존재의 근원문제인 인간의 문명과 사상, 문화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심오한 사유와 예리한 비판 그리고 정밀한 분석으로 폭넓게 인생문제를 탐구하는 것이다. 인문학은 철학, 심리학, 역사, 문학, 예술, 자연과학, 음악, 레저 등을 망라한 배움이다.
쉽게 시작하는 인문학의 숲
문학은 언어예술이며 문예이며 문명의 꽃이다. 문학은 예술의 핵심이자 인문학 전반에 맥을 같이한다. 문학은 어떤 특정한 주제의 소설형식과 시 그리고 희곡의 서술이다. 소설과 시 그리고 희곡은 민족주의적 경향을 갖거나 인류적 소재를 그린다.
인문학은 배우고 외워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머리만이 아닌 가슴과 몸으로 익히는 배움이다. 위대한 성인이라 불리는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의 가르침도 알아야 하지만 사실 인문학은 우리 주변에 있다. 가족을 비롯하여 주변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아픔을 같이해주며 배려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문학의 시작이다.
잘 사는 것이란 하나의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열정을 다하는 데 있다. 깊이 생각하고 옳다고 확신하면 지체 없이 행동한다. 가장 훌륭한 무기는 과거를 망각하는 것이다. 항간에서 말하는 성공학이 아니라 삶을 자연 친화로 이끄는 인문학적 사색이 중요하다. 인문학적 사색은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는 힘이며 근원에 충실하며 편리·편의와 타협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살아낸다.
요즘의 세상을 흔히 ‘인간성의 부재시대’라고 한다. 시급한 문제는 올바른 인성의 발현이다. 가정교육이 기초토대이며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이 중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일상생활에서 평생학습으로 올바른 인성을 다져나가야 한다.
삶의 궁극적 목표인 행복은 사람간의 정서가 넘쳐흐르는 감성의 소통이며, 이는 평생학습을 통한 ‘행동하는 인문학’에서 얻어진다.
인문학은 사람의 관계를 다루는 인성의 학문이자 인생에 대한 사유의 학문이다. 인생을 담론하고,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논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일까에 대하여 담론한다. 인문학을 가치담론이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사람 얘기, 사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런 것 모두가 인문학의 이야기 거리다.
인문학은 단순히 책을 읽고 이해해야 할 지식이 아니라, 삶이자 사람 그 자체다. 우리는 인문학을 통해 인간을 읽어내야 한다. 진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세상을 꿰뚫는 인문학의 안목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하는 인문학적 안목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지평이 넓어진다. 인문학은 원래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폭넓은 안목을 길러주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배움이다. 인문학에는 세상을 꿰뚫는 통찰력이 있다. 인문학은 세상과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통합적이고 합리적으로 융합하는 시선을 길러준다.
인도에서는 베다와 우파니샤드, 중국의 공자와 노자·장자의 저서, 이집트의 사자의 서와 마찬가지로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함무라비 법전과 길가메시 서사시 같은 책으로 사람들은 배움을 깊이 한다. 정약용, 톨스토이, 루소, 쇼펜하우어, 괴테 등의 저작을 탐독한다. 이를 통해 ‘나’ 한 사람에서 벗어나 공동체에 대한 관심으로 지평을 확대해 나간다. 인문학 공부가 미래의 행복을 열어준다는 믿음으로 끊임없이 사색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 강의를 들으려 분주히 다닌다. 자녀에게도 어렸을 때부터 인문학을 학습시키는 경우도 있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 시절 동양고전 인문학에 남다르게 심취했다. 마크 주커버그는 라틴어로 된 원문고전을 읽는 게 취미였다. 빌게이츠도 인문학을 무척 좋아했다.
인문학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마치 그들로부터 시작된 것같이 요즘 사람들 사이에 열병을 앓고 있다. 한편으로는 좋은 현상이나 다른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그들처럼 “성공하고 싶다”는 동기라면 말이다. 인문학은 성공의 공리심이 아니라 자유로운 독립적 값진 자아이기 때문이다.
움막에서 농사지으며 배우는 인문학
일상생활에 열중하다 주말에 캠핑하며 농사짓고 인문학 산책 하기 50년. 주말 농사와 자연과 벗삼으며 삶의 위기에서 희망으로 건너가는 길목을 발견했다. 세상을 꿰뚫는 안목도 키웠다.
사람들은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소비적 놀이에 집착한다. 폭발적으로 성행하는 각종 이벤트, 왜곡된 놀이문화, 사치풍의 해외여행에서 탈출할 때가 됐다. 책 한권 들고 숲을 산책하며 하늘 쳐다보며 잠시 사색에 잠기는 것,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