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재 83] ‘내로남불’ 버리고, ‘나의 깨진 유리창’을 찾다

[아시아엔=김희봉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한 손에 들려 있는 작은 휴지조각을 버릴 곳이 마땅치 않다. 그냥 길가에 버리자니 양심에 거리끼고 계속 들고 가자니 뭔가 불편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건물 한 쪽 구석에 크고 작은 쓰레기들이 일부 버려져 있었다. 물론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는 아니었다. 하지만 필자는 거리낌 없이 그곳에 휴지를 버렸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보니 전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아마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그곳에는 계속 쓰레기가 쌓여갈 것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미국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Kelling)은 ‘깨진 유리창의 법칙’으로 명명하고 범죄심리학에서 다루고 있다.

간단히 설명하면 건물 주인이 깨진 유리창을 발견했는데 이를 즉각 수리하거나 교체하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거나 그대로 방치해둔다면 그 유리창의 나머지 부분도 지나가는 아이들이나 행인들이 던진 돌에 의해 모조리 깨져버린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건물에서는 절도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

다시 말해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비단 범죄학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 역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피해가기 어렵다. 개인에게 있어 깨진 유리창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쉬운 예를 하나 들면 아침에 일어나야 할 시간을 알리는 알람시계를 끄고 “5분만 더”를 외칠 때다. 불과 5분에 지나지 않지만 당일 일정이 엉키게 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무리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했으면서도 이를 방치하거나 방관하는 것 역시 ‘개인의 깨진 유리창’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계획한 일이 있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 일을 나중으로 미루는 것도 포함된다. 자신이 세운 계획을 실행하거나 목표를 성취하는 과정의 곳곳에서 걸림돌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친구나 동료 사이에 사소한 말다툼이나 의견충돌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갔다면 이 또한 깨진 유리창임에 틀림이 없다.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당사자를 새로운 상황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어색한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접하기도 한다.

개인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는 먼저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깨지거나 금이 가있는 자신의 유리창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기왕이면 구석구석 샅샅이 찾아보자. 이와 함께 주변에 도움을 청해 자신이 미처 찾지 못한 것을 발견하는 것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발견했다면 더 금이 가거나 외부의 영향을 받아 모두 깨지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더 큰 문제가 야기될 수도 있고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스로 나머지 창을 깨고 새 창을 끼워야 하는 과감한 조치도 필요하다.

개인의 변화와 혁신은 이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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