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범죄칼럼] 혈액형, 범죄수사에 어떻게 쓰이나?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혈액하면 혈액형을 바로 떠올린다. 자주 들어 귀에 익은 ABO식 분류와 더불어 DNA 감정은 범죄수사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한다.

혈청학(serology 血淸學)은 늦둥이다. 20세기까지 혈흔분류는 했다. 그러나 동물혈액과 인간혈액인지 구별하지 못했다. 아둔한 살인자도 그 점을 익히 알았다. 피해자의 피를 토끼 가죽 벗기다가 묻은 피라고 둘러댔다. 그게 그런대로 통하기도 했다.

1814년. Dr. James Blundell이 동물수혈실험에 착수했다. 대부분 고통 속에 죽었다.?1818년. 인간수혈실험은 성공 반 실패 반. 1871년의 경우 263명 중 117명 생존. 성공률 44.5%. “혈액형은 둘 이상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ABO식 분류

1900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Dr. Karl Landsteiner는 육안으로 식별한 응고상태에 따라 A, B, C 세 혈액형으로 분류했다.?C형은 나중에 O형으로 변경됐다. 곧 AB형도 발견, ABO식이 혈액형 기본형으로 정착됐다.

일정량의 피가 있어야 감정이 손쉽다. 범죄현장에서는 필요한 양을 얻기 어렵다. 적은 혈액으로도 식별 가능한 ABO식이 그래서 많이 쓰인다.?ABO식은 또한 수혈에도 중요하다. 항원에 따라 피가 응고하기 때문이다. 사망에 이른다.

1925년. 란트스타이너 박사는 땀·침·정액·오줌 등 체액도 혈액형 분류가 가능함을 발견했다. 예컨대 혈액은 A형, 체액은 A형 물질이 없거나 적다. 이 경우는 비분비형(非分泌型)으로 인간의 14%가 여기에 해당한다.?반대로 양쪽에 다 있는 분비형(secretor 分泌型)이 86%를 차지한다.

동일인물인가?

옛날의 forensic pathologist(법병리학자)는 용의자의 옷을 소금물에 넣으면 흰 침전물이 생기는 걸 알았다. 혈액이 반응한 농축물(濃縮物)이다. 이로써 피해자 혈액여부가 가려졌다. 과학수사연구소 동물 항혈청(anti-sera)팀은 여우 피라고 주장하는 살인범 진술의 진위를 가려냈다.

수사에서는 ABO식만으로는 개인 식별의 결정적 증거가 되지 않는다. 피해자 ‘나노숙’ 혈액형 A. 근처에서 발견된 ‘신원불명 사체’ 혈액형도 A. 두 사람은 동일인물인가? 아닌가? 두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으면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확증 얻는다. 일치한 경우가 문제다.

A형 소유자는 이 두 사람 외에도 수없이 많다. 일치하는 사람 수없이 많다. 누가 진짜인가?

법정으로 가기까지 시간 걸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류법이 더 고안됐다. 먼저 ABO식과 MN식 검사를 한 다음, 같은 형이면 P식 또는 Q식을 추가한다. 백혈구 형태를 분류하는 HLA, 혈액의 효소형태를 분류하는 효소형도 추가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법정에서 인정받기까지는 우여곡절 많이 겪었다. 배심원들은 고개 절레절레 흔들었다. 솜털과 머리카락, 옷 쪼가리의 핏방울은 너무 작아 식별 어려웠고, 검사방법과 용어가 난해한 탓이었다.

1934년. 이윽고 증거로 채택되기 시작했다. 법혈청학(forensic serology 法血淸學)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갈 길은 험난

2차 대전 후 Stuart Kind는 오래된 혈액도 간편하게 분류하는 방법 개발했다.?방사면역검정법(放射免疫檢定法)으로 남녀성별도 가려낸다. 현재 법의학교실에서는 한번에 35종류의 혈액형을 전부 조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검사결과 동일혈액일 확률은 994억명에 한명 이하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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