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간 80] 마찰, 잘 활용하면 윤활유가 된다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교육공학 박사] 주변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기를 바라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갈등이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어떤 일을 함께 계획하거나 실행에 옮기게 되는 경우 사사건건 시비가 붙거나 불협화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러한 갈등은 갑자기 일어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람 사이의 갈등은 주로 “나는 옳고 당신은 틀리다” 등과 같은 흑백논리의 전개, 정보의 왜곡, 자기주장에 대한 집착 그리고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만 선택하는 것 등에서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시작된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증폭되는 것 같지만 대개의 경우 시간의 흐름과 함께 축소되거나 해소되는 모양새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간과하면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앙금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거나 해결된 듯 보일지라도 갈등의 당사자 간에는 앙금이라는 것이 남는다.


이 앙금이라는 것은 내면에 위치해 있어 지금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표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앙금을 표면 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갈등의 당사자들인 경우가 많다. 당시에 발생했던 갈등의 원인을 면밀히 확인하지 않거나 이를 고치려는 마음과 행동이 수반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 간에 미봉책으로 남겨 놓았던 앙금이 터지게 되면 갈등의 강도는 예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기도 한다.

갈등상황을 해결하고 서로 간에 앙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갈등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일시적으로는 갈등이 해소되거나 증폭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 혹 ‘내가 참고 말지’와 같은 생각을 한다면 이는 자신의 마음 한 구석에 앙금을 쌓아 놓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편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과 함께 병행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상대방의 생각을 듣는 것이다. 상대의 생각을 듣지 않거나 무시한다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은 묘연해지고 오히려 불필요한 앙금만이 쌓여갈 뿐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과정의 종착지는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창출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로의 생각만 주고받는 것으로는 갈등도, 앙금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사람 사이의 갈등은 일이나 관계의 측면에서 종종 커다란 장애물로 다가온다. 그러나 갈등에 관한 연구들은 갈등이 지니고 있는 순기능도 밝혀냈다.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 혹은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개인 혹은 조직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할 일종의 성장통이 되기도 한다.

마찰이 있는 곳에 광(光)이 난다는 말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직접적인 마찰만 있다면 서로에게 쓰라린 고통과 상처만 남기겠지만 그 사이에 윤활유와 같은 소통이 가미된다면 오히려 마찰은 권장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갈등 역시 일종의 마찰이라고 본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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