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도종환·박노해, 8천만 염원 ‘시’로 토해내

[아시아엔=편집국]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1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실현 △종전선언·평화협정 전환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회담 추진 △문 대통령 올 가을 평양 방문 △정상회담 정례화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올 8·15 이산가족 상봉 △5월부터 군사분계선 확성기방송·전단살포 등 적대행위 전면중단 △서해 평화수역 조성 △동해·경의선 철도·도로 연결 등의 결실을 맺었다.

남북 두 정상은 특히 민족자주 원칙을 확인하고 이미 채택된 모든 남북간 합의를 철저히 이행키로 했다. 특히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MDL)에서 상호 적대 행위를 전면 금지하며 “한반도에 더이상 전쟁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런 합의내용은 모두 13개항으로 구성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담겨 있다.

2018년 4월 27일의 남북정상회담은 8000만 한민족의 염원을 항목항목 문장문장마다 담고 있다. 이같은 간절한 바람은 분단을 누구보다 아파하고 분단에 의해 핍박받은 두 시인의 싯구 안에 절절히 담겨 있다.

도종환·박노해 두 시인은 회담을 코 앞에 두고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한겨레의 염원을 빌었다.

 

먼 곳의 벗에게 쓰는 편지

도종환

벗이여 우리 만나 이런 것을 서로 자랑하면 어떨까

그대와 우리 중 누가 더 많이 서로를 사랑했는지

그대들과 우리 중 누가 더 서로를 그리워했는지

먼 곳의 벗이여 그대들과 우리가 만나

이제는 누가 더 총칼을 많이 쌓아두었는지 자랑하지 말고

누가 더 이땅의 하나됨을 간절히 소망했는지

누가 더 한 나라 한 겨레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었는지

벗이여 그런 마음을 서로 털어놓는다면 어떨까

이제는 누구의 곳간이 더 넉넉한가 견주지 말고

어떻게 서로 나누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지 밤새워 의논하고

서로를 쓰러뜨리던 기억보다는 서로를 부축해 세울 수 있는 마음을

누가 더 똑똑했던가를 겨루기보다는 누가 더 많이 부끄러웠던가를

터놓고 다독이며 새도록 밤을 밝힐 순 없을까

그대들과 우리 포연 자욱히 묻었던 옛날 옷 벗어 묻고

보통강 물줄기에 빨아 헹군 그대들 옷과

북한강 상류에서 빨아 입은 우리 새옷을 입고

누가 더 전쟁을 미워했는가를 이야기하는 일은 어떨까

벗이여 이땅의 구석구석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우리 함께 찾아나서 삽질해 묻으면서

삼천리를 우리의 새로운 땀으로 적시면 어떨까

우리가 못다 했던 사랑 능금빛 얼굴 우리 착한 아들딸들에게 주어

그대들의 아들과 우리의 딸들이 서로 사랑하게 하면 어떨까

벗이여 그렇게 우리가 화해와 축복의 잔치마당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춤추며 만나는 일은 또 어떨까

아직도 만날 수 없는 먼 곳의 벗이여

이제 다시는 싸움으로 만나지 말고 화해와 용서로 만날 순 없을까

진정으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순 없을까

내가 먼저 거짓을 버리고 네가 더 너그러워져서

압록강 낙동강 물이 큰바다에서 만나듯 섞이며 만날 순 없을까

목이 타듯 그리운 사람들이여 목마르게 애타는 산하여 사랑이여

 

간절한 염원

박노해

베를린 장벽은

우발적인 오보로 무너졌다고 한다

1989년 동독 정부 대변인 사보프스키가

동서독 여행 자유화 정책을 발표하는데

한 기자가 대뜸 언제부터 발효되는가 물었더니

엉겁결에 ‘지금 즉시’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 말이 ‘장벽이 무너졌다’로 잘못 보도되었고

그날 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베를린 장벽으로 물밀듯이 몰려들어

장벽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무장한 경비대들은 상상조차 못 한 일이 벌어지니

총을 쏠 수도 없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28년 동안 가로막고 선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져 버렸다

그것이 언론의 오보 때문만이었을까

동서독 사람들 모두가 통일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통일을 바라는 간절한 열망,

지금 우리에게 그런 염원이 있는가

그런 사무치는 마음이 있는가

오보이건 우연이건

어떤 순간이 벼락처럼 왔을 때

다 같이 달려나갈 수 있는

그런 간절한 염원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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