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연맹 “부자 증세로 복지? 새빨간 거짓말”
“군 사병들의 봉급을 50만원으로 올리겠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와 반값등록금, 주거복지, 일자리복지를 위해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으면 재원은 문제될 게 없다.”
최근 정치권에서?무책임한 복지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는 가운데, 납세자단체가 본격 문제제기에 나섰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이 내는 간접세 비중(52%, 2010년 기준)이 높고, 근로소득세(13조, 2009년 기준)보다 유류세(20조)를 더 많이 내고 있는 한국에서는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주장은 뜬구름 잡는 얘기란 지적이다.
한국납세자연맹(회장 김선택)은 “한국의 2010년 전체 세수에서 소득세 비중은 16.5%, 근로소득세 비중은 6.9%로 낮은 편인데, 정치인들은 가능하지도 않은 공약들로 백해무익한 반(反)부자정서를 조장하면서 쏟아 내놓고 있다”면서 5일 이같이 주장했다.
납세자연맹이 이날 발표한 ‘부자에게 증세가 어려운 7가지 이유’에 따르면, 세계화와 부자유치를 위한 국가간 조세경쟁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근로소득자보다 고용을 창출하는 사업자나 법인에게 유리한 세제를 유지하고 있는 등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기는 어렵다.
세무공무원과 세무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한국의 부자들은 적법하게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 가령 국회에서 세법을 고쳐 개인소득세를 올리면 법인을 만들어 조세를 회피할 수 있고, 의사 등 고소득사업자는 고급외제차를 구입하는 방법 등으로 과세표준구간을 낮출 수 있다.
또 한국의 부자들은 세무공무원에게 뇌물 공여, 차명계좌 및 차명영업, 허위계약 및 비용증빙, 유령회사 등 기상천외한 불법적 탈세를 실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근절하지 않고 세율을 올려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도 강조됐다.
월급쟁이들의 탈세가 기껏 ‘허위기부금영수증 첨부’나 ‘다른 사람 지출을 자기 현금영수증으로 입력하기’ 수준이라면 개인 사업이나 법인을 운영하는 부자들이 쓸 수 있는 탈세방법은 무한해 근로소득자와 비교가 안 된다는 얘기다.
연맹은 특히 한국 세무공무원의 부패수준과 사회투명성이 낮아 지하경제 비율도 높은 한국에서 탈세를 막을 단기적인 묘책도 없다면 정치인들이 추진하는 ‘부자 증세’는 결국 간접세 상승으로 물가만 높여 더욱 서민들을 죽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복지수준이 낮은 한국에서 복지국가인 유럽처럼 높은 세금을 걷으려 하면 부자들의 조세회피 심리가 불가피하다”며 “진짜 문제는 지금 세금내고 있는 부자가 아니고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부자들”이라고 덧붙였다.
김선택 회장은 “복지재원의 일부는 간접세 인상이나 소득공제 축소 등을 통해 일반국민이 바로 부담하거나 국채나 공기업채권 발행으로 충당, 결국 납세자 부담으로 귀결된다”면서 “국공채 증대는 한편으로 통화증발로 인플레이션을 유발, 납세자들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안겨준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또 “한국의 납세자들은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복지 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말에 속지 않아야 한다”며 “복지 재원을 늘리려 증세를 거론하기에 앞서 ▲공공부분 투명성을 높여 예산낭비를 막고 ▲토건예산을 줄이고 ▲유류세 인하 등 높은 간접세 비중을 줄이고 ▲국공채 남발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공기업 채무 중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잠재적 부채를 포함한 국가부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