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재 77] 사람을 보는 두 가지 시선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사람을 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양적(quantitative)인 시선과 질적(qualitative)인 시선이다.
양적인 시선으로 사람을 보게 되면 그 사람과 관련된 숫자, 즉 기간, 단위, 등급, 성적 등이 먼저 보인다. 이런 숫자들은 그 사람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를 객관적으로 알려준다.
이런 것들이 하나 둘 모아지면 소위 스펙(spec)이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 개인의 스펙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일정 부분 판단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저 막연한 기대를 할 뿐이다.
한편 질적인 시선으로 사람을 보게 되면 양적인 시선에서 보였던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양적인 시선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나 생각, 노력의 과정, 행동의 의미 등이 보이게 된다.
이와 같은 자료들이 모아지면 이른바 스토리(story)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개인의 스토리를 보면 그 사람이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개략적인 추정도 해볼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 가지 시선만으로 사람을 보는 것은 부족함이 있고 제대로 못 볼 수도 있다. 이른바 편견과 선입견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을 볼 때에는 양적인 시선과 질적인 시선 모두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사람을 볼 때 주로 한 가지 시선을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양적인 시선을 선호하는 편이 많은 것 같다. 아마도 그 이유 중 하나는 양적인 시선이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시간을 절약해주며 상대적인 비교도 가능해서 객관적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다소 시간이 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질적인 시선으로도 사람을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질적인 시선으로 사람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상대방의 내면을 보려는 노력이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질적인 시선으로 사람을 보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관심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우선 상대방을 제대로 보고자 하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상대방이 하는 말이나 글 그리고 행동을 해석해봐야 한다.
더 나아가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혹은 ‘내가 저 사람이라면’ 등과 같은 질문을 통해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공감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을 질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을 제대로 봐주기를 바라는 사람들만큼 상대방을 제대로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다.
그동안 당신은 주로 어떤 시선으로 사람들을 봐왔는가? 혹 당신은 사람에 따라 또는 상황에 따라 한쪽 시선만을 사용하지는 않았는가?
만일 사람을 보는데 있어 균형을 잃은 적이 있다고 생각되면 지금부터라도 균형을 맞춰보려는 노력을 해보자. 사실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상대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기만 해도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