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즈 테일’ 억압받는 여성들···’세계여성의날’ 110년, #Metoo에서 Time’s Up까지
1908년 이래로 인류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리고 있습니다. 이날은 전세계 여성들이 지구적인 축제를 여는 날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여성들은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소리 높이고 있습니다. <아시아엔>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에 나선 전세계 여성들의 사연을 전합니다. -편집자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노미 기자] 캐나다 출신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1985년 집필한 소설 ‘핸드메이즈 테일’(The Handmaid’s Tale)이 미국 채널 ‘훌루’의 TV시리즈로 각색됐다. 핸드메이즈 테일 속 길리드 공화국은 미국 전역을 장악하고 있는 권위주의적인 신정 정권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원로회는 여성을 혐오한다. 여성은 운전할 권리, 홀로 걸을 권리, 재산을 가질 권리, 교육받을 권리를 갖지 못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길리드의 환경오염과 전염성 성병으로 임신할 수 있는 여성들이 소수만 남게 된 것이다. 결국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여성들은 지배층의 가정에 배속되고 만다. 이들은 주인(남성)의 의례화된 강간을 감내해야 하며, 그들의 주인과 부인을 위해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
엄격한 계급사회인 길리드 공화국에서 그 누구도 사회의 규칙을 위반할 수는 없다. 지배층은 때때로 공개처형을 행해 룰을 위반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기시킨다.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필자가 핸드메이즈 테일을 보면서 더욱 소름 끼쳤던 것은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현실세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슬람권에서 공통적인 현상으로 남아있는 여성의 신체를 가리는 옷차림은 그나마 가벼운 사례에 해당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들은 투표할 권리를 갖지 못하며 남성보호자가 없으면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다. 이들에게 경제적인 독립은 사치다. 드라마처럼 여성을 공개처형 하는 곳도 있다. 가장 최근의 이란, 북한, 소말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그렇다.
선진국인 미국도 여성인권과 직접적으로 결부되는 낙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독교 근본주의는 낙태클리닉과 낙태시술을 한 의사들을 탄압해 왔고, 2015년 콜로라도에선 낙태시술을 했다는 한 의사가 살해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낙태를 지원하는 NGO 단체들의 자금줄을 조이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10월, 미국의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스캔들이 터져버렸다. 그동안 그의 권력이 두려워 숨죽였던 80여명의 영화종사자들은 30여년간 계속된 그의 악행을 고발했다. 이는 전세계 SNS를 뜨겁게 달군 #Metoo으로 이어졌다. 수백만 여성들은 그가 겪었던 성폭력 사례들을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공유하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2018년 1월, 영화감독 에바 두버네이와 제작자 캐슬린 케네디, 배우 아메리카 페레라, 엠마 스톤 등도 ‘타임즈 업’(Time’s Up) 운동에 동참하며 성범죄와 성차별 근절에 나섰다. 이 프로젝트는 일터에서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과 남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1,300만 달러 (약 140억원)를 짧은 시일 내에 마련했다.
타임즈 업 캠페인은 또한 2018년 1월 7일 열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 참석한 여성들이 검은 수트를 입길 독려했다. 검은 수트를 입은 참석자들은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해 간결하지만 강렬한 항의의 의사를 전했다.
시상식에 참여한 미국의 유명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새로운 날이 다가 오고 있다. 이 자리엔 변화를 이끌어갈 여성들뿐만 아니라 이에 동참하는 멋진 남성들도 함께하고 있다. 열심히 투쟁하는 그들이 주인공이다”라고 말하며 이들을 격려했다.
2017년은 할리우드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증진된 한 해로 분명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마법은 미국에서나 가능했던 것일까? 이탈리아의 배우이자 감독인 아시아 아르젠토 역시 하비 와인스타인 스캔들의 피해자 중 하나다.
그녀는 20여년전 신인 시절 와인스타인에게 심한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성차별이 만연해 있는 이탈리아의 대중과 일부 매체는 오히려 “고백이 너무 늦었다”고 그녀를 비판했다. 피해 사실이 유야무야 돼버린 셈이다.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저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We Should All Be Feminists)나 ‘히포쉬’(HeForShe) 캠페인을 쓸모 없는 시간낭비라 여기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선 8세 이하의 소녀들이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있으며, 남편들은 ‘행동을 고친다’는 이유로 가정폭력을 행하고 있다. 콩고에서 성폭력과 강간은 일상적인 관습이고, 러시아에선 매년 1,600만에 달하는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류는 여전히 페미니즘 운동의 필요성에 대해 길고 지루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