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물들인 무지개] LGBTQ 전시회 ‘Spectrosynthesis’, 그리고 대만이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
2015년 ‘일곱 빛깔 무지개’가 떠오르며 전세계 성소수자(LGBT) 커뮤니티는 새로운 하늘을 맞이했지만, 그 빛은 아시아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종교적 혹은 문화적 이유으로 인해 타 대륙에 비해 특히 보수적인 아시아는 LGBT를 보듬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 5월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며 LGBT 역사에 제 2의 막이 열렸다. 아시아의 LGBT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대만이 어떻게 동성결혼을 허용했는지, 그리고 대만 사회-특히 예술-가 어떻게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이 특집을 시작됐다. 이탈리아에서 온 알레산드라 보나보미 기자가 아시아 LGBT의 현황을 소개하며, 또한 대만 현지를 방문해 이 곳에서 열린 LGBTQ 전시회 기획·홍보담당자와 진행한 인터뷰도 전한다. -편집자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보미 기자] 아시아에서 동성결혼을 유일하게 허용하는 국가 대만. 이 나라의 수도 타이페이에서 아시아 LGBTQ(성소수자)의 문화를 예술로 표현한 특별한 전시회 ‘Spectrosynthesis’가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엔 22개국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51점을 출품했다. 전시회의 기획, 홍보를 담당하는 타이페이 현대예술박물관(MOCA Taipei)의 매니저 캐롤 윤젠 수를 10월 23일 전시회장에서 만났다.
전시회의 타이틀이 특이하다. 의미를 설명해달라.
전시회명 ‘Spectrosynthesis’은 사전에 없는 단어다. 우리가 만든 단어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빛의 파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LGBTQ 커뮤니티의 오랜 역사 속에 담긴 평화와 사랑, 다양성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들의 상징인 무지개는 색(빛)의 파형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이 관점에서 바라볼 때 무지개와 빛은 파형으로 뻗어간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즉 이 전시회는 예술과 LGBTQ라는 두 가지 대 주제를 하나로 묶어 포괄적으로 다뤘다고 보면 된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예상했던 것보다 평온했다.(웃음) 관람객 대부분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성 소수자들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도 있다. 주최측 입장에선 많은 이성애자들이 전시회를 찾아 이 문제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
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작품 중엔 매우 노골적인 작품들도 더러 있다. 미성년이 접하긴 어려웠을텐데, 그럼에도 전시회를 방문한 어린 관객들이 있나?
매 주말 오전 10시에서 12시 동안은 가족들에 한해 무료 입장을 허용하기 때문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종종 찾는다. 우리 전시회는 미성년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LGBTQ를 주제로 다룬 것이 사실이지만, 어린이들
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전시장에는 어린이들이 직접 공예품을 만들면서 예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프로그램은 12세 이하의 어린이들 만을 위해 기획됐다.
어떤 단체의 후원을 받았나?
정부기관인 타이페이 문화재단과 LGBTQ 예술을 후원하는 사단법인 선프라이드 재단의 후원을 받았다. 대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아 다행히 정부 기관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출품작의 약 절반은 선프라드의 컬렉션으로부터 지원받았다.
대만은 동성 결혼을 허용한 아시아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현지 반응은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 물론 반대하는 이들도 여전히 많다. 지난 5월 동성 결혼이 합헌 판결을 받은 이래 대만 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지만, 이 판결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매체들은 거의 없다. 언론도 LGBTQ 커뮤니티를 지지한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까지 전시회를 찾은 관객수, 그리고 관객 비율은 어떻게 되나?
10월 중순까지 이미 약 3만명이 전시회를 찾았다. 연령별로는 18~25세 젊은 층이 가장 많았고, 성별로는 여성이 약 70%를 차지했다. 타이페이 현대예술박물관의 유키판 관장이 현대예술의 목적에 대해 ‘문화간 대화의 창을 여는 창구’라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 따라 이번 전시회 이전에도 소수 커뮤니티의 문화를 다룬 적이 있나? 작년 우리는 필리핀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에 관한 전시회를 열었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이유로 외국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는지, 그들이 어떻게 모국의 가족을 부양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해 다뤘다. 덕분에 필리핀 아티스트들과 협업할 수 있었다.
대만 예술계 상황은 어떤가?
대만의 젊은 예술가들은 무언가 색다른 것을 창조하길 갈망한다. 이전 세대인 40~50대 예술가들은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기성 세대들은 젊은 세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나름의 선순환구조라 생각한다.
타이페이 현대예술박물관의 관장 유키판은 “현대예술의 목적은 단순히 즐거움 또는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예술은 진일보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들을 다뤄야 한다. 이러한 가치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문화 전반에 대한 공론의 장을 여는 것이 현대예술의 목적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종교 또는 전통적인 가치로 인해 다른 대륙에 비해 성소수자에 보수적인 아시아. 이 대륙에선 대만만이 유일하게 동성 결혼을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곳에서 LGBTQ와 예술을 다룬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타이페이 현대미술박 물관장 유키판의 말처럼 대만의 현대예술은 진일보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다루고 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