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 여성인권 ②] 만연한 성범죄와 성차별, 그리고 오랜 악습들

지난 수년간 성평등을 외치는 국제 포럼들이 등장하고, 수백만 여성이 그 행진에 발을 맞췄다. 그리고 전세계 여성권은 급격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지역 별 세부 통계를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가정 또는 직장에서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으며, 이런 고질적인 문제들을 근절시키기 위한 인식의 변화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연구들은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연구에 따르면 전세계 여성 3분의1은 폭력을 당 했으며, 7억여명의 여성들은 미처 성년이 되기도 전에 조혼을, 30여국의 2억여명의 여성들은 할례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중에서도 특히 남아시아는 문화, 종교,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여성권을 보호하는 법과 정책들이 시행되기 어렵기에 많은 여성들이 고통 받고 있다. 이에 <아시아엔>은 1) 통계로 살펴본 성평등 및 불평등 지수 2)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과 성차별 사례, 두 카테고리로 나눠 남아시아 여성인권 현주소를 살펴본다. 또한 여성인권이 가장 열악한 곳 중 하나인 인도 여성 언론인의 인터뷰를 소개하고, 남아시아 여성인권 신장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Editor’ note

[아시아엔=서의미 기자] 남아시아에선 남녀 전반적인 삶의 질에서의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만연한 성범죄와 성차별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남아시아 각국엔 고유의 문화를 반영한 오랜 관습들이 남아있지만, 이는 현 시대의 여성들을 옥죄는 ‘낡은 악습’들에 불과하다. 또한 남아시아에선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 따라 가정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풍토가 남아있다. 부부간 성폭력 또는 육체적 폭력을 처벌하는 법 조항이 없는 국가도 있으며, 실제로 많은 여성들도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경험한다. 남아시아 각 국가들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프가니스탄 2009년, 정부는 여성폭력철폐법을 도입하려 했지만 법안이 통과되진 못했다. 아프간 의회사법위원회는 처녀막 검사 등 차별적인 관습들을 없애려 했지만, 경찰 당국은 강압적으로 처녀막 유무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치욕스러운 ‘도덕적인 짐’을 짊어지게 한다.

파키스탄 ‘미성년 혼인’과 ‘명예살인’(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여기는 친족-특히 여성-을 살해하는 행위)는 파키스탄의 고질병이다. 21%의 소녀들도 성년이 되기 전에 혼인해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다. 2016년 1월, 파키스탄에선 법적인 혼인 연령을 18세로 올리는 법안이 제출했으나, 파키스탄 이슬람이념평의회가 ‘이슬람 규율’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반대해 무산됐다.

네팔 여성인권운동가들과 단체들은 2000년 결의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여성과 평화안보’에 관한 결의(1325호)의 통과를 두고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이들은 여성을 향한 폭력과 듀키(어린 소녀를 힌두사원에 바쳐 보살핌과 교육권을 빼앗은 채 가두는 행위), 차우파디(생리 중인 여성을 가정으로부터 격리시켜 외딴 곳에 보내는 행위)와 같은 악습들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네팔 법원이 차우파디를 범죄로 규정지었으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는 쉽게 바뀌기 어려워 보인다.

부탄 정부는 여성들이 받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근절하자는 국제조약에 동의했지만, 여권을 신장시키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여성들도 가정에서부터 폭력을 당하고 있다. 10명 중 7명의 여성들은 실수할 경우, 남편이 부인에게 폭력을 행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얀마 미얀마의 국법은 남녀간 평등한 권리를 보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대다수의 성 범죄는 가정에서 발생하지만, 부부 강간은 범죄로 여겨지지 않으며, 가정 폭력을 처벌할 조항도 없다.
방글라데시 여성 평등권을 보장하는 법 조항들이 있지만, 서로 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는 각 지역에서 시행되기에는 비현실적이다. 또한 부부가 이혼할 경우 여성은 ‘정당한’ 이혼 사유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나, 남성은 이러한 절차 없이 이혼을 인정받을 수 있다.

몰디브 극심한 가난은 해소되었지만, 실업률과 여성을 향한 남성의 폭력은 지금도 조그만 섬 나라를 둘러싸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15~49세의 여성 중 3분의1은 육체적 또는 성적인 폭력을 당했다. 그리고 이들 중 5분의1은 배우자에 의한 폭력을 경험했다.

스리랑카 통계를 살펴보면 스리랑카는 남아시아 인접 국가들에 비해 여성권이 높은 국가지만, 지금도 30~40퍼센트의 여성들은 폭력을 경험했다. 또한 60퍼센트 이상의 여성들은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다.

인도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인도 여성들은 출생부터 차별을 경험한다. 낙태는 불법이지만, 이로 인해 매년 30만에서 60만의 여성들이 낙태를 경험한다. 2012년 한 해에만 24,923의 강간 사례가 집계될 정도로 성범죄도 빈번하다. 뿌리 깊게 박힌 가부장적 사회 문화가 여성권 신장의 큰 장애물로 남아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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