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지붕 없는 학교와 아이들 “공립학교 절반 가까이 화장실, 담장, 전기, 식수 없어”
[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사장] 파키스탄 지방정부와 연방정부가 고등 교육기관을 설립해 교육제도 개선에 나섰다. 그럼에도 초, 중등 기초교육기관의 현실은 처참하다. 공식집계에 따르면 파키스탄 공립학교의 48%가 화장실, 담장, 전기, 식수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설비는 물론 교육의 질도 형편없다. 때문에 파키스탄의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의지하고 있고, 사교육계도 때아닌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2016 파키스탄 지역별 교육현황 순위는 파키스탄 전역 151개 지역의 공립학교를 입학자수, 교육의 질, 학교설비, 성비 균형 등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중 52%만이 기본적인 설비(화장실, 담장, 전력, 식수)를 갖췄으며, 24개 지역만이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파키스탄 공립학교의 81%가 초등학교인 점을 감안하면 많은 어린이들이 초등학교 졸업 이후 중등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조사에 따르면 파키스탄 전역의 학교에선 학생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해 왔다. 향상된 지역들도 일부 있었지만, 전반적인 교육의 질과 인프라 역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진 못했다. 그 중에서도 발로치스탄과 신드 주는 공교육 시설과 수준이 가장 떨어지는 곳으로 꼽힌다. 이 지역의 학교 절반 가까이가 식수, 63%는 전력, 46%는 화장실, 41%는 담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처참한 현실이 신드 주 정부에 공식적으로 보고되며 공론화 됐다는 것이다. 최근 주지사가 주재한 회의에선 신드 주 공립학교의 학생수가 지난 6년간 100만 명 이상 감소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나도 열악한 시설 때문이다. 신드 주엔 약 45,000개의 공립학교가 있지만 이 중 절반이 전력을 공급받지 못한다. 절대다수인 98%의 학교엔 교육실습실도 없다. 주 정부의 방치까지 더해져 지난 수십 년간 주 전역의 5000여 곳이 폐교되기도 했다.
발로치스탄 주의 인프라는 더욱 심각하다. 약 13,000 곳의 공립학교가 있으나, 이중 77%는 전기, 73%는 화장실이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믿기 힘든 수치가 하나 있다. 펀자브 주의 학교들 거의 대다수가 기본적인 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펀자브에 있는 공립학교 52,300 곳 중 1%도 안되는 불과 174곳 만이 깨끗한 식수를 갖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펀자브 주의 공식자료를 신뢰하지 않는다.
펀자브 교원 단체 중 하나를 이끌고 있는 하피즈 구람 모히우딘은 이에 대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자료”라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펀자브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파이살바드의 공립학교 대다수가 열악한 시설로 고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드 주 교원협회 라카나 지부 사무총장 아슬람 디하르는 “기본적인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신드 주의 공립학교들은 여름만 되면 감옥과도 같다. 특히 변두리 지역에는 건물 조차 없는 학교가 많아 학생들이 지붕 없는 야외에서 수업을 듣는다”며 이러한 일들이 지난 수년간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발로치스탄 교육 현장의 반응도 이와 유사하다. 교사들은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는 보고서들이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한 보고서는 발로치스탄 주 5~16세의 어린 학생 중 70%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발로치스탄 공립교원 협회장 나와즈 자타크는 “정부는 당연히 높은 수준의 시설과 교육의 질을 요구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렵다. 발로치스탄 학교 중 지붕이 없는 곳만 수백 곳에 이른다. 어떤 학부모나 학생이 다 허물어져 가는 학교에서 공부하길 원하겠나”라고 반문한다.
파키스탄 헌법 25-A조항은 “5~16세의 모든 어린이들은 무상 의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무리 무상이라 할 지라도 열악한 시설에서 그 누가 교육을 받고 싶어 하겠는가? 파키스탄의 처참한 공교육이 공론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2~1993년에도 정부기관의 공식적인 통계자료를 통해 공교육의 민낯이 드러난 적이 있다. 당시 교사를 중심으로 한 이해당사자들은 공립학교 설비 확충을 주장했으나, 유력 정치인들은 충분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장의 소리를 묵살했다.
최근 정치인들이 공교육의 개선을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곤 하지만, 문제 해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