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 문명의 유산 ‘모헨조다로’···”청동기 시대 지구에서 가장 큰 거주지역”

[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아시아엔 파키스탄 지사장] 파키스탄 신드 주에 위치해 있는 ‘모헨조다로’. 인더스 문명의 위대한 유산을 둘러싼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신드 주도 카라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고학연구협회의 조셉 슐든린 박사와 동료들은 “모헨조다로가 청동기 시대 지구에서 가장 큰 거주지역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모헨조다로의 면적은 고고학자들이 상정했던 것보다 훨씬 컸으며, 옛 도심지는 퇴적물이 쌓인 충적평야인 것으로 밝혀졌다. 학자들은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퇴적물 아래엔 모헨조다로가 대규모 거주지였음을 입증하는 유물이 묻혀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2012년 유네스코는 도심과 완충지대를 파악해 고대 정착지와 유물을 발굴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기술자문위원회는 이를 위해 전기공학 발굴 프로젝트를 기획, 주변의 횡단면을 따라 정렬된 약 60 곳에서 발굴에 나섰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인더스 강 부근에서 인류의 정착을 가능케 했던 기술력과 대홍수의 시기, 과정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처음 몇 년 간 소수의 유물이 발굴되긴 했으나 커다란 성과는 없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하자 조셉 슐든린 박사와 조사단은 홍수와 퇴적물, 그리고 모헨조다로 지역과의 상관 관계를 파헤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모헨조다로 중심에 위치해 있는 범람원과 삼각지의 퇴적물의 연대가 후기 플라이스토세(약 17,000년)부터 홀로세(약 2,000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조사단은 과거 인류가 거주했던 지역과 주변의 기후, 환경적인 변화를 풀어냄으로써 고고학적인 유물을 보존하는 것은 물론 역사를 재구성하게 된 셈이다.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미노아 크레타, 노르테 치코 문명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 유적지의 총 면적은 약 300헥타르( 3백만 제곱미터)로 추정되며, 건축물 대부분은 모르타르 벽돌, 일부는 햇빛에 말린 진흙 벽돌이나 나무로 지어졌다. 인류 초기의 대규모 거주지이기도 하기에 많은 유물이 담겨 있다. 실제로 모헨조다로가 198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래, 이 곳에선 의미 있는 발굴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모헨조다로가 자리해 있던 도시의 이름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1919년~1920년 이 곳을 방문한 인도의 고고학자 R.D. 바너지가 이 고대 유적을 발견하기 전까진 세상에 알려지지도 않았다.

발견 후 1924년부터 약 40년간 수많은 학자들이 이 곳을 찾으며 대규모 발굴이 이뤄진 적도 있으나 1965년 이후 풍화 피해로 굴착이 금지되며 소수의 프로젝트만이 이 곳에서 진행됐다. 1980년대 들어 마이클 얀센 박사와 마우리지오 토시 박사가 이끄는 조사단이 건축 문서, 표면 조사, 현지 조사 등 안전한 기법을 사용해 자료를 수집하며 모헨조다로를 둘러싼 여러 비밀들이 파헤쳐 졌다.

모헨조다로에서 발견된 유물 중에는 당시 사회문화상을 암시하는 유물들도 있다. 1926년 발견된 높이 10.5cm의 청동상 ‘춤 추는 소녀’가 대표적이다. 고고학자 존 마셜은 ‘춤 추는 소녀’에 대해 “어린 소녀가 양손을 허리에 얹고 음악에 맞춰 다리와 발을 움직이는 대담한 자세로 춤 추는 듯 하다”고 묘사했다. 이 동상은 인더스 문명에 대한 중대한 발견을 두 가지를 이끌어 냈다. 첫째, 당시 사람들은 금속을 혼합할 수 있으며 광석을 이용해 정교한 주조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둘째,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로서 춤 추는 문화가 존재했다.

1927년 벽돌 건물에서 발견된 남성의 흉상도 주요한 발견물이다. 제사장이나 군주가 모헨조다로를 통치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고고학자들은 이 흉상을 ‘신관왕’이라 불렀다. 17.5cm의 조각상은 단정한 턱수염, 뚫려있는 귀, 한껏 신경 쓴 헤어스타일을 지닌 남성의 모습을 띠고 있다. 완장을 차고 있는 그는 토끼풀 문양이 새겨진 붉은 빛의 망토를 두른 채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낸다. 도기류, 장식품, 장난감 등 수백 가지 유물 중 여러 동물들을 거느린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바다표범도 눈에 띈다. 이 유물은 워낙 화제가 돼 학자들은 이에 대해 요가 수행자, 머리가 3개 달린 ‘원형 시바’, ‘동물의 왕’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번역 한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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