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DE: Masterpieces from Tate’, 신마저 질투한 ‘인간의 몸’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사진으로 보아온 ‘신의 손’ 오귀스트 로댕(1840-1917)의 걸작품 ‘키스’(The Kiss)를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직접 감상했다.

신도 질투한 ‘인간의 몸’을 주제로 한 NUDE 명작전에서 관능, 사랑, 욕망, 나약함과 물질 등으로서의 다양한 누드를 만날 수 있었다. 많은 작가들이 각자 ‘누드’라는 형식을 통해 생명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했다.

특히 고품질 대리석인 펜텔릭 마블로 만든 ‘키스’는 나신(裸身)으로 여성이 왼손으로 남성의 목을 껴안고, 남성은 여성의 엉덩이에 오른손을 올리고 키스하는 장면을 조각한 것이다.

이 남녀 커플은 이탈리아의 단테(1265-1321)의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 ‘지옥편’(Inferno)편에 등장하는 파올로 말라테스타와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이다. 두 사람은 불륜 사실을 알고 격분한 프란체스카의 남편에 의해 살해된다. 에로티즘과 이상주의가 결합된 이 조각은 남녀 간 사랑을 묘사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미지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작품은 영국에 거주하던 미국인 그리스 조각 수집가인 에드워드 워렌이 1900년 가을 로댕에게 의뢰해 만든 것이다. 워렌은 본래 프랑스 정부가 로댕에게 의뢰해 만든 원작(당시 파리 뤽상부르미술관에 있었으나 현재는 로댕미술관 소장)을 매입하려 했으나 무산되자 로댕에게 첫번째 대리석 ‘키스’와 똑같이 만들되 남성의 성기를 실물처럼 완성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키스’(The Kiss)는 원래 ‘지옥의 문’을 장식하고 있던 청동조각(높이 74cm)이었다. 이 조각이 엄청난 인기를 끌자 로댕은 석고와 테라코타(terracotta, 점토로 구운 것), 청동으로 여러 개의 소형 ‘키스’를 만들었다. 그 이후 실물 크기(182.2×121.9x153cm)의 대리석 ‘키스’는 세 점이 제작되었다. 무게가 3.3톤에 이른다. 순백의 대리석 ‘키스’는 그동안 유럽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2016년 호주 시드니에서 전시된 데 이어 2017년에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거쳐 서울로 왔다.

영국 국립미술관 테이트 명작전-‘NUDE: Masterpieces from Tate’는 지난해 8월 11일 개막하여 지난 2월 4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렸다. 테이트미술관(Tate Gallery)은 영국을 대표하는 국립미술관으로 15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의 영국 미술품 국립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적인 근·현대 작품들도 다수 소장하고 있으며, 회화를 비롯하여 드로잉, 조각, 판화, 사진, 영상, 설치 및 퍼포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

금번 전시회는 테이트미술관 소장품 중 18세기 후반부터 현대까지 ‘인간의 몸’(누드)을 주제로 한 거장들의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등 총 122점을 엄선해 선보이는 전시였다.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등 거장들을 비롯해 초현실주의 및 현대미술 대표작가 작품들도 감상했다.

이번 전시 작품에는 남녀 성기가 적나라하게 그려진 누드화, 남녀 커플의 성행위 드로잉 등이 여러 점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린이(5-12세, 관람요금 6000원)와 청소년(13-18세, 9000원) 입장도 허용되었다.

‘테이트 명작전: 누드’ 전시회는 △역사적 누드 △사적인 누드 △모더니즘 누드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 누드 △표현주의 누드 △에로틱 누드 △몸의 정치학 △연약한 몸 등 총 8개의 테마로 나누어 시대에 따라 변화, 발전해온 다양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역사적 누드(The Historical Nude)란 18-19세기의 누드화로 주로 고대 신화, 성경 및 문학 등의 주제를 다루었다. 진정한 예술가가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핵심 분야였다. 윌리엄 스트랭(William Strang, 1859-1921)이 아담과 이브의 성경 이야기를 주제로 그린 ‘유혹(The Temptation, 1899)’ 등의 작품을 통해 역사화의 고전적 소재로 쓰였던 누드화가 선보였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누드화는 고전과 신화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실제의 여성을 그리기 시작했다. 목욕하는 여성과 욕조(浴槽) 안의 여성 누드 등은 여성의 곡선을 탐미(眈美)해 보는 단골 주제가 되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등 인상주의 작가들은 각자의 개성과 창조적인 화풍(畵風)으로 누드화를 그렸다. 드가(Edgar Degas. 1834-1917)의 ‘욕조 속 여인’(Woman in a Tub, 1883) 등이 사적인 누드(The Private Nude) 범주에 들었다.

근대 들어 누드화가 그 자체로서 한 장르로 확립됨에 따라 작가들은 인간 신체에 대한 관찰과 묘사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입체주의 등 20세기 초반의 모더니즘 미술가들은 외형의 재현보다는 형식을 모색하는데 관심을 기울여 인체를 기하학적인 요소로 간소화하여 추상적인 형태의 누드화를 선보였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앉아 있는 누드’(Seated Nude, 1909-10), 헨리 무어(Henry Moore, 1898-1986)의 ‘비스듬히 누운 인물’(Reclining Figure, 1939) 조각 등이 모더니즘 누드(The Modern Nude) 카테고리에서 전시되었다.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 누드(The Realist and the Surrealist Nude)란 1920-40년대 누드를 묘사하는 두 가지 지배적인 양식이다. 스탠리 스펜서 등은 추상을 탈피해 인간 육체에 대한 세심하고 사실적인 묘사를 하기 시작했으며, 막스 에른스트 등 초현실주의 작가들은 누드를 사용하여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탐색했다. 스탠리 스펜서(Stanley Spencer, 1891-1959)는 ‘이중 누드 초상: 화가와 그의 두 번째 아내’(Double Nude Portrait: The Artist and His Second Wife, 1939) 그림에서 자신과 아내의 알몸을 미화하지 않고 보이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했다.

표현주의 누드(Paint as Flesh)란 1950년대 들어 사실주의 개념은 분화하기 시작해 모델과의 관계, 인체의 물질적 속성, 물감의 풍부한 사용 등을 초점을 맞춘 다양한 표현 양식들을 다루게 된다. 인간 신체의 물질성을 두터운 마티에르(matiere), 추상 페인팅 등의 방법을 통해 실제 살결처럼 나타내는 표현법을 탐구했다.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의 드로잉에 등장하는 남녀 인물들은 생명의 창조자라는 절대적 본질로 환원되어 묘사했다. 단순한 선을 사용해 유방과 임신하여 불룩한 배, 발기한 성기를 묘사했다. ‘출산’(The Birth, 2007)은 아기가 태어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에로틱 누드(The Erotic Nude) 섹션에 전시된 로댕의 대리석 조각인 ‘키스’(The Kiss)는 남녀 커플의 육체를 완벽한 이상형으로 묘사했을 뿐 아니라, 격렬한 에로티시즘을 불어넣는데 성공한 작품이지만, 제작 이후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으며 조각의 민감한 부분을 천으로 가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누드의 에로티시즘을 탐구했던 윌리엄 터너, 파블로 피카소, 루이즈 부르주아 등의 드로잉이 전시되었다. 이들의 작품에는 두 사람 이상의 이미지 속에서 누드의 에로티시즘이 보다 명학화게 드러나 있다. 작품 중에는 터너(William Turner, 1775-1851)의 ‘커튼이 있는 침대에서 섹스 하는 커플’(A Curtained Bed, with a Naked Couple Engaged in Sexual Activity) 등 개인의 은밀한 취미를 위한 것들도 포함되어 있다.

몸의 정치학(Body Politics)이란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누드는 점점 성(性)의 정치학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주로 여성의 신체를 묘사하는 성의 권력관계에 이의를 제기하는 페미니즘(Feminism) 예술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엘리스 닐, 실비아 슬레이 등은 전통적인 여성 누드의 포즈를 한 남성의 누드를 묘사하며 전통적인 누드에 반기를 들었다. 1970년대 뉴욕 페미니즘 미술계의 핵심 인물인 슬레이(Sylvia Sleigh, 1916-2010)는 여성 누드의 고전적 포즈에 비견되는 남성 누드 시리즈로 유명하며, ‘비스듬히 누운 폴 로사노’(Paul Rosano Reclining, 1974)는 남성 성기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있다.

연약한 몸(The Fragile Body)이란 1980년대에 대형 사진들이 등장하면서 누드를 연약하고 유한한 존재로 표현하는 작품들이 많아졌다. 인간 자아의 정체성, 노화(老化) 등 변해가는 인체를 현대의 사진예술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신디 셔먼, 존 코플란스, 트레이시 에민 등 현대작가들이 표현한 누드를 살펴 볼 수 있었다. 코플란스(John Coplans, 1920-2003)는 ‘자화상(Self-Portrait, 1994)’에서 인체를 여러 부분으로 조각낸 다음, 화면에 꽉 차도록 잘라서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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