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대선 출마 권유 라몬 툴포 기자 “두테르테 리더십은 솔선수범·검소함에서 나와”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라몬 툴포(70)는 필리핀 안팎의 필리핀 국민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언론인이다. 독립투사 출신 부친과 일본계 모친 사이에서 4남1녀 가운데 장남으로 출생한 그는 필리핀 유력지인 <인콰이어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라디오 고정채널 ‘DWIZ 882 AM’도 운영 및 진행하고 있다. 툴포의 사무실엔 그의 사진과 함께 ‘몬 툴포에게 얘기하세요!’라고 적힌 배너가 서있다.
툴포 기자를 11월 20일 아침 만났다. 마닐라 중심가에 있는 술루호텔 식당에서 시작한 인터뷰는 그가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는 필리핀공보센터 사무실로 옮겨 이어졌다.
당신의 방송은 20년 이상 가난하고 힘없는 서민들을 위한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왜 이 일을 시작했나?
“억울한 문제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하루 30~40명이 아침부터 와서 기다린다. 언론이나 정부에 호소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갖고 온다. 이야기를 들으며 해결책을 제시해주고 어떤 거는 라디오방송으로 소개한다. 전국방송인데 아침 9시부터 1시간 동안 나와 <아시아엔> 필리핀 특파원인 알린이 함께 진행한다. 이들의 민원 80% 정도가 우리 사무실을 통해 해결되곤 한다.”
주로 어떤 내용들인가?
“어뷰즈! 갑질에 관한 게 가장 많다. 법률다툼이 필요한 경우는 변호사를 선임해 주기도 한다.(이 사무실에는 변호사가 1명 상근하며 상담에 응해주고 있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시골에 가는 차비를 달라고 오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자선단체는 아니라 이런 사람들은 그냥 돌려보낸다.”
여기 오기 전 서울의 대학로에서 만난 필리핀 사람들에게 당신 얘기를 하니 ‘툴포는 필리핀의 로빈훗’이라고 하더라.
“로빈훗? 그는 남의 재산을 빼앗아 도와주지만 나는 남의 것을 훔치거나 강도질 해 돕는 게 아니니 다른 것 아닌가?”(웃음)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출마를 권유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맞다. 대통령이 된 그는 필리핀을 마약과 각종 범죄, 부패로부터 구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는 한번 마음 먹으면 꼭 해내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공약을 실천해 반드시 필리핀을 선진국으로 이끌 것이다. 두테르테는 무엇보다 청렴하다. 그는 다바오시장 시절 서민들이 사는 집에 살았다. 그렇게 검소하고 국민들 편에 서는 대통령은 두테르테가 처음이다. 두테르테의 리더십은 바로 솔선수범하는데서 나온다.”
그의 임기가 끝나면 필리핀이 진짜 살기 좋은 나라가 될까?
“물론이다. 아시아의 호랑이로 부상할 것이다. 1997년 동남아에 불어 닥친 외환위기 때 놓친 기회를 다시 붙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연한 부패와 범죄 그리고 마약을 퇴치한다면 우리나라도 새로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을 것이다.”
마약과의 전쟁에 두테르테 아들과 사위가 연루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테르테는 만약 아들이 마약거래에 연루됐다면 쏴 죽이겠다고 말할 정도다. 거기에 대해서는 이미 결론이 나오지 않았나? 필리핀 주류언론들은 두테르테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두테르테 아들과 사위 건도 이들이 뜬소문을 갖고 기사화하면서 시작됐다. <인콰이어러> 칼럼니스트인 나의 경우도 2주일 전에 칼럼을 넘겼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들은 철저히 기득권 편에 서있다.”
툴포는 “혹시 아시아기자협회 창립멤버인 조 파 비아 기자를 아느냐”는 물음에 “물론! 그는 내 멘토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는 “1972~74년 필리핀통신사 기자 시절 함께 근무했다”며 “조 파비아는 계엄령 아래서도 검열을 거부하며 우리들에게 용기가 뭔지 몸으로 가르쳐줬다”고 했다.
툴포 기자는 1946년 11월 22일 다바오에서 태어났다. 2016년 11월 26일 열린 그의 칠순 생일엔 두테르테 대통령을 비롯해 아로요, 에스트라다 등 전직 대통령과 툴포와 뜻을 같이 하는 정치인, 연예인, 언론인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그 자리에 필리핀 갑부들은 한 사람도 초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