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아타튀르크 체제’ 무너지다···대통령제 개헌 에르도안 장기집권 ‘본격시동’

케말 파샤(왼쪽)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사진=AP/뉴시스>

난민협정·비자면제협상·EU가입협상 영향에 주목

[아시아엔=편집국] 16일 실시된 개헌 국민투표가 과반수 지지를 얻음으로써 터키는 공화국 설립 후 94년간 지속된 의원내각제를 버리고 ‘제왕적 대통령제’로 갈아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924년 케말 파샤(아타 튀르크)가 연 공화국체제가 ‘술탄 체제’로 역주행하게 된 것이다.

이날 가결된 새 헌법은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 반면 견제와 균형 기능은 취약해 독재로 흐를 가능성을 막기 힘들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을 비롯한 반대진영은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해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당 정의개발당(AKP)은 투표기간 미국·프랑스·한국의 사례를 들며 대통령중심제가 민주주의 후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찬성을 유도했다.

새 터키 헌법에 따른 대통령중심제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사법부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원하면 조기 총선을 시행할 수 있다. 대통령중심제의 성공 요건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비판 언론인 <줌후리예트>의 한 기자는 “현재 국가비상사태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주어진 강력한 권한이 앞으로 평시에도 계속된다는 뜻”이라며 “독주에 제동을 걸기가 한층 어려워졌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잔여 임기 2년이 보장되고 새 헌법에 따른 첫 대선은 2019년에 시행된다. 1회 중임 규정에 따라 2029년까지 재임할 수 있지만 만약 에르도안 대통령이 2029년 임기가 만료되기 전에 조기 대선을 결정한다면 의회의 동의를 거쳐 다시 출마할 수 있다. 이 경우 임기는 2034년까지 연장된다.

각국 헌재의 협의체인 베니스위원회도 터키 개헌안에 대해 “터키의 입헌민주주의 전통을 거스르는 위험한 시도로, 전제주의와 1인 지배에 이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을 비롯한 서방은 권력을 한층 공고히 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난민송환협정, 비자면제협상, 사형제, 유럽연합 가입협상, 시리아정책 등에 어떤 변화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개헌 캠페인 기간 에르도안 대통령은 난민송환협정과 유럽연합 가입을 재검토하고, 사형제 부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