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야권 국민투표 부정의혹 제기···”날인 없는 용지도 유효표 처리”
“선관위, 개표 직전 날인 없는 투표용지 인정 방침 결정”
시민들 “에르도안이 투표부정 배후···파시즘 맞서 저항”?
[아시아엔=박호경 기자] 터키 개헌안이 51.3%의 찬성으로 반대를 2.6% 포인트 앞서며 통과됐다고 터키 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다. 선관위는 “5060만여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87%였다”고 덧붙였다.
개헌안이 근소한 차로 가결되자 야권은 투개표 부정의혹을 제기했다.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16일(현지시각) 개표 결과가 공개된 직후 “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 직전 날인이 없는 투표용지를 유효표로 처리하기로 방침을 변경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터키 선관위(YSK)는 “선관위 날인이 없는 투표용지라도 불법으로 유입됐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유효표로 처리키로 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선관위는 성명에서 “날인 없는 기표용지를 받았다는 유권자 민원이 쇄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CHP의 뷜렌트 테즈잔 부대표는 “선관위 날인 없는 투표용지를 유효표로 처리한 것은 공정선거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날인 없는 투표용지를 보존하라”고 촉구했다.
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선관위는 투표용지 봉투가 개봉된 뒤 법률에 반하는 방식으로 경기 도중 규칙을 바꿨다”며 “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에르달 아크순가르 CHP 부대표는 “투표함의 37∼60%에 문제가 있다. 250만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며 “100만표 정도가 무효이며 150만에 달하는 무효표가 선관위에 의해 유효표로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민족주의행동당(MHP) 소속으로 당의 개헌 지지방침에 반발한 시난 오안 의원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선관위의 결정은 오류이며 부정투표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쿠르드계 등 소수집단을 대변하는 인민민주당(HDP)은 “총투표의 3분의 2에 대해 재검표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국내에서는 5500만명이 이번 국민투표에 등록했으며, 해외 거주 터키인 130만명도 투표에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민들은 “투표 결과가 에르도안 대통령에 의해 조작됐다”면서 “파시즘에 맞서 힘을 모으자”고 외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분명한 사실은 국민의 절반은 개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위험한 길이 되더라도 우리는 시민 저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