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판 10월유신···16일 개헌 국민투표, 에르도안 장기독재 ‘문턱’에
대통령에 입법권·의회해산권 부여···국가비상사태 남발 우려
비민주적 독소조항들로 유럽연합 가입에 장애물 될 수도
[아시아엔=편집국] 터키 개헌안 국민투표가 16일(현지시각) 실시된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터키는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 전환돼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한이 대폭 늘어난다. 2003년부터 11년간 총리 재임 뒤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된 에르도안은 이번 개헌안이 가결되면 최장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개헌안의 주요내용은 △대통령은 부통령과 장관을 의회의 승인 없이 임명하며 △대통령이 입법권을 갖게 되고 △대통령은 의회 해산권도 행사할 수 있다. 또 △대통령은 의회 승인 없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으며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상황에서도 대통령령을 발동해 시민권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개헌안이 가결될 경우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갖게 된다.
개헌안은 이밖에 피선거권 연령을 현행 25세에서 18세로 낮추고, 사법부의 중립성 보장을 명시했다. 또 대통령 후보자격을 현행 ‘4년제 대졸자 이상’에서 ‘전문대 졸업 이상’으로 조정했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에르도안은 2년제 전문대학을 졸업했으며, 그의 대학 졸업장은 위조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야당을 비롯한 개헌 반대파들은 “에르도안 정부가 장기집권을 위해 반대운동을 제한하며 일부 재외국민투표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며 “터키의 공화국 체제와 민주주의가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의 장기 집권은 유럽연합(EU)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5년부터 진행중인 터키의 EU 가입 협상이 시험대에 오른다. 개헌안의 비민주적 독소 조항을 문제삼는 EU와, EU가입 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이겠다는 에르도안이 정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와 서방의 향후 관계는 개헌안 투표결과에 따라 큰 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16일 개헌 국민투표에 앞서 지난 9일 57개국 주재 터키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재외국민 투표가 마감됐다. 터키 선거관리위원회는 “등록 유권자 297만2676명 중 140만46명이 참여해 투표율 4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