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개정 헌법 무엇이 문제인가?···에르도안 1인독재, 민주주의 기로에
[아시아엔=박호경 기자] 내각책임제에서 대통령권한을 대폭강화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터키 개헌안 국민투표가 16일 통과됨으로써 터키 민주주의는 기로에 서게 됐다.
1982년 국민투표로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터키는 11년간 총리에 재임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이 2010년 국민투표로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을 간선제에서 직선제로 바꾼데 이어 2014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리고는 다시 대통령 권력을 대폭 강화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붙여 자신의 장기집권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에르도안은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중심제 개헌을 밀어부쳤지만 야당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 지난해 7월 군사 쿠데타 진압 직후부터 반대파를 제압해 9개월만에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에르도안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군인·정치인·공직자·법조인·교육자·지식인·언론인 등을 10만명 이상 숙청하고, 5만명 이상을 감옥에 가둔 채 이번 투표를 강행했다. 현재 터키는 지난해 쿠데타 이후 국가비상사태가 해제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이번 개헌안의 골자는 대통령의 권력을 ‘술탄’ 수준으로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술탄은 이슬람 세계에서 제정일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군주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바뀐 개헌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기존 총리직은 폐지되고 △대통령이 부통령과 장관을 모두 임명한다. △대통령이 예산권을 가지며 △기존 의회에 속했던 행정부 운영권이 대통령 소관에 놓이게 됐다. △대통령은 판사에 대한 임명권을 가져 사법부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은 또 의회 해산권을 갖게 됐다.
개헌안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1회에 한해 중임이 가능하며 새 헌법에 따른 첫 대선은 2019년 실시한다. 또 △대선과 총선을 같은 날에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총선에서 대통령을 견제하는 세력이 원내 1당을 차지할 길은 더욱 멀어진다. 이와 함께 △새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국가비상사태 선포권도 강화됐다. 터키판 ‘긴급조치’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번 헌법개정으로 터키 대통령,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를 자신의 뜻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