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현상’ 또는 ‘해묵은 관행’?···주필리핀 대사관의 ‘복지부동’
[아시아엔=편집국] 필리핀 교민 M씨는 올해 초 필리핀 중부 레이떼 지역의 신항만개발계획을 우연히 알게 된 후?한국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레이떼 지역을 직접 방문하여 현재 운영중인 타클로반항의 부두는 수심이 5m 정도로 낮아 소규모 국내선 밖에는 입항할 수 없어 항구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좁은 해협을 통과하거나 섬의 남쪽을 빙 돌아 먼 거리를 항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곳은 타 지역보다 물류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단점도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항구 위치도 동쪽 태평양쪽에 면해 있어서 태풍이나 쓰나미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특히 타클로반 항구는 2013년 초대형 태풍 하이옌으로 쓰나미가 발생해 사상자 수천명이 발생했다.
그래서 그 지역 상공인들과 정치인들은 오래 전부터 태풍과 쓰나미 위험이 적고 수심도 깊은, 그 지역의 서북쪽에 신항만을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지역이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의 고향이라는 이유 때문에 지난 30여년 동안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두테르테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이 지역은 복구와 개발작업이 한창이다. 이참에 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신항만 개발도 적극 추진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M씨에게 들려왔다.
레이테 지역 상공인들과 일부 정치인들의 설명을 들은 교민 M씨는 이 신항만개발사업에 한국업체들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한국업체들의 참여가능성을 문의하자 그들은 적극 호응하였다.
얼마 후 M씨는 레이테 지역 상공인들과 정치인들의 공적 모임인 지역개발위원회(RDC)에서 한국업체들을 초청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M씨는 이러한 사실을 지인을 통해 한국의 해수부에 알렸고, 항만개발사업성 검토 전문업체에도 연락을 취했다. 아울러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그런데 대사관에서는 시쿤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M씨는 아래와 같은 이메일을 대사관으로 보냈다.
안녕하십니까??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 교민 M이라고 합니다.
저는 오랜기간 필리핀에 거주하면서 일부 한국인들이 필리핀 정부 인사들을 이용하여 필리핀 정부 프로젝트라고 속이거나 사업을 과대포장하여 다른 선량한 한국인들 또는 한국의 정부투자기관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려 하는 것을 더러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한국대사관의 역할에 대해 아쉬워하는 마음을 금할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기관이나 정부투자기관은 우리 한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기에 그러한 공기관들이 잘못된 사업에 발을 들이어 손실이 발생하면 국가 이미지 실추는 물론이려니와 국민들 세금을 낭비 혹은 사기당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곳 필리핀에서 한국인들이 필리핀 정부기관과 추진하는 모든 사업들에 대해 대사관측에서 사업추진단계에서부터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대사관측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조언 또는 조치를 적시에 취해주시기를 국가의 주인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탁/요청드립니다.
대사관 직원들을 비롯한 국가 공무원들은 국민의 종이라는 인식을 항상 숙지하여 국민의 부탁이나 요청이 합당하다고 여겨진다면 발벗고 나서서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것입니다.
M씨의 이메일에 대사관에서는 짧게 회신했다.
“공관 내부일정을 고려하여 검토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3월말경, 레이테 주지사 페틸랴(Petilla)씨를 비롯한 그 지역 유력가들의 공식 회의체인 지역개발위원회 (RDC)가 타클로반 시에서 열렸다. 이튿날에는 개발 예정지역을 시찰했고, 그 다음날에는 대사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마닐라 시내의 D호텔에서 필리핀 항만청과 레이테 지역 국회의원실이 참여하는 2차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타클로반 시에서는 물론이고 마닐라에서도 한국대사관측 공무원은 아무도 모습을 내비치지 않았다. M씨에게 아무런 연락도 해주지 않았다. 대사관측에서는 과연 M씨의 요청을 검토하기나 한 것일까?
3박4일간의 회의가 끝난 후 M씨는, 한국에서 출장 온 항만개발전문 엔지니어링 업자에게 레이테 지역 정치인들 및 상공인들을 소개하여 직접 연락을 주고받아 향후 개발사업을 추진하도록 부탁했다.
신항만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한국의 항만개발업체들에도 새로운 일감이 주어지고 필리핀 국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M씨는 “필리핀 지역개발에 민과 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할 터인 데에도 불구하고 대사관측의 소극적이고 무관심한 태도에 대해 무척 실망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