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우 신임 한겨레 사장 “한겨레는 늘 정당하다는 자기최면에서 벗어날 것”

양상우 신임 한겨레 사장

[아시아엔=편집국] 양상우(54) 한겨레신문 제17대 사장이 18일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했다.

양 신임사장은 취임사에서 “한겨레는 실패도 좌절도 겪을 것”이라며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도전할 것이고 결국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당연시하는 전통과 관습이 하나의 도그마로 변한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한겨레는 늘 정당하다는 자기 최면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한겨레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이루어 낸 시대적 산물”이라며 “후퇴에서 전진으로 한겨레의 미래를 만들어 함께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양 신임사장은 1990년 공채 4기로 입사해 편집부·사회부·경제부·정치부 등을 거쳤으며 △시경캡 △노조위원장 △우리사주조합장 등을 거쳐 제16대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한겨레신문의 대표적인 ‘추적보도’ 기자로 꼽혔으며 2003년 ‘부산오락실 조폭 실태 폭로’ 기사로 삼성언론상을 수상했다. 양 사장은 민주언론상(2007),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톨릭매스컴상(2006), 자랑스런 연세상경인상(2004)도 수상했다.

한겨레신문은 1988년 5월 15일 국민주 모금으로 창간했다. 초대 사장은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고 송건호씨가 맡았다.

다음은 양 사장 취임사.

사랑하는 한겨레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한겨레신문 29년의 역사를 되새기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한겨레 창간에 몸 바친 선배들의 땀과 눈물을, 6만여 국민 주주들의 뜨거운 마음을, 다시금 떠올리며 옷깃을  여밉니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겨레신문을 지켜온 우리 임직원 모든 분들께도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  두 번째 섰습니다.
3년 전 정든 일터를 떠나며, 드렸던 말씀이  있습니다. 한겨레를 살리기 위해, 한겨레를 떠난 80명의 동료들입니다. 2004년  12월31일 이후로, 그 분들은 제 가슴 속  평생의 화인(火印)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의 한겨레 생활은 덤이었다고 말씀 드렸었습니다.

앞으로 3년도  제겐 덤이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시대의 고통에 온몸으로 맞선 선배들,
이상을 위해 청춘을 던진 동지들,
부족한 저를 믿고 소명을 깨우쳐주신 후배들,
그 선후배 동료들께서 제게 또 한 번의 덤을  허락해주셨습니다.

한겨레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위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바입니다. 많은 구성원들이 5년 뒤, 10년 뒤 한겨레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합니다. 자회사 문제를 비롯해 경영 실적은 악화하고,  콘텐츠 경쟁력 역시 하락하는 이중의 위기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 도전은 현실입니다.  지뢰밭처럼, 장벽처럼 눈앞에 펼쳐진 위험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이 험난한 도전은 쉽게, 짧은 시간에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더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꼭 알아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도전하고, 끝내 이겨낼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 스스로 관행과 무사안일, 비관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게 우선입니다. 무관심과 남 탓, 정치 과잉의 오랜 악습으로부터 우리는 반드시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과 한겨레의 존재이유 앞에 겸허해야  합니다. 한국 언론의 든든한 기둥으로 거듭나라는 엄중한 시대적 요구 앞에서, 이제 우리는 주인 된 자로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책임감을 갖고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의심해야 합니다.  내년이면 한겨레 창간 30년입니다. 우리가  전통과 관습이라 여겨온 것들은, 광속으로 흐르는 세월의 뒤안길에서 도그마로 전락했는지  모릅니다. 한겨레와 한겨레인의 모든 행위는 정당하다는 자기최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스스로 회의해야 혁신과 도전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습니다.  그릇되고 시대착오적인 관행에서 벗어나는 데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사랑하는 한겨레 임직원 여러분,

당장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 너무도 많습니다. 가뭄 끝에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를 보는 듯합니다. 이 자리에서  일일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취임 전 한 달 여 동안만도 여러 난제들과  맞닥뜨렸습니다. 마음은 급하지만 쫓기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단단한 각오로 다시 정비하겠습니다. 마른 바닥을 풍요로운 곳간으로,  다시 채워나가겠습니다.

선후배가 손을 맞잡고 더 좋은 회사, 더 건강한 조직, 더 강한 매체를 만드는 새 역사를  써봅시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과 아이디어만 가진 사람들이 맨손으로 만든 살아있는 역사가, 한겨레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앞으로도 우리는 결국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도전해야 할 위기의 실체는, 낙관적 전망의 상실 그 자체입니다. 낡은 관행과 무사안일을  버리고, 비관과 무책임의 덫을 내던집시다. 흘러가는 물결  위에서 멈춰서는 것은, 퇴보하는 것입니다.

‘한겨레호’의 뱃머리를 다시 앞으로 돌려 거친 물살을 헤치고  앞으로 나갑시다.

우리 함께,  미래를 향해 REBOOT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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