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이 유엔사무총장 출국 직전 고은 시인한테 선물받은 ‘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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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 “연애시절 선생님 소설 주고받아”

고은, “옛 ‘석’ 구름 ‘운’ 뜻 이어가길 바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호는 석운(昔雲)이다. 2006년 12월 업무 인수를 위해 출국하기 직전 열린 환송연에서 고은 시인이 지어준 것이다.?기자가 당시 일하던 <한겨레신문> 2006년 12월 16일자 사람면에 실린 기사 전문이다. <편집자>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16일 본격적인 업무 인수에 들어간 반기문(왼쪽) 차기 유엔사무총장 내정자가 고은(오른쪽) 시인한테서 호를 받았다. 석운(昔雲). 뉴욕으로 출국하기 전날인 14일 저녁 롯데호텔 사파이어홀에서 열린 환송연 자리에서다.

고은 시인은 호를 전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품어온 청운의 꿈을 이룬 반 사무총장이 앞으로도 길이길이 그 꿈을 이어가기 바랍니다. 꿈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올라 세계평화를 꼭 실현시켜 달라는 뜻에서 ‘옛 석, 구름 운’자를 반 총장께 드립니다.”

이에 반 내정자는 “선생님 말씀대로 최선을 다해 유엔사무총장직을 완수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이날 첫 만남이었다고 한다. 오후 6시30분 행사 시작 전 반 내정자가 고은 시인에게 자신이 처음 시인을 만난 얘기를 전했다. “60년대 초 아내와 연애시절 선생님 소설 〈피안앵〉(彼岸櫻)을 선물로 주고받았습니다. 이렇게 뵈니 그때 생각이 납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시인은 그 자리에서 ‘석운’을 생각해내고 두시간 남짓 뒤 행사 막바지 축사시간에 하객들에게 공개했다.

고은 시인은 “1959년엔가 승려시절 처음 지은 〈피안앵〉을 청춘 남녀가 돌려가며 읽었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며 “‘석’자는 옛날이란 뜻도 있지만 ‘길이길이’란 뜻도 있어 반 총장께 딱 들어맞는 글자”라고 했다.

한편 조중건(74) 대한항공 고문은 축사를 부탁받자 인사말 대신 박목월 시에 김성태가 곡을 붙인 가곡 〈이별의 노래〉를 2절, 1절, 3절 순으로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이날 행사에는 이만섭·김수한 전 국회의장, 강영훈 전 총리, 한승헌 전 감사원장,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 강신호 전경련 회장, 박진 국회의원, 송인상 전 능률협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박수길·박근·김삼훈 전 대사,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오명 건국대·이배용 이화여대·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박재갑 서울대 의대 교수, 안인희 고려대 교수, 이수완 외신기자클럽 회장 등 각계 인사 8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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