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노인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아내란 어떤 존재일까? 아내는 내가 나이 한 살 더 먹으면 같이 한 살 더 먹으며 옆에서 걷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아침에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날까 걱정 안 해도 되는 사람이다.
또한 집안 일 반쯤 눈감고 내버려 둬도 혼자서 다 해놓는 사람이 아내다. 너무 흔해서 고마움을 모르는 물처럼, 매일 그 사랑을 마시면서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파르고 위태로운 정점이 아니라, 잔잔하게 펼쳐진 들녘 같은 사람이다.
세상의 애인들이 탐하는 자리, 눈보라 몰아치고 폭풍우 휘몰아치는 자리, 장맛비에 홍수 나고, 폭설에 무너져도 묵묵히 견뎌내는 초인 같은 사람이 아내다. 가끔 멀리 있는 여자를 생각하다가도 서둘러 다시 돌아오게 되는 사람, 그리고 되돌아와 다시 마주 보고 식탁에 앉는 사람이 아내다.
티격태격 싸우고 토라졌다가 또다시 누그러져 나란히 누워 자는 사람, 불편했던 애인을 가져봤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내가 얼마나 편안한지. 그런 사람 하나 곁에 있어서 세상에는 봄도 오고 여름도 오는 것이다. 그런 아내가 옆에 있는 덕분에 새소리도 즐겁고 예쁜 꽃도 피는 것이다.
그 사람이 곁에 있어서 우리 남편이란 족속들이 험한 세상 이기며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별들이 밤하늘에 나란히 빛나듯, 땅 위엔 나란히 곁에서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이 있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것이 묵묵히 곁에서 지켜주는 아내 덕분이다.
오래전 커피숍에 갔다가 “Happy wife, happy life”라는 글이 액자에 담겨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얼핏 보기에 커피숍에 생뚱맞게 무슨 ‘wife’라는 단어가 적혀있는가 의아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주 멋진 뜻이었다. “아내가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다.”
그야말로 ‘인명재처’(人命在妻)다. 아내가 없으면 꼼짝 못 하는 내 처지에서는 그야말로 맞는 말이다. 그렇다. 아내가 행복해야 삶이 행복하고, 남편이 편하다. 이렇게 남편의 운명은 아내의 손에 달렸다.
칸트는 “남편 된 사람은 아내의 행복이 자신의 전부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위(魏)나라 문후는 “가난한 사람은 좋은 아내를 얻고 싶어 하고,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좋은 재상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법이다”라고 했다. 북송(北宋)의 구양수는 “내가 재력이나 지위 때문에 마음고생 하지 않고 지낸 것은 아내 덕이다”라고 말했다.
그밖에도 아내를 칭송하는 아름다운 말들이 많다. <대장경>(大藏經)에는 “아내는 남편의 영원한 누님이다”, 영국 속담에는 “좋은 아내를 갖는 것은 제2의 어머니를 갖는 것과 같다” “좋은 아내는 남편이 탄 배의 돛이 되어 그 남편을 항해시킨다” 등이 있다.
1000년 전 영국에서는 아내를 ‘평화를 짜는 사람’(peace weaver)이라고 불렀다. 수필가 피천득은 “아내는 행복의 제조자 겸 인도자이다”라고 했고, <탈무드>에는 “아내를 괴롭히지 마라. 하느님은 아내의 눈물 방울을 세고 계신다”고 했다.
또 베이컨은 “아내는 젊은이에게는 연인이고, 중년 남자에게는 반려자이고, 늙은이에게는 간호사”라 했다. 빈천지교불가망(貧賤之交不可忘) 조강지처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이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가난하고 천할 때 사귄 벗은 잊을 수가 없고, 가난할 때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는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너무 아내 예찬을 많이 했나 보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 사실은 필자 아내가 많이 안 좋다. 지금까지 아내 덕에 잘 살았다. 그런데 아내가 아프니 하늘이 무너지는 듯 마음이 아프다.
더군다나 나도 건강이 안 좋아 거의 걷지를 못한다. 이제는 두 늙은이가 꼼짝 없이 최후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도 있다.
우리 부부가 ‘일원대도’(一圓大道)에 귀의한 후, 신앙과 수행에 일직심으로 달려온 결과 하늘이 돕고, 나라가 도와주는 것 같다. 모두가 인연의 소치다. 나라에서 좋은 요양사를 보내주어 한숨 돌리며 안정이 된 것 같다.
남은 소망이 있다면, 우리 부부 한날, 한시에 두손 꼭 잡고 떠나가고 싶을 뿐이다. 아내 덕분에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다. 이생에 못다 한 아내 사랑 내생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