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

요즘 자식 교육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우리 자랄 때만 해도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내던지고 밖에 나가 동무들과 어울려 자치기, 딱지 치기, 구슬 치기, 술래잡기 등 온갖 놀이를 다 하다가 어스름이 와서야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숙제도 하고 그랬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이 밖에서 친구들과 노는 아이가 없다고 한다. 모두 학원을 전전하며 온갖 것을 다 배운다. 학교에 가서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필자 손자 녀석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얼마 전 친구와 다투다가 한 대 쳤다고 한다.

그런데 친구 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학교폭력’으로 신고해 퇴학을 시키겠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울리다 다투기도 하고, 심지어 드잡이도 하며 크는 것 아닌가? 참으로 살벌하다. 우리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어느 아이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을 때, 유치원 교사가 말해주었다. “아드님한테 다동증(多動症) 증상이 있는 것 같아요. 자리에 앉아서 채 3분을 견디지 못하는걸요. 병원에 한번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오늘 선생님이 엄마한테 무슨 얘기 했어?” 순간 어머니는 콧등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솟구쳤다. 반 아이 40명 가운데 유독 자기 아들만 선생님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어머니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우리 아들을 칭찬하시더구나. 단 1분도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던 애가 지금은 3분 동안이나 견딘다고 말이야. 다른 애 엄마들도 모두 부러워하더구나. 반 아이들 가운데 우리 아들이 제일 조숙하다고.”

그날 저녁, 아들은 평소와 다르게 어머니가 일일이 먹여주지 않아도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 아들이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학부모 회의에서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번 산수 시험에서 아드님은 전체 학생 50명 가운데 겨우 40등을 했습니다. 그래서 말씀인데요. 혹시 아드님의 지능 지수가 너무 낮은 게 아닌가 의심되네요.”

교실을 나서면서 어머니는 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식탁에 마주 앉은 아들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우리 아들을 무척 기특해 하더구나. 워낙 머리가 좋아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네 옆 단짝 정도는 이길 수 있겠더구나. 그 아인 이번에 겨우 21등을 했다면서?”

그 말에 아들의 눈에는 금세 정기가 감돌았다. 그 후 아들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어른스러워졌으며, 이튿날엔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갔다.

아들은 커서 중학교에 입학한 후, 졸업을 앞두고 진학을 위한 학부모 회의에 참석한 어머니는 진학 대상자 중 아들의 이름이 호명되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회의가 다 끝나도록 아들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고 묻는 어머니에게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지금 성적으로는 아드님의 고등학교 입학은 아무래도 벅찰 것 같습니다.”

학교 문을 나서니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길에서 어머니가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너한테 아주 많은 기대를 하시더구나. 네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겠다고 말이다.”

그 이듬해 아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3년 후 고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하루는 학교에서 아들한테 빨리 오라는 전화가 왔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예감이 들었다.

얼마 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명문 K 대학 마크가 붙은 서류 봉투를 어머니에게 넘겨 주고서 몸을 홱 돌려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뒤쫓아 간 어머니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 이 기쁜 날 울긴 왜 우니?” “엄마, 난 내가 머리 나쁜 애라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엄마가 나를 그토록 믿어주셨기에······”

아들의 말을 들으며 어머니는 지난 10여년 간 가슴속에 혼자 묻어 두었던 눈물을 이제는 참을 수가 없었다. 희비가 엇갈린 맑은 눈물이 두 손에 받쳐 든 합격 통지서를 적시고 있었다.

모든 엄마의 말 속에는 아이가 올바르고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다. 엄마의 말도 중요하다. 하지만 말투 또한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엄마의 진심이 아이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반드시 되돌아보아야 한다. 엄마가 무슨 말을 해도 아이는 그저 잔소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고 질책하거나 윽박지르면, 아이의 자율성과 자존감이 훼손되어 결국에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방어적인 아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자존감(Self-esteem)’은 말 그대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우리 자식 교육은 자신에 대한 존엄성을 키워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물을 안겨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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