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체크리스트’와 ‘남편이 지켜야 할 지침’
유방의 중추적인 부분은 젖을 분비하는 젖샘인 유선(乳腺, mammary gland)과 젖을 유두(乳頭, 젖꼭지)로 운반하는 유관(乳管, mammary duct)이다. 유방에는 여러 종류의 세포가 있으며, 어느 것이든 암세포로 변할 수 있으므로 발생 가능한 유방암의 종류는 많다. 유방암은 암이 기원한 세포의 종류 및 침윤 정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한다. 암의 발생 부위에 따라 유관과 소엽 등의 실질(實質)조직에서 생기는 암과 그 밖의 간질(間質)조직에서 생기는 암으로 나눈다.
국내 여성 암 발생 1위는 유방암이다. 발생자수는 2000년 6237명이던 유방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여 2019년에는 2만4933건(남자 113건, 여자 2만4820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9.8%로 5위를 차지했다. 남녀를 합쳐서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31.0%, 50대가 30.0%, 60대가 18.8%의 순이었다. 병원을 찾는 누적 환자는 약 26만명에 이르며, 유방암 발생 위험 그룹은 최소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2019년 2634명으로, 전체 암 사망자 8만1203명 가운데 3.3%를 차지했다. 2019년 암으로 사망한 사람 수는 전체 사망자수의 27.5%에 해당하며,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인 암은 폐암으로 전체 암 사망자의 22.9%이고 다음으로 간암, 대장암, 위암, 췌장암, 담낭 및 기타 담도암, 그리고 유방암이 7위를 기록했다. 1990년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여성인구 10만 명당 2.8명이었으나, 2019년에는 10.2명으로 증가했다.
유방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이는 50대 초반으로 폐경 전후에 많이 발병한다.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estrogen)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수록 발생 위험이 커진다. 초경이 이를수록, 폐경이 늦을수록, 임신이나 모유 수유 경험이 적을수록 유방암 발병이 높아진다.
유방암의 원인을 확실하게 규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고지방·고칼로리의 서구화된 식생활과 그로 인한 비만(BMI 25 이상), 늦은 결혼과 출산율 저하, 모유 수유 기피, 빠른 초경(14세 이전)과 늦은 폐경(50세 이후) 등으로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총 기간 증가 등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방암의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다. 유방암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진다. 심한 경우에는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올 수도 있다. 또한 유두에 잘 낫지 않는 습진이 생기는 경우에도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다. 유방암이 아주 심하게 진행된 경우에는 유방 피부가 움푹 패고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며, 통증이 있거나, 열감을 수반한다.
진단은 유방 병소는 자가 검진, 임상 진찰, 방사선 검사(유방 촬영술, 유방 초음파 등), 생검(生檢) 등으로 진단한다. 국립암센터의 유방암 검진 권고안은 40-69세의 여성은 2년 간격으로 유방촬영을 하며, 증상이 있거나 고위험군 여성은 임상의사의 판단에 따라 임상유방진찰, 유방초음파 등의 추가적인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유방촬영술(mammography)은 유방암 진단에 필수적인 검사로, 촉진과 초음파검사 등에서는 발견이 어려운 미세석회화(microcalcification)와 같은 유방촬영술에서만 관찰 가능한 조기암 병변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방촬영술에서는 유방을 판에 대고 상당히 압박을 가해야 병변 부분이 정상 조직과 구별되게 나온다. 이때 제대로 누르기 않으면 환자에게 전해지는 X선 양이 많아지고 유방촬영 사진이 뿌옇게 흐려져서 병변을 찾아낼 수 없다.
유방암 치료방법은 암이 진행된 정도와 발생 부위, 크기 등에 따라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항호르몬요법을 적절히 조합하여 치료한다. 종양의 상태에 따라 암 조직을 떼어 내는 수술적인 방법과 수술 부위의 국소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방사선 치료, 항암 화학 요법, 항호르몬 요법을 시행한다. 유방 전체 절제술을 시행한 경우에는 유방 복원 수술도 함께 시행할 수 있다.
유방암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여성성(女性性, femininity)을 잃어서 상당수가 우울증을 앓고, 생존 스트레스에도 시달린다. 선진국에서는 암 치료 시 정신건강 진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수라고 여겨서 암 정신과 전문의를 별도로 두고 있다. 암 진단뿐만 아니라 암 케어(care)에도 정신건강의학과가 참여하는 진료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요즘 대학병원들은 암센터 내에 암 스트레스 클리닉을 개설하고 있다.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팀과 서울의대 암연구소 연구팀은 유방암 발생 위험 관여 요인 19가지를 제시하고,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도시 기반 유방암 환자 구축 코호트(cohort, 집단 종속 연구)를 통해 취합된 한국인 유방암 환자 9만여명 데이터를 분석했다.
아래 ‘유방암 발생 위험 체크리스트’에서 ‘아니오’가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위험 요인별로 가중치를 반영하여 개인별 맞춤 예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루에 채소를 2회 이상 섭취합니까?
△하루에 콩 제품(콩, 된장, 두부 등)을 1회 이상 먹습니까?
△평소에 고기를 즐겨 먹지 않은 편이다.
△하루에 잡곡밥을 2회 이상 섭취합니까?
△우유를 매일 마십니까?
△술을 즐겨 마시지 않는 편이다(‘아니오’는 술을 자주 마신다는 뜻)
△현재 체중이 63kg 이하입니까?
△20세 때 체중이 58kg 이하였습니까?
△키가 160cm보다 작은 가요?
△당뇨로 진단받은 적이 없지요?(‘아니오’는 당뇨병 환자라는 뜻)
△하루에 과일을 1회 이상 먹습니까?
△가족(엄마, 이모, 외할머니, 언니, 여동생 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없다.(‘아니오’는 가족 중 환자가 있다는 뜻)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십니까?
△모유 수유를 한 적이 있다.
△고위험 유방 앙성 종양으로 진단받은 적이 없다.(‘아니오’는 진단받았다는 뜻)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은 적이 없다.(‘아니오’는 복용했다는 뜻)
△폐경이 됐습니까?
△초경은 16세 넘어 했습니까?
△이완기 혈압이 85mmHg보다 낮지요?(‘아니오’는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는 뜻).
한국유방암학회(Korean Breast Cancer Society)가 2007년에 발표한 ‘행복한 유방암 환자 부부를 위한 지침서’에서 남편을 위한 지침은 △묵묵히 들어줘라 △아내를 안아주고 웃게 하라 △유방암 자가진단법을 익혀서 거들라 △병원에 같이 가라 △가사 노동이나 자녀 교육의 부담을 덜어주라 △부부관계를 기피하는 아내를 이해하되,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말라 등이다.
한편 아내를 위한 지침은 △남편의 행동과 말투를 속단하여 상처받지 말라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줄 친구들을 만들라 △삶의 희망을 얻고 있음을 남편에게 표현하라 △매일 아침마다 ‘잘 해내고 있다’고 자신을 격려하라 △생활 방식(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켜라 △주치의와 상담하고 그의 권고를 100% 따르라 △생활 관리와 증상 관리 등이다.
유방암은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항상 재발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암을 완벽하게 예방할 방법이 없듯이, 재발을 철저히 막을 방도도 없다. 따라서 암 치료 후에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국소 재발이나 전이 재발을 일찍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발견하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므로 완치될 가능성도 크다. 유방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매년 높아져 2019년에는 93.0%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