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살인 다룬 파키스탄 다큐 ‘강가의 소녀: 용서의 가치’, 88회 아카데미 수상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파키스탄 다큐멘터리 영화 <강가의 소녀: 용서의 가치>(A Girl in the River: The Price of Forgiveness, 이하 ‘강가의 소녀’)가 ‘단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수상의 영예를 얻은 <강가의 소녀>는 파키스탄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명예살인’을 주제로 다룬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명예살인이란 순결이나 정조를 잃은, 혹은 간통한 여성을 상대로 남편 등 가족 구성원이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살해하는 관습을 말한다. 파키스탄을 포함해 이집트, 요르단, 예멘 등 이슬람 국가에서 이루어지며 살해한 가족은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아예 처벌을 받지 않는다.

여성 감독 샤미인 오베이드 치노이의 <강가의 소녀>는 파키스탄에서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사랑의 도피를 떠난 18살 소녀 사바 막수드의 실제 이야기를 40분간 담아낸 영화다. 2014년, 사바 막수드는 사랑의 도피 과정에서 아버지와 삼촌에게 붙잡혀 구타당하고 심지어 아버지가 쏜 총에 맞은 뒤 자루 안에 넣어져 강물에 버려졌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22일 <강가의 소녀>를 관람한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명예살인을 불법으로 규정하겠다”고 약속했으며, 파키스탄 온라인에선 ‘명예살인 근절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 서명 운동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종료 전에 마감된다. 최종 서명 인원은 목표인 12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노이 감독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나의 아버지는 항상 가족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살아오셨다”고 답했다. 그는 2012년 영화 <세이빙 페이스>로 파키스탄 영화 최초로 오스카상을 받기도 했다.

한편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2010년 파키스탄에서 명예살인으로 죽임을 당한 여성 수는 1천2백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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