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신붓감으로 팔려간 캄보디아 여성들···학대 못견뎌 귀향 ‘냉랭한 이웃반응’에 또 상처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중국에 신붓감으로 팔려간 뒤 온갖 학대에 시달리다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는 캄보디아 여성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온 그들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갈 곳 잃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례1. 캄보디아에서 저임금 노동자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었던 페니(29)씨. 그러던 와중, 사촌이 솔깃한 제안을 했다. “중국에 아는 부부가 있는데, 더 높은 임금을 주는 공장의 일자리를 주선해 줄 수 있다”는 것. 페니씨는 당시 스무 살이었던 여동생과 함께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중국 행을 결심했다.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자매는 직업을 알선해준다는 한 캄보디아 남성을 만났지만, 자신들이 중국에 팔려왔단 사실을 알게 되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 신붓감을 사러 왔다는 중국 남성 2명이 이들 자매를 강제로 데려간 것이다. 그때부터 불행은 시작됐다. 끊임없는 정서적·물리적·성적 학대에 시달렸고 남편이라는 남성과 그 어머니의 감시 아래 집안일을 해야 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자, 남성은 몸짓 발짓을 해가며 페니씨에게 이런저런 명령을 했고, 따르지 않을 경우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페니씨는 “그 집에서 살던 6개월동안 강간과 폭력에 시달려 3번이나 도망치려 했다”며 “결국 부모님의 돈을 빌려 중국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받아야 했던 것은 이웃들의 냉랭한 시선이었다. 그녀는 현재 고향을 떠나 수도 프놈펜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제가 과거에 겪었던 고통을 인정하기 힘들어요. 아무에게도 이 이야길 하고 싶지 않아요. 고향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수근 대며 절 이상한 사람 취급하니 마음이 더 아파요.”

사례2. 중국에 신붓감으로 팔려가 4년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낸 뒤 작년 9월 귀국한 나리(22, 가명)씨는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다. 말해봤자 득 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무도 절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중국에서의 일은 생각만으로도 너무 괴롭고 화가나요. 그냥 마음 속 깊이 묻어두는 것 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나리씨는 한 중국인 남성에게 팔려간 뒤, 남편뿐 아니라 그의 아버지와 사촌들에게 윤간을 당했다. 고통스러웠던 시절은 절대 잊을 수 없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가는 것이 캄보디아에서 살아남는 방법이기에 그는 침묵한다.

매년 수십 명의 캄보디아 여성들이 인신매매 당해 중국에 신붓감으로 넘겨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인권단체 에드호크(Adhoc)은 “작년 인신매매는 35건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으며, 쭘 소운리 캄보디아 외교부 대변인은 “2015년 정부는 비자 발급이 가능한 여성 85명을 대상으로 귀국을 추진했지만, 비자 발급 등을 이유로 귀국하지 못하는 여성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중국에서 갖은 학대에 시달리고 돌아온 캄보디아 여성들이 설 곳이 없다는 것이다. 캄보디아 정부는 인신매매 범을 좇기 급급해 정작 피해자들의 상처를 돌보는 데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에드호크 관계자는 “많은 캄보디아 여성들이 중국에서 겪은 일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다”면서 “상담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 현재 마련돼있는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그는 “인신매매를 경험한 여성 대부분은 자신이 겪은 일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법적 대응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캄보디아 사법 체계를 신뢰하지 않는 것도 소송하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관련 재판이 증가하고 있지만 브로커들에 대한 처벌만 간신히 이루어질 뿐, 인신매매를 주도한 범죄 조직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키에우 소피악 내무부 장관은 “커다란 조직을 주도하는 이들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보호받거나 캄보디아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캄보디아뿐 아니라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 각국에서 신붓감을 구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중국의 ‘한 자녀 정책’과 남아선호사상으로 남녀 성비 불균형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결혼적령기 남성이 여성보다 3천만명 이상일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특히 농촌의 경우, 신부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인신매매의 온상이 되고 있다.

중국 몇몇 지방 정부와 국유 기업들이 미혼 남녀의 ‘맞선’을 주선하고 있지만, 도시에 일하는 여성들에 비해 농촌 남성들의 수입이 적어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는 ‘두 자녀 정책’으로 선회했지만 정상 성비를 회복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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