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완의 사색진보] 유시민과 노무현 어떻게 다른가(1)

사색진보의 여섯가지 대립관계 중에서 리버럴과 어드밴스를 구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 둘 사이의 일치와 불일치를 잘 드러내주는 안성맞춤 사례가 보인다. 유시민과 노무현의 관계가 그것이다. 이 두 사람의 차이가 리버럴과 어드밴스를 잘 구분해 주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른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리버럴과 어드밴스가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다.

두 사람은 협력하여 참여정부를 출범시켰고 그 뒤에도 유시민은 노무현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렸다. 이들은 멀리서 보면 한사람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두 사람이다. 이들은 어떻게 다른가.

“국민참여당이 친노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시민은 친노 아니다. 어떻게 해서 유시민이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안)희정이도, (이)광재도 유시민을 친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도 같은 생각이었다. 유시민이 어떻게 친노가 된 거냐고 물으니까, 노 대통령이 ‘유시민은 우리 편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하더라. 우리 편은 아니고 우리와 비슷한 사람이어서 인정한다고 했다. 재임 중에도,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그랬다. 유시민은 우리와 그 무엇도 상의한 적이 없고 자기 마음대로 갔다. 대통령도 그런 면을 싫어했다. 남을 위해 정치를 해야지 나를 위한 정치는 곤란하다.” (강금원 창신섬유 사장 인터뷰, <시사in> 2011.2.23)

지금도 ‘친노세력’의 상징으로 많은 이들이 유시민을 떠올린다. 그런데 강금원은 노무현이 “유시민은 우리 편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고 밝혔다. “남을 위해 정치를 해야지 나를 위한 정치는 곤란하다”는 한 줄의 메시지도 의미심장하다.

두 사람의 차이를 찾고 있던 즈음에 적당한 사례 하나가 포착됐다. 진보통합 논의가 한창이었던 2011년 여름, 유시민 참여당 대표는 <기독교방송>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인터뷰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색깔이 비슷한 민주당이 아니라 좌파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를 묻자, “마음이 가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민주당에 들어가서 참여당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권하는 사람에게는 ‘군대를 두번 가느냐’라고 대답한다”고 말했다. 이미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 실험을 했고 실패를 확인했다는 뜻이다.

노무현은 서울 종로구를 버리고 민주당 깃발을 들고 부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국회의원선거 낙선, 부산시장선거 낙선을 거듭했다. 그는 지역주의의 벽을 향해 돈키호테처럼 돌진했다. ‘바보 노무현’이라는 말이 이때 생겨났다. 지지자들이 생겼고 이때 정치적 성공을 예약했다.

노무현이 우직하고 대의를 중시하며 다수를 위한 판단에 의존한다면 유시민은 자유롭고 영리하며 개인적 판단에 기우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한 사람은 시대적 소명을, 다른 한사람은 개인적인 자유를 중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차이를 좌파학자 손호철은 신랄하고 가혹하게 표현했다. “노무현의 이미지가 ‘바보 노무현’과 ‘진정성’이라면 유 대표의 이미지는 이와는 거리가 먼 ‘재승박덕’이다.”

‘진정성 없다’는 유시민?· ‘힘의 원천이 진정성’인 노무현

유시민은 자신의 약점을 무마하기 위해서였을까, 진정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말을 여러 차례 남겼다. “행동에 대해서 평가하고 진정성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말라”고 몇 해 전 서울대 강연에서 말했다. 그 뒤에도 여러 강연에서 “진정성은 없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다분히 위악적으로 들린다. 도대체 어떤 뜻일까. 어떤 악인이라도 그 사람의 처지에서 살펴보면 절실한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도둑놈이라 해도 ‘아픈 딸의 약값을 벌기 위해’ 남의 집 담을 넘은 것일 수 있다. 그러니 진정성 없는 사람은 없다는 거다. 진정성은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노무현의 힘은 진정성에서 나온다. 그는 자기가 손해 보는 게 분명한 상황에서도 정면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잔꾀하고는 거리가 멀다. 우직하고 정직하고 충직하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욕먹을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영화감독 이창동이 소설가 시절에 만들어낸 대표적 캐릭터가 ‘순진한 또라이’ 즉 ‘진정성 있는 또라이’다. 노무현은 바로 이런 캐릭터와 일치하는 사람이다.

유시민의 발언을 좀더 생각해보자. 요즘 와서 소통과 함께 진정성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이유가 무엇인가. 소통과 진정성이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왜 그것들이 사라져버린 것일까.

지난 십여년간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믿을 건 자신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눈앞의 이익 앞에서 진정성은 거추장스러운 장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방보다 자신을 우선하다 보니 소통도 약해져 독불장군이 되어간다. ‘강한 개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인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주위에서 김 교수같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에 유시민은 진정성이 필요없다고 말한다. 시대적 맥락에 맞지 않아 수긍하기가 어렵다. 그러고 보니 그 자신이 독불장군처럼 즉 강한 개인으로 변모해 가지 않는가. 유려한 말솜씨와 논리적인 언변은 타의추종을 불허하지만 안티팬도 늘어간다. 옳은 말 하면서 욕을 먹는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이던 김영춘은 2004년, “유시민은 저토록 옳은 소리를 왜 저토록 싸가지 없이 할까?”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말을 듣는 이유는 진정성을 중시하지 않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이런 점에서 그는 이 시대의 전형성을 띤 인물이다.

유시민의 진정성 폄하가 리버럴의 특징인가

그러면 ?유시민의 진정성 폄하가 리버럴의 특징인가. 이런 의문에도 대답을 해야겠다. 자유주의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은 싫어하는 일, 내키지 않는 일은 여간해서 하지 않으려 하는 태도이다. 심지어 현실적인 손해가 뻔히 예상됨에도 그것을 피하지 않는다. 유시민의 경우 호남정치인들과 척을 져서 선거 때마다 큰 손해를 보고 있음에도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유사한 민주당이 아니라 좌파계급정당인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같은 자유주의자의 특징이 강한 개인으로 연결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노무현도 역시 강한 개인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르다고 본다. 자유주의자의 주체성이 아니라 지사(志士)적인 시대정신이 출발점인 점이 다르다.

노무현의 시대정신은 공동체의 발전과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좌우를 가리지 않는 선택으로 나타난다. 두 사람의 기질적 차이는 곧 정책과 정치의 마당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미FTA에 관한 입장 차이가 바로 그것이다.

(*’노무현과 유시민 어떻게 다른가(2)’에서 이어집니다.)

3 comments

  1. 유시민을 몹시 싫어하시는 분이 여러 사람 동원하여 정당화 하고 계시군요?
    좌파학자 손호철은 노통 5년 내내 한나라당 보다도 더 노무현 십은 사람.
    김영춘이 한 말 “유시민은 저토록 옳은 소리를 왜 저토록 싸가지 없이 할까?” 나는 유시민보다도 못한 바보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사람 아닌가요.
    싸가지 없다라는 말은 아주 주관적인 그 사람의 생각 아닌가요?
    친노며 뭐 모두가 절대적인 선인가요? 이것 진짜 동의할수가 없내요….어디 조폭도 아니고 과거 상도동 동계동 조폭 같은 정치조직과 뭐가 다릅니까?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등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 해야지…….
    당신이 문재인 이해찬등 노무현을 뛰어 넘지 못하는 친노의 조직원 같은 생각이 드네요….

  2. 소설을 쓰세요 소설을..
    김제완씨 글보다는 조중동 기사가 더 진정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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