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용 보조공학기기 개발’ 이상묵 서울대 교수가 교통사고 후 달라진 것들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서울대 재직 중 교통사고로 1급 지체장애 판정을 받은 이상묵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장애인용 보조공학기기(AT) 개발활동을 하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거진 N>은 지난 12월2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랍에미리트 국경일 행사장에서, 또 1월초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전체 인구 850만명 가운데 외국인노동자가 85% 정도로,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해 의료와 교육에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자국민이 이공계 대학원에 가면 국가에서 한국 대학원의 12배가 넘는 2억원을 지급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중동 국가 가운데 아랍에미리트가 자유롭고 민주적”이라며 “샤르자의 자밀라 알카시미(Jameela Al-Qasimi) 공주가 운영하는 Sharjah City for Humanitarian Services는 직원 500명이 매년 4천명의 장애인뿐 아니라 외국노동자를 대상으로 도움을 주는데 매우 경건하고 이슬람 정신에 충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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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밀라 공주의 사촌인 루브나 알카시미 국제개발협력장관(가운데)와 이상묵 교수 <사진=이상묵 교수 제공>

이 교수는 매년 2~3차례 UAE를 방문한다. 그가 오래전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밀라 공주는 형부가 샤르자 국왕과 친언니가 영부인, 아래 남동생이 왕세자라고 한다. 이 교수는 “2014년 10월 자밀라 공주가 한국에 왔을 때 국립재활원에서 우연히 알게 됐다”며 “공주의 신상에 관한 모든 것이 비밀이어서 사진을 못 찍게 하니까 사람들이 내가 이분 이야기를 하면 사기치는 걸로 생각한다”며 껄껄 웃었다.

그의 계속되는 설명이다. “자밀라 알카시미 공주의 사촌언니 루브나 알카시미(Lubna Al-Qasimi)는 국제개발협력부 장관이자 자예드(Zayed)국립대 총장으로 아랍세계의 최고 여성 지도자로 꼽힌다. 작년 박근혜 대통령 방문 때 공항에서 영접했던 분으로 나도 직접 만난 적이 있다. 사촌 사이지만 자밀라 공주와 아주 각별한데 미국에서 같이 유학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이 교수는 “자밀라 공주 덕분에 아랍에미리트 대학총장과 부총장을 10명쯤 만났다”며 “자부하건대 아랍에미리트 교육시스템에 대해 한국에서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UAE는 부유한 국가여서 국민들이 큰 불만이 없지만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47조원짜리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우리나라가 수주했는데 원전에서 배출되는 온수로 인해 주변에 피해가 생기듯이 여기도 이 나라에서도 문제가 될 것 같다. 특히 아라비아만은 수심이 낮고 호르무주 해협을 빼고는 폐쇄돼 있기 때문에 온수의 확산이 더 심각할 거다. 더욱이 바라카 원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국경선 근처에 있어서 해양환경문제가 잘못하면 국제분쟁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크다. 경험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면 좋은 이유다.”

이 교수는 미국 MIT에서 해양학 박사학위를 마친 후 영국 더럼대연구소에서 2년, 한국해양연구원에서 7년 근무하다, 서울대로 온 지 1년반 만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는 사고 전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담담하면서도 당당하게 소개했다.

“오늘(12월2일) 오후 서울대에서 강연을 한다. 2015년도 서울대교육상을 받았는데, 수상기념 특별강연이다. 특강은 ‘과학교육과 과학적사고가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오히려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교통사고 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덕분에 새로운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같다. 과학공부가 학위 받고 과학자가 되는데만 도움 될 줄 알았는데, 어려운 일을 당하고 나니 자신을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사람들은 신체나 재산, 또는 주변사람을 잃는 건 쉽지만 그걸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나의 경우 과학자이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나’ ‘나는 왜 사는가’ ‘내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나’ 등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는 “사고 뒤 울어본 적도, 우울증에 빠진 적도 없다”고 했다. “예전에 어떤 방송사에서 내 오랜 친구에게 (이 교수가) ‘다치기 전에도 그렇게 긍정적이었냐’고 묻자 그 친구는 ‘교통사고 날 때 머리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부분을 다친 것 같다’고 답해줬다.(웃음) 믿기 어렵겠지만 사고 후 이렇게 의미있는 삶을 살게 될 줄 몰랐다. 사고는 작은 데만 집착하여 앞만 보고 달릴 뻔한 나를 넓은 세상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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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이메일로 사진 한 장을 보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벌인 행사사진이다. 매년 현지 대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친 다음 장애인을 위한 앱을 만들도록 하는 AT EDUCOM경진대회다. 일종의 대학별 서바이벌 게임인데 1, 2등을 차지한 팀을 한국에 초청했다. LG전자가 현금 1억원과 5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했다. 자밀라 공주가 운영하는 장애인 지원단체에서도 많은 지원을 했다. 그 일로 내가 아랍에미리트 현지방송에 출연하고 신문에도 보도됐다. 이 행사에 참가한 아랍 학생들은 장애인에 대한 마음이 너무 따뜻하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하다 보니 기술측면에서 앱 완성도가 낮은 편이다.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프로그래밍을 배울 기회가 많아 실력이 좋다. 그래서 양국 학생들을 이어주면 좋을 것 같아 현지학생을 CEO, 한국 학생을 CTO로 하여 장애인을 위한 기술개발 벤처기업을 만들 경우 아부다비 투자청으로부터 창업지원도 받을 수 있을 거다.”

이 교수에게 한국과 중동의 장애인 정책 차이점과 우리가 배울 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최근 중동하면 테러와 메르스 등을 걱정하는데 UAE는 매우 안전하다. 그곳에 가기 전 장애인 상황에 대해 궁금했는데, 가보니 종교적인 이유와 신념 때문에서인지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생각이 매우 훌륭하더라. 중동국가 중에서도 걸프연안을 끼고 석유가 나는 GCC국가(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UAE, 오만)는 돈이 많아 장애인들이 필요한 기기와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다. 장애인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 투자나 따뜻한 마음이 모두 갖춰져 있다. 참 부럽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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